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이란…안보 제공 없는 우방 중국의 딜레마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 공격 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9일째에 접어들면서 이란과 이스라엘, 걸프 국가 내 미군 기지와 외교공관뿐 아니라, 중동 일대의 공항과 석유 인프라 등 민간 시설들에 대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7일 오전 전투기 80여 대를 동원해 이란의 수도 테헤란 공항과 중부의 군사 기지, 미사일 발사대, 탄도 미사일 보관 추정 지하 시설 등에 대한 공습을 벌였다. 테헤란 메흐라바드 공항은 불길에 휩싸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란에 무조건 항복 을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기존의 항공모함 2척에 더해 조지 H.W.부시 호 파견을 준비하는 등 군사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본인의 트루스 소셜을 통해 오늘 이란은 매우 강력한 타격을 입을 것 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이란은 대규모 드론 공격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알민하드를 포함한 역내 미군 기지들과 이스라엘을 타격했고, 텔아비브에서는 연쇄적인 폭발음이 들렸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한 척을 타격했다. 이에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8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7일 이란 테헤란의 샤란 정유소가 공습을 받은 후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2026. 03. 07 [AFP=연합뉴스]
이란 전쟁 개전 이후 8일간의 중국 행적
하메네이 암살 규탄에도 미국 거명 안 해
여기서 뭣보다 궁금한 점은 또 하나의 초강대국이자 이란의 최대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은 개전 이후 지난 8일, 이란이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까지 잃으면서 고립무원에 있는 동안에 뭘 했는가이다.
날짜 순서로 보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당일인 2월 28일엔 사태를 주시하다가 이날 밤 외교부 홈페이지에 고도로 우려한다 며 긴장 악화 방지와 협상 재개를 요구했다. 비슷한 시각 뉴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푸충 대사가 이란과 역내 국가들의 주권·안보·영토 보전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 며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 촉구했다.
그리고 하메네이 암살 소식이 전해진 1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협상 중 공격 은 용인할 수 없다며 공공연히 한 주권 국가 지도자를 제거하고 정권 교체를 부추기는 것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한 것 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 군사 행동 즉각 중단 ▲ 대화·협상에 조속한 복귀 ▲ 일방주의 행위 공동 반대 등을 촉구했다.
이 시점에서야 중국은 기자 문답 형식의 외교부 대변인 입장문을 내고 이란 최고지도자를 공격·살해한 것은 이란의 주권과 안보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중국은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강력히 규탄한다 고 밝혔다. 그러나 불법 도발 주체인 미국과 이스라엘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진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회 도중 차를 마시고 있다. 2026. 03. 05 [A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 불법 공격 강하게 규탄
외교 활동 집중, 군사 안보 지원엔 거리
왕이 부장은 2일 이란, 프랑스, 오만 외무장관과 연쇄 전화 통화를 통해서도 이란의 주권·안전·영토 보전과 민족적 존엄을 수호하는 노력을 지지한다 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즉각 중단과 확전 방지를 강조했다. 3일 이스라엘의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도 이란 공격을 비판하고 무력은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없다 며 모든 측이 확전을 피할 것을 촉구했다.
그 이후로도 중국은 유엔 안보리 논의에 참여하거나 중동 지역 국가들과 외교적 접촉에 주력했으며, 6일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이란이 주권과 영토 완전성, 민족적 존엄을 지키는 것을 지지하고, 이란이 자신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한다 고 기존 스탠스를 재확인하고 중동 특사 파견 등 중재 외교 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왕 부장은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외교 분야 기자회견에서 본래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이며,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전쟁 이라면서 휴전과 조속한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주권은 현 국제질서의 기초로, 이란과 걸프 지역 국가들의 주권과 안전, 영토 보전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면서 이란과 중동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 원칙으로 국가 주권 존중, 무력 남용 반대, 내정 불간섭, 정치적 해결을 제시했다.
요약하면 중국의 대응은 강한 언어적 비판과 외교 활동에 집중됐을 뿐 군사 안보적 지원과는 거리를 뒀다. 중국의 대응을 보면, 미국·이스라엘의 유엔 헌장과 국제법 위반 등에 대한 강한 언어적 비판(주권·영토 침해와 지도자 암살)과 외교적 대응(안보리 참여, 전화 통화, 중재 활동)에 주력할 뿐 군사 비개입 원칙을 지켰다. 또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란 원유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우려해 러시아 원유 수입 확대 등 에너지 조달 전략 조정에 들어갔다.
7일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전사자 유해 운구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육군 예비군 병장 데클런 코디(20세)의 유해 함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2026. 03. 07 [AP=연합뉴스]
장기적으로 중국에 미칠 가장 큰 영향은?
지켜보는 동안 가장 중요한 파트너 상실
이를 두고 리스크 분석 전문가인 다니엘 와그너는 이란 전쟁이 드러낸 중국 국력의 한계 란 7일 자 기고에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베이징은 해당 작전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하고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란이 불길에 휩싸이는 동안 중국은 그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면서 이번 위기는 중국이 경제적 관계와 외교적 지원은 제공하지만, 동맹국에 대한 안보 보장은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중국에 미칠 가장 중대한 영향은 석유 공급의 차질도, 전쟁의 지역적 확산도, 미래의 수많은 불확실성도 아니다...중국이 지켜보는 동안 중동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를 잃었다는 사실일 수 있다 고 주장했다.
와그너에 따르면, 중국의 단기 손실 중 하나는 중국 내 이란 석유 생태계 의 손상이다, 2025년에 중국은 해상 수입 원유의 약 13%를 이란에서 수입했고, 그것도 할인된 가격에 상당 정도는 위안화 결제 를 통해 이뤄졌다. 그 덕을 봤던 소규모 중국 정유사들이 이번 사태로 고가의 국제 원유시장에서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사실상 파산할 공산이 크다고 봤다.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중앙아-유럽을 잇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관련해 이란에 투자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석유·가스 개발과 인프라 프로젝트도 위험에 처했다. 이란은 일대일로 서부 전략 경로의 핵심 허브였지만 장기적 불안정으로 그 위상이 크게 약해질 처지에 놓였다.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 협의 최종회의에 참석한 사우디 대표단(왼쪽)과 이란 대표단, 그리고 이 회의를 주재한 왕이 정치국원을 비롯한 중국 관계자들(중앙) 모습. 3자회담의 테이블 배치가 북핵 6자회담을 연상시킨다. 2023.03.11. 신화 연합뉴스
안보 제공이 없는 중국식 파트너십 한계
실제 폭력 상황서 시험받을 때 힘 못 써
이런 맥락에서 중국식 파트너십 모델의 한계도 주장했다. 2021년 3월 중국과 이란은 이란의 석유·가스를 중국이 할인된 가격으로 장기 구매하고 이란을 중국의 일대일로에 끌어들이는 25년간의 포괄적 협력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엔 해군 합동훈련, 해상안보 협력, 군사 기술 교류 등의 안보·군사 협력 내용은 담겨 있지만, 군사 개입 근거 조항은 없다.
이에 와그너는 이는 베이징이 구상한 대안적 세계 질서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으로 보였다. 국가들은 이를 워싱턴의 동맹 체제가 아니라 중국에 미래를 맡길 수 있다는 증거로 여겼다 고 했다. 그는 이란은 투자, 그리고 브릭스·상하이협력기구 같은 중국 주도 국제기구에의 통합, 베이징과의 연합 등을 통해 사실상 외교적으로 보호받을 걸로 기대했다 며 문제는 중국식 파트너십에는 안보 보장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라고 지적했다.
내정 불간섭, 비동맹과 해외 군사 개입 반대 같은 중국의 대외 전략의 약점도 지적했다. 중국의 글로벌 안보 구상, 즉 다극적 세계 질서에서 중국이 중요 역할을 하고 평화를 대표한다는 선언이 이번 미국·이스라엘의 불법 공격 같은 실제 폭력 상황에서 시험받을 때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더 폭넓은 중국의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태로 미국이 중동의 군사 분쟁에 깊숙이 개입함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 특히 중국에 대한 압박 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은 이득이다. 와그너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달 31일부터 시작될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중과 정상회담을 우선시하고 있다면서 이란과의 연대보다 미국과의 비즈니스를 선택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두 정상의 시선 방향이 흥미롭다. 2025. 10. 29 [백악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중국, 경제·외교 측면에선 강대국이지만,
안보도 제공하는 미국 수준 강대국 아냐
왕이 부장은 위의 회견에서 중국과 미국은 모두 대국이기 때문에 서로를 바꿀 수는 없지만, 서로를 대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 며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평화 공존의 원칙을 지키고 협력과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와그너는 베이징은 미국의 군사주의와 대비시키며 절제 를 책임 있는 국가의 증표로 포장하고 있다 며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걸프 국가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의 신흥 경제국들, 글로벌 사우스(저소득국, 저개발국) 같은 중국의 거대전략에서 중요한 국가들은 (이 상황을) 주시 중이다 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중국이 중요한 전략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성명만 발표하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 베이징과의 파트너십이 실제로 어떤 가치가 있을지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이번 전쟁을 통해 경제·외교 측면에선 강대국이지만, 아직 군사 안보 질서도 제공하는 미국 수준의 강대국은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는 게 와그너의 생각이다.
한편, 호주의 안보 분석가인 로스 배비지 박사는 트럼프의 국제 전략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란 23일 자 기고에서 트럼프가 중·러와의 긍정적 소통 채널 유지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그들의 주요 파트너들을 체계적으로 제거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