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로 로쉐 초콜릿 제국의 미망인 마리아 페레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ANSA 통신
어제(14일)는 밸런타인 데이. 적지 않은 이들이 편의점에서 황금빛 구슬 을 찾았을 것이다. 이탈리아 초콜릿의 자존심 페레로 로쉐 (Ferrero Rocher)는 금박지로 포장돼 있고, 고급스러운 상자 안에 탑을 쌓듯 정렬해 놓아 선물받은 이가 제대로 대접받는 느낌을 안겨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골든 벨을 연상시킨다 해 수능 시험 날 많이 찾기도 한다.
이 페레로 로쉐 를 비롯해 비스킷의 일종인 누텔라 , 아이들 초콜릿 킨더 , 캔디 사탕 틱 택 등으로 유명한 페레로 그룹의 상속 미망인이며 누텔라(Nutella) 황후 로 통하던 마리아 프랑코 페레로가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일간 더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5년 2월 세상을 등진 미켈레 페레로의 미망인인 그녀는 전날 이른 새벽 이탈리아 북부 쿠네오주 알바 마을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그녀의 사망 소식은 페레로 공장이 위치한 이 마을 전체에 퍼졌는데 초콜릿 스프레드(spread, 서구권에서 식사용 빵이나 비스킷에 발라 먹는 식품의 총칭)의 발상지로 불리던 곳이다. 다만 사망 원인은 따로 공표되지 않았다.
마리아는 스물네 살이던 1962년, 미켈레와 결혼했다. 정작 그녀는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 경고했는데도 그와 사랑에 빠졌다. 마리아는 일간 라 스탬파에 수십 차례 쓰였지만, 나는 미켈레의 비서가 아니었다 면서 사실 그와는 첫 눈에 반했다 고 털어놓았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그녀는 40개의 공장과 거의 5만 명의 직원을 보유한 사업 전체를 상속받았는데 연간 매출액이 157억 파운드(현재 환율로 약 31조 원)에 달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마리아의 자선 활동을 칭찬하며 그녀는 지역사회를 결코 잊지 않는 기업가의 모범이었다 고 말했다. 엘리사베타 카셀라티 제도개혁부 장관은 마리아의 별세가 그녀의 회사가 이탈리아와 전 세계에서 맡은 위대한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는 엄청난 공백을 남겼다 고 안타까워했다. 카셀라티 장관은 그녀는 내게 중요한 존재였다. 드문 친절함과 섬세함, 경청할 수 있는 여성, 자연스러운 우아함으로 결코 드러나지 않는 여성 이라면서 그녀가 많이 그리울 것이다. 그녀의 가족과 그녀를 사랑한 모든 이들에게 깊은 애정을 전한다 고 덧붙였다.
개인 재산만 18억 파운드(약 3조 5497억 원)에 이르는 고인은 현재 그룹 회장인 아들 조반니, 며느리 파울라와 루이제, 그리고 다섯 손주를 유족으로 남겼다. 다른 아들 피에트로는 2011년 남아프리카 자전거 여행 중 갑작스러운 병을 얻어 세상을 등졌다.
페레로 제국의 뿌리는 1940년대 안개 자욱한 알바 마을에서 시작됐다. 당시 제과점을 운영하던 피에트로 페레로(1898~1948)에게 전쟁 직후 폭등한 카카오 가격은 큰 부담이었다. 그는 고향 언덕에 흔했던 헤이즐넛을 카카오와 섞은 초콜릿 덩어리 파스타 잔두야 (Pasta Gianduja)를 만든다. 이것이 페레로 DNA의 시작이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피에트로는 초콜릿 덩어리가 녹아 크림 상태가 된 것을 보고 빵에 발라 먹으면 좋겠다고 여겨 슈페르크레마(Supercrema)란 이름으로 판매했는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것을 아들 미켈레가 현대적 제품으로 만든 것이 누텔라였다. 악마의 잼 이라 불리며 유럽의 식문화를 뿌리채 바꿔놓았다. 미식에 관한 한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프랑스의 모든 가정에도 누텔라를 상비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페레로 로쉐 가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은 1982년이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미켈레는 성모 마리아가 발현했다는 프랑스 루르드 성지의 거친 바위 언덕 마사비엘(Massabielle)에서 영감을 얻어 프랑스어로 바위를 뜻하는 Rocher 를 붙였다.
제작 공정은 다섯 단계로 무척 까다롭다. 엄선된 최상급 헤이즐넛을 정성스럽게 굽는다. 이 원료를 중심으로 부드럽고 진한 헤이즐넛 크림을 가득 채운다. 그 다음 크림을 얇고 바삭한 두 개의 반구형 웨이퍼 쉘로 감싸 동그란 모양을 만든다. 여기에 밀크 초콜릿을 한 겹 입힌 뒤 잘게 부순 헤이즐넛 조각들을 촘촘하게 뿌려 식감을 극대화한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초콜릿 코팅을 입혀 모든 재료를 견고하게 고정한다.
페레로 로쉐는 산업 스파이의 침투를 막기 위해 외부에서 만들어진 설비를 절대 반입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장에서 돌리는 모든 기계와 부품을 자체 제작한다. 특히 여러 층의 질감을 유지하며 유통 과정에서도 바삭함을 유지하게 하는 습도 제어 기술은 이 가문의 핵심 인물들만 전수하는 핵심 레시피다.
많은 이들이 이탈리아 최고의 브랜드 하면 패션이나 자동차를 떠올리는데 페레로 브랜드란 얘기가 적지 않다. 현재 회장 조반니의 재산은 2024년 기준 60조 원을 넘기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룹의 매출액은 2023년 기준 25조 원가량이었다. 전 세계 헤이즐넛 생산량의 25%를 이 그룹에서 소비하고 있다고 하니 글로벌 견과류 시장의 가장 큰 손이자 보이지 않는 손 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1997년 두 아들에게 회사를 맡긴 뒤 회장직에서 물러난 미켈레가 89세까지 살다 숨을 거둔 날이 2015년 밸런타인 데이였다는 점이다. 그와 누텔라를 함께 개발했던 프란세스코 리벨라도 10년 뒤인 지난해 밸런타인 데이에 9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누텔라를 만든 개발자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