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세상을 바꾸는 운김 [사람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 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운김
그림 속, 푸른 하늘 위로 평화의 흰 비둘기들이 날아오르는 광장에 수많은 사람이 빈틈없이 모여 있습니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한목소리로 무언가를 외치는 이웃들의 얼굴에는 더 나은 내일을 향한 굳센 다짐과 열정이 가득 배어 있네요. 그들 위로 운김 이라는 글씨가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혹은 힘차게 피어나는 새싹처럼 단단하고 아름답게 새겨져 있습니다.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한마디씩 보탠 목소리가 광장 가득 퍼져나가며 따뜻한 온기를 만들어내는 이 정경을 보고 있으면, 한 사람의 힘은 작을지라도 그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거대한 물결이 얼마나 위대하고 감동적인지 가만히 깨닫게 됩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한데 모여 이루어지는 큰 힘 운김
온여름달 열흘(6월 10일)은 우리 역사에서 시민의 힘이 민주주의의 큰 물줄기를 바꾼 날인 6·10 민주항쟁 기념일 입니다. 온나라 곳곳에서 그날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기념식과 학술행사, 사진전이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네요. 1987년 6월,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는 권리와 참된 자유를 바라는 마음으로 거리로 나섰던 평범한 이웃들을 기억하며, 오늘 우리가 가슴 깊이 새겨볼 토박이말은 운김 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남은 기운 , 여럿이 한창 함께 일할 때에 우러나오는 힘 , 사람들이 있는 곳의 따뜻한 기운 , 그리고 집안의 분위기나 기운 이라고 여러 가지로 깊이 있게 뜻풀이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많은 사람의 마음이 모여 이루어지는 큰 힘 이라고 쉽게 풀이하고 싶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서로 운김에 쌓여 모를 척척 심었다 라거나 사람 운김과 술기운으로 실상은 선선치도 않은 데다가 라는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 속 문장처럼, 이 말에는 단순히 물리적인 힘을 넘어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질 때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에너지와 인간미 넘치는 온기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외롭고 쓸쓸한 하루를 채워주는 우리들의 따뜻한 온기
1987년 6월의 눈부신 역사는 어느 위대한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이 먼저 용기 내어 외쳤고, 평범한 시민들이 그 곁을 함께 걸었으며, 노동자와 종교인, 그리고 머리가 하얗게 샌 어르신들까지 기꺼이 뜻을 보태었습니다. 서로 다른 일터를 가지고 다르게 살아오던 사람들이었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단 하나의 마음으로 뭉친 것이지요. 혼자의 목소리는 촛불처럼 작고 가냘플지라도, 그 마음들이 모이고 포개어져 거대한 운김을 이루었을 때 비로소 단단한 벽을 허물고 민주주의를 향해 활짝 열린 길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의 삶도 그렇습니다. 때로는 직장에서, 혹은 학교와 가정에서 혼자서만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 같아 어쩐지 집안의 운김은 전과 같지 않고 쓸쓸하였다 라는 이기영의 소설 고향 속 대목처럼 외로움과 막막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나 혼자의 노력으로는 세상의 거찬 벽을 바꿀 수 없을 것 같아 자존감이 쪼그라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혼자서 애쓰던 외로운 자리에 다정한 이웃과 가족이 손을 얹고 함께 발을 맞추기 시작할 때, 그곳에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하고 따뜻한 운김이 피어납니다. 혼자서는 힘에 부쳐 쓰러질 것 같던 모내기도 이웃과 함께라면 즐거운 잔치가 되듯, 우리의 힘든 삶도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함께 걸어갈 때 비로소 든든하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오늘 내가 누리는 소중한 자유와 권리가 그날의 운김이 남긴 값진 열매인 것처럼, 오늘 내가 곁에 있는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웃음과 격려 한 자락도 내일의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운김이 될 것입니다.
[마음 나누기]
그림 속 광장에 가득 모여 서로의 손을 잡은 사람들처럼, 여러분의 나날 속에서 여러 사람과 마음을 모아 힘을 냈거나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운김) 덕분에 외로움을 이겨냈던 정겨운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웃들과 함께 동네를 청소하며 보람을 느꼈던 일 이나 힘든 시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토닥여주었던 일 등 나만의 운김 이야기를 댓글로 소중하게 나누어 주세요. 여러분의 다정한 공감과 공유가 모여, 지친 이 세상을 한층 더 구순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거대한 운김이 됩니다.^^
[한 줄 생각]
역사는 몇몇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의 운김이 모여 바꾸어 갑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운김
뜻: 여럿이 한창 함께 일할 때에 우러나오는 힘.
보기: 이웃들이 품앗이로 힘을 보태주니 잔치 준비가 운김에 척척 끝났다.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