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반도체 기술 가속… 2년뒤 HBM 점유율 12% 도전 [뉴스] 반도체 칩이 부착된 인쇄 회로 기판 위에 중국과 미국의 국기가 표시된 모습. 자료사진. 2023.2.17.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컴퓨팅 능력은 여전히 미국의 약 7분의 1 수준이지만, 이 격차를 좁히려는 중국의 노력이 가속되고 있다. 중국의 IT기업들은 향후 3~5년간 약 7000억 달러를 반도체 인프라와 컴퓨팅 분야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미국과의 간격을 크게 좁혔지만, 반도체 제조기술은 여전히 첨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빨라, 미국정부에 중국 CXMT 메모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애플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미국정부가 억제하려 애써 온 바로 그 산업에 미국기업이 자금을 지원하는 꼴이 될 것이다. 2028년까지 CXMT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점유율을 12%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전한 ‘서방 따라잡기 위해 질주 중인 중국 반도체 산업’ 소식 중의 일부다.
대만 컴퓨텍스에서 화제가 된 주제 둘 ‘AI와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글로벌 ICT 및 AI 박람회 ‘컴퓨텍스(Computex)’ 얘기로 기사를 시작하면서, 그곳 참석자들 사이에선 두 가지 주제가 화제의 중심이었다고 했다. 하나는 인공지능(AI), 그리고 또 하나는 중국이었다. 그 박람회에 정작 중국은 불참했음에도 그 영향력은 컸다면서, 박람회 개최 1주일 전 중국 최대의 전자제품 및 통신장비 제조 기업 화웨이가 ASML의 EUV(Extreme Ultraviolet. 극자외선) 노광장비와 같은 서방의 최신 제조장비에 의존하지 않고도 반도체 미세회로를 여러 겹으로 쌓아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공개한 점을 예로 들었다. 투자자들의 자신감도 높다고 했다. 예컨대 홍콩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140%나 상승하며 미국 증시 지수를 크게 웃돌았다. 중국의 두 인터넷 거대기업인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반도체 설계 사업부를 분사할 계획이고, 중국 최대 DRAM 메모리 제조업체 CXMT(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컴퓨팅 능력, 미국의 약 7분의 1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의 하나가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자급자족 가능성”에 대한 것이라며,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하고 실행하는데 필요한 프로세서와 메모리, 즉 컴퓨팅 능력이 기술력의 핵심이 됐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25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컴퓨팅 능력은 미국의 약 7분의 1 수준이라며 이런 격차를 해소하려면 칩 설계외 제조라는 두 가지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칩 설계 분야에서는 놀라운 진전을 이뤘으나, 제조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2026년 각국 기업들의 중국 내 AI칩 시장잠유율. 단위:10억 달러. 위로부터 화웨이, AMD, 캠브리콘, Hygon/Sugon, 엔비디아, 알리바바, 바이두, 기타 . 이코노미스트 7월 7일
미국과의 간격 좁히고 있는 설계 분야
설계 분야의 경우 지난 날 중국은 크게 뒤처져 있었다. 2023년까지 AI 칩 시장을 장악한 미국 엔비디아가 중국 수요의 약 90%를 채웠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로 상황이 바뀌었다. 2022년 10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칩 판매를 제한한 이후에도 미국의 관련 정책은 업치락뒤치락했으나 중국의 대응은 일관적이었다. 중국 규제 당국은 합법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경우에도 자국 기업들이 외국산 칩을 사용하지 말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해 왔다. 자국 기술과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중국의 내수시장은 보호받는 시장이 됐다.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자체적으로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있고, 중국의 대표적인 AI 반도체 설계 기업인 캠브리콘과 같은 신생 기업들은 경쟁이 제한돼 있는 환경에서 번창했다.
올해 중국의 AI 칩 투자액 중 약 4분의 3은 중국 국내기업들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 자산운용그룹인 얼라이언스 번스타인(AllianceBernstein) 산하의 글로벌 금융 투자 조사(리서치) 기관 번스타인의 칭위안 린은 중국 반도체산업을 강화하는데 중국정부보다 미국이 더 많은 기여를 했다”고 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가 결과적으로 오히려 중국 기술 발전을 도운 역설적인 상황에 대한 야유조의 얘기다.
중국의 창의적인 미국 따라잡기 노력들
중국 시장은 관련 산업을 유지할 만큼 충분히 크다면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클라우드 기업들이 앞으로 3년간 AI 인프라에 4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중 상당 부분이 컴퓨팅 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정부는 향후 5년간 데이터센터에 295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한 기술을 갖춘 인재도 중국에는 풍부하다. 많은 중국 칩 설계자들이 엔비디아나 AMD와 같은 미국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카일 첸은 소규모 스타트업조차 전체 디자인 팀을 채용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 인재 풀이 충분히 넓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미국의 제재를 피해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무차별 대입을 통해 문제를 완력(brute force)으로 풀어가는 방법이다. 예컨대 화웨이의 클라우든 매트릭스 시스템은 자사의 ‘어센드 프로세서’(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AI 및 머신러닝 전용 반도체[NPU] 라인업) 384개를 연결해 엔비디아의 최신 AI 시스템에 도전하고 있다. 전력 소모가 엔비디아 최신 모델보다 4배나 많지만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또 하드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방법도 있다. 유명한 AI연구소 딥시크는 화웨이 칩에 최적화된 대규모 언어모델을 공개했다. 중국 설계자들은 또 정밀도가 낮은 데이터 포맷인 FP8(AI모델 훈련 및 추론에 사용되는 초저정밀도 데이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능이 낮은 칩에서도 모델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화웨이는 엔비디아가 개발한 병렬 컴퓨팅 플랫폼 및 프로그래밍 모델인 CUDA 소프트웨어로 엔비디아가 누리는 우위를 약화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화웨이의 자체 플랫폼인 CANN은 엔비디아 칩에서 자사 칩으로의 전환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때 엄청났던 소프트웨어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다”고 한 중국 AI 스타트업 창업자는 말했다.
각 기업 AI칩들의 처리 성능 비교. 화웨이(위에서 세 번째),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기업들의 AI칩 처리 성능은 엔비디아의 H100보다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코노미스트 7월 7일
그러나 그런 노력만으론 한계 돌파하기 어려워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이런 창의력만으로는 중국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번스타인은 화웨이의 최고급 칩인 어센드 910C가 약 4년 전에 출시한 엔비디아 H100 성능의 5분의 4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화웨이의 자체 개발 칩은 주로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성능을 낮춘 프로세서’와 경쟁하고 있다. 이런 칩들은 대부분 기존 모델을 실행하는 추론(interference)”작업에만 국한돼 있어, 훨씬 더 까다로운 최첨단 AI를 처음부터 학습(training)시키는 작업에는 적합하지 않다.
격차는 칩 설계보다는 생산 쪽에 더 많이 남아 있다. 예컨대 가장 빠른 프로세서에는 최첨단 생산라인이 필요한데, 중국 설계업체들은 대만 위탁 제조업체인 TSMC와 같은 파운드리의 최신공정을 쓸 수 없다. 네덜란드 장비제조업체인 ASML로부터 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구매할 수 없는 중국 내의 파운드리는 트랜지스터 크기가 7나노미터 미만인 칩(최첨단 기술은 3나노미터 이하)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없다. 그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칩 생산 능력에도 제약이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AI 프로세서 수요는 공급량을 훨씬 초과한다. 말하자면 중국 자체 수요조차 댈 수 없다. 금융시장 조사기관인 시트리니 리서치의 분석가에 따르면, 중국기업들이 그래서 해외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임대하거나 칩을 밀수입해서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첨단 메모리도 병목현상의 원인이다. AI에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거의 전적으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생산한다.
6월 30일, 광주에서 열린 한국 남서부 지역 첨단 산업 발전 비전 발표회에 앞서 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칩 이미지. 2026.6.30. 로이터 연합뉴스
막대한 투자···2028년 CXMT의 HBM 점유율 12%?
중국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2019년 이후 반도체 제조장비의 연간 수입량은 3배로 증가해 39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수요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 상당부분이 구형 칩 생산에 사용되지만, 일부는 첨단공정에도 활용되고 있다.
동시에 나우라(Naura, 2001년에 설립된 중국 최대의 반도체 칩 생산장비 제조업체)와 AMEC(상하이에 본사를 둔 반도체 식각[에칭]장비 전문 제조업체) 같은 기업들은 화학 증착, 에칭, 웨이퍼 세척과 같은 핵심공정에서 경쟁력 있는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HBM 분야에서도 중국은 전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세비 어낼리시스는 전 세계 HBM 생산 점유율에서 중국 CXMT가 차지하는 부분이 지금은 거의 전무한 상태지만, 2028년에는 약 12%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최대 난관은 제재로 입수 불가능한 EUV 장비
이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자립 노력은 초소형 회로 인쇄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리는(노광) 핵심 공정 장비에 필수적인 ASML의 EUV 노광장비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ASML의 구형 심자외선(DUV, Deep Ultraviolet.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리는[노광] 핵심 공정. EUV 이전 세대의 기술) 장비를 수년간 사용해 왔지만, 중국은 아직까지 동등한 장비를 자체 생산하지 못했다. 업계 대부분은 중국산 EUV 장비가 상용화되기까지 약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미국 상무부는 중국이 불법적으로 한 대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첨단 장비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DUV 장비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는 ‘멀티패터닝multi-patterning’으로, 하나의 실리콘 웨이퍼에 리소그래피(빛을 사용해 실리콘 웨이퍼 위에 아주 미세한 전자 회로 패턴을 그리는 노광[Exposure] 공정) 장비를 여러 번 반복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더 미세한 패턴을 만들 수는 있지만, 비용이 증가하고 생산 속도가 느려지며 불량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다른 방법은 고급 패키징으로, 기존 기술로 제작된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화웨이는 컴퓨텍스 직전에 구형 DUV 장비를 활용하여 최첨단 성능에 더욱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애플이 CXMT 메모리 구입 허가 받는다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반도체 제조 기술의 최첨단과는 아직 거리가 멀지만, 그 발전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면서, 애플 얘기를 했다. 메모리 칩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이 미국정부에 중국의 CXMT로부터 구형 메모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만약 승인을 받는다면, 미국 기업은 미국 정부가 수년간 억제하려 애써온 바로 그 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