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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가속과 자연의 죽음··· 슬픔 아는 교육 절실
[교육]
한상훈 전 서전고 교장, 60+기후행동 운영위원 ​최근 한국 교육계는 거대한 정책적 전환점을 통과하고 있다. 지난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던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은 이재명 교육부 체제에 들어서며 사실상 폐기되었으나 정책의 형식적 폐기가 기술 가속주의의 종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재명 정부는 ‘AI 국가 전략’을 통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약속하며, 기술을 통한 국가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목격하는 진정한 비극은 정책의 부침이 아니라, 그 논의의 중심에서 ‘자연의 죽음’이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오픈 AI의 인공지능 xAI 로고. 2025년 9월 12일 촬영된 이미지. 2025.9.12.로이터 연합뉴스 가치 창출 대상으로 철저히 전락한 자연 의 죽음’ 이러한 현상은 자연을 데이터화하고 통제 가능한 자원으로 보려는 근대적 도구주의의 자본주의적 변주 이다. 근대의 도구적 이성이 자연을 정복 대상으로 규정했다면, 현대의 자본주의는 이를 한 단계 더 밀어붙여 자연을 가치 창출을 위한 연산의 대상 으로 전락시킨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추출의 속도 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AI라는 첨단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지구 곳곳에서 희토류를 캐내고,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며, 데이터 센터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수조 리터의 물을 뽑아내는 속도는 자연의 회복 탄력성을 이미 넘어섰다. 교육 현장에서 AI가 학생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효율적 도구로 찬양받는 동안, 그 이면의 추출적 폭력 은 기술적 환상 속에 은폐된다. 이 맹목적인 가속은 우리가 잠시 멈춰 서서 사라져가는 생명들을 위해 슬퍼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자연의 죽음에 무감각한 ‘애도의 불능’ 상태로 몰아넣어졌고 공감 능력마저 거세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2025년 4월 6일 북극해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 동부에서 GPS 목걸이를 착용한 채 진정제를 투여받은 암컷 북극곰과 새끼 두 마리의 모습. 북극 연구 기관인 노르웨이 극지 연구소는 첨단 연구선이자 쇄빙선인 크론프린스 하콘호를 타고 5주간의 탐험을 진행하여 북극곰의 지방 조직 생검과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오염 물질이 북극곰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2025.4.6. AFP 연합뉴스 슬퍼할 수 있는 역량  회복 위한 교육적 전환 ​생태철학자 티모시 모튼(Timothy Morton)은 우리가 왜 이토록 거대한 죽음 앞에서 무감각해지는지를 명료하게 분석한다. ​모튼은 기후 위기를 인간의 감각으로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하이퍼객체(hyperobject)라고 부른다. 자본주의적 AI 교육은 이 거대한 위기를 데이터 로 치환하여 관리 가능해 보이도록 포장한다. 스크린상의 수치는 정교해지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실제 생명의 비명은 사라진다. 데이터는 하이퍼객체의 단면일 뿐이지만, 우리는 데이터를 통제함으로써 자연을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모튼은 인간이 자연 이라는 개념을 설정해 우리 바깥에 두는 순간, 진정한 생태적 연결은 끊어진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이분법을 적극적으로 이용, 자연을 저기 있는 자원 혹은 보호 구역 으로 타자화함으로써, 나의 소비와 기술 사용이 자연의 죽음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 보지 못하게 만든다. ​모튼은 우리가 환경 파괴의 공범이자 희생양이라는 기괴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작금의 교육은 이 우울한 진실을 대면하기보다 AI를 통한 ‘스마트한 해결’이라는 낙관적 외피 뒤로 숨어버리는 방식을 택하며 애도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애도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추출의 속도와 기술의 환상에서 벗어나, ‘슬퍼할 수 있는 역량’을 회복하는 교육적 전환이 필요하다. 자연과 정서적 유대 맺는 장소 기반 학습 ​첫째, 생명을 숫자로 바꿔치기하는 시선을 거두고 ‘장소 애착’을 복원하는 일이다. 교육은 학생들에게 자연을 단순히 ‘환경 지표’나 ‘데이터’가 아닌, 숨 쉬고 변화하는 구체적인 ‘장소’로 돌려주어야 한다. 자본의 논리는 숲과 강이 지닌 고유한 생명력을 지우고, 이를 ‘탄소 흡수량’이나 ‘개발 가치’ 같은 경제적 숫자로만 보게 만든다. 이러한 수치화된 시선 속에서 자연의 파괴는 그저 장부상의 통계가 변하는 일일 뿐이다. 따라서 교육은 내가 매일 마주하는 나무, 우리 동네의 작은 습지와 정서적 유대를 맺는 ‘장소 기반 학습’을 강화해야 한다. 장소에 대한 깊은 애착이 생길 때, 그곳의 훼손은 경제적 가치가 하락하는 문제가 아니라 ‘나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고통’으로 다가오게 된다. 모튼이 말한 ‘이상한 낯선 이들(Strange Strangers)’로서의 자연과 직접 교감하며 그들의 생생한 무게감을 느끼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2025년 12월 10일, 세네갈 케두구 지역의 퐁골리 서식지에서 서아프리카 침팬지들이 서로 털 손질을 해주고 있다. 이 희귀한 침팬지 무리는 숲이 아닌 덥고 건조한 세네갈 남동부의 덤불 지대에 서식하며, 종의 생존 가능성 한계를 시험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의 특이한 삶은 인류가 새로운 기후로 이주했던 진화 과정을 엿볼 수 있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기온이 상승하는 오늘날 이들의 더위에 대한 적응은 시의적절한 의미를 지닌다. 2025.12.10. AFP 연합뉴스 사라진 생명체에 대한 공동체적 애도 필요 둘째, 상실을 명명하는 공동체적 애도 작업 이다.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에서 탈피하여, 사라져가는 생명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의례를 교육 과정에 포함해야 한다. 수업 시간 중 ‘사라진 것들을 위한 시간’을 설정하여, 멸종 위기종이나 기후 재난으로 파괴된 숲의 이야기를 나누고 사라진 생명체에게 편지를 쓰거나, 그들의 생전 모습을 예술적으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의 공동체적 애도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추출의 논리가 효율성을 이유로 삭제해버린 생명의 가치를 복원하는 윤리적 저항이다. 슬픔을 공유함으로써 무력감은 공존을 위한 연대의 힘으로 바뀔 수 있다.   페루 국립자연보호구역청(Sernanp)이 공개한 이 사진은 페루 카하마르카 지역, 특히 타바코나스 남발레 국립보호구역 내에서 발견된 설치류 오레오리조미스 헤스페루스(Oreoryzomys hesperus)의 모습. 국제 과학자팀이 페루 안데스 산맥의 한 보호구역에서 새로운 설치류 종을 발견했다고 국립자연보호구역청(Sernanp)이 1월 30일 발표했다. 2026.1.30. AFP 연합뉴스 비인간 존재들과 공생하는 상호의존적 연대 셋째, 기술의 신화를 해체하고 생태적 연루 를 직시하는 리터러시 교육이다. AI 교육은 알고리즘의 효율성을 가르치기에 앞서, 그 기술이 발을 딛고 있는 물리적 토대를 정직하게 폭로해야 한다. 기술이 자연과 분리된 진공 상태에서 작동한다는 성장 지상주의의 환상을 깨고, 데이터 센터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증발하는 막대한 물과 그 이면에서 소멸하는 생명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기술을 사용하는 행위가 지구 반대편의 고통과 어떻게 그물망 처럼 연결되어 있는지, 즉 우리가 어떻게 이 죽음에 연루 되어 있는지를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생태적 리터러시이다. 이는 인간을 기술의 사용자나 자연의 관찰자로 가두는 것이 아니라, 비인간 존재들과 운명을 함께하는 상호의존적 연대 의 주체로 호명하는 과정이다.   1월 7일,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의 난방 보조금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전력 중계탑들이 보인다. 중국이 겨울철 심각한 스모그를 막기 위해 석탄 연소를 제한하기 시작한 지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가스 보조금이 대부분 폐지되면서 허베이성 북부 마을 주민들은 난방비 부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6.1.7. AFP 연합뉴스 교육 목적은 공존 위한 ‘생태적 주체’ 기르는 것 ​ 자연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슬픔을 외면하고 국가적 AI 열풍이 제공하는 기술적 환상에 안주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지구의 이방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도구를 잘 다루는 ‘유능한 자본의 역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생명과 얽혀 있는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그들의 죽음에 함께 눈물 흘릴 줄 아는 ‘생태적 주체’를 기르는 데 있다. ​ 우리는 이미 생태계라는 거대한 구멍 속에 들어와 있다. 정책의 도입과 폐기라는 정치적 소음 속에서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라져가는 것들을 향한 진실한 애도이다. 이 불편한 슬픔을 직시할 때, 우리는 비로소 파괴적인 성장의 가속을 멈추고 공존을 위한 새로운 윤리를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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