마라톤 대회가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 [행사] 러닝 인구가 천만에 근접하고 있다. 달리기는 이제 단순한 취미를 넘어 국민 건강의 지표이자 사회의 활력을 견인하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도심을 달리는 러너들의 모습은 건강한 사회의 상징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강력한 사회적 자산이다. 그러나 달리기 열풍에 편승한 마라톤 대회 의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메이저 마라톤 대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현상은 러너들에게 축제라기보다 거대한 상업적 관문 으로 다가오고 있다. 급등하는 참가비와 조기 마감되는 완판 경쟁 속에서 정작 그 비용이 투입되어야 할 곳은 어디인지, 우리는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1. 거듭되는 가격 인상, 투명성은 어디에 있는가
주최 측은 도로 통제 비용, 안전 관리, 대회 서비스 개선을 이유로 매년 참가비를 인상하고 있다. 수만 명의 참가자가 납부한 참가비 총액은 수십억 원을 상회하며, 이를 대회일보다 수개월 앞서 접수하여 예치할 경우 발생하는 이자 수익만 해도 상당할 것이다.
문제는 이 막대한 자금이 얼마나 러너들의 안전과 대회 환경 개선에 투명하게 들어가느냐는 점이다. 참가비는 두 배 가까이 치솟았으나, 여전히 현장의 급수대는 부족하고, 통제 인력은 비숙련 상태이며, 코스 내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러너들이 요구하는 것은 최고급 사은품이 아니다. 납부한 비용에 걸맞은 안전한 환경 과 운영의 전문성 이다.
2. 세계가 부러워하는 축제 ,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
세계 6대 마라톤 대회를 보면, 마라톤이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어떻게 도시 전체의 축제 로 기능하는지 알 수 있다.
지역민의 환영과 소통: 해외에서는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날, 동네 주민들이 직접 쿠키와 음료를 준비해 달림이들을 응원하고, 도시 전체가 방문객을 맞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는 대회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매개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복합 문화 활동: 보스턴, 뉴욕, 도쿄 등 메이저 대회들은 대회 전 마라톤 엑스포 를 통해 마라톤을 주제로 한 강연, 포토존, 스폰서십 활동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러너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시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문화의 장인 것이다
반면, 우리네 대회는 어떠한가. 시민들의 양해와 협조를 구하는 과정보다는 일방적인 도로 통제로 인한 갈등이 앞선다. 지역 주민에게는 불편함으로, 참가자에게는 쫓기듯 달려야 하는 상업적 행사로 각인되어 있다. 주최 측은 대회 운영의 이윤을 주민 상생 프로그램과 시민 불편 완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배분하여, 마라톤이 지역사회에 녹아들 수 있는 축제 모델 로 전환해야 한다.
3.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다
최근 마라톤 대회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들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안전관리계획 수립은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러너들의 생명과 직결된 생존의 문제다. 특히 규정의 허점을 악용하거나, 안전 요원의 전문성을 소홀히 하는 관행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주최 측은 참가비를 받는 만큼의 안전 책임 을 완벽히 이행해야 한다. 대회 당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지는 책임은 수억 원의 배상금을 넘어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는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수익 극대화보다 안전 예산의 우선 확보가 대회 기획의 제1원칙이 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러닝 문화를 위하여
러너에게 마라톤 대회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끊임없는 자기 점검과 지속적인 운동을 위한 소중한 동기부여의 장이다. 이러한 러닝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라면, 풀코스 완주라는 개인적 성취를 과시하기에 앞서, 러닝이 진정한 국민 건강 복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마라톤 대회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과 운영 개선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참가비만 인상하고 운영은 뒷걸음질하는 구조는 러닝에 대한 대중의 애정을 식게 할 뿐이다.
주최 측은 이제 완판 기록 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러너들에게는 합리적인 비용을, 시민들에게는 불편을 최소화하는 배려를,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안전 을 제공하는 것이 대회의 품격이다. 건강한 사회를 달리는 러너들이 더 이상 대회의 상업성에 상처받지 않고, 오직 자신의 기록과 건강한 숨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