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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대만판 5·18인 2·28사건 넘어 꿈꾸는 책들의 서점으로

대만판 5·18인 2·28사건 넘어 꿈꾸는 책들의 서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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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역사문화지구 다다오청의 궈이메이서점 탐방기 대만판 ‘5·18’로 불리는 2·28사건의 진앙 타이베이 다다오청 거리에 독특한 서점이 있다. 대만 역사에서 한국 현대사까지 관통하는 서적, 어린이책과 문화예술 서적은 물론이고 공산주의 관련 서적도 두루 소개하는 독립서점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한국 현대사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빼놓을 수 없듯, 대만 또한 2·28사건을 빼놓고서는 민주주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 2·28사건이란 1947년 2월 28일 대만 전역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국민당 정부 반대 운동이었다. 사건의 불씨는 하루 전인 2월 27일 점화되었는데, 당시 타이완성의 성도 타이베이의 중심가 다다오청의 텐마다방 앞에서 전매청 단속반이 무허가 담배를 팔던 노점상 여인을 마구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고, 이에 항의하는 시민에게 경찰이 총을 쏘면서 한 학생이 이튿날인 2월 28일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경찰서와 전매국으로 달려가 항의했고, 거듭된 발포로 사망자가 늘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대만 전역에서 파업과 철시, 시위는 물론 경찰서 무기고 습격으로까지 번져나갔다. 당시 2차 국공내전 속 수세에 몰리던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는 타이완섬으로 진압군을 파견했고, 함포사격까지 동원된 진압은 도시와 깊은 산속을 가리지 않았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체포되어 고문당했고, 사망자와 실종자도 속출했다. 당시 사망자는 정부 집계로만 2만 8천여 명에 달할 정도였다. 이후 2·28사건은 대만 국민당 정권 집권 내내 원죄처럼 따라다녔다, 마치 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정권 시절 ‘5월 광주’처럼. 2·28사건 진앙에 들어선 바로크 양식 건물의 독립서점   역사문화지구 디화지에에 위치한 궈이메이서점 전경. 타이베이를 휘감아 도는 단수이강 변 나루터로 교역의 중심이 되었던 다다오청은 이제 관광지로 재개발되어 유람선 선착장과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먹거리 야시장으로 변모했다. 인접한 역사적 현장 텐마다방은 아직도 커피점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고, 인접한 전통역사문화지구 디화지에 거리는 중국 전통 가극인 경극을 볼 수 있는 공연장에서 직물과 전통 의복 그리고 각종 약재 등을 파는 전통 상가들로 이어져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분주한 곳이 되었다. 이곳에 붉은 벽돌을 사용해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3층 건물이 있다. 입구 위 크게 ‘궈이메이’, 아래로 작게 ‘해산물, 육·해산물, 설탕, 밀가루, 기름류’라고 쓰여있지만, 들어서면 서점 공간이다, 궈이메이서점. 1층 매장을 들어서면 대만의 역사와 이곳 다다오청에 관련된 서적들이 먼저 눈에 띈다. 79년 전 이곳에서 일어났던 2·28사건을 다룬 책도 진열대의 노른자위에 배치되어 있다. 최근 중국과의 관계(양안 관계)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대만의 정체성을 지키고 가꿔 나아가기 위해서일까? 자오웨이런 점장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일축했다. 지리적으로 볼 때 외국 무역의 발달과 함께 발전한 다다오청은 전통적인 대만 분위기를 간직하면서도 대만의 역사와도 밀접하게 연결된 곳입니다. 따라서 대만을 주제로 한 서점의 초입은 대만인들뿐 아니라 관광객들 모두에게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대만서가 앞의 자오웨이런 점장. 대만 서점이라면 당연히 대만 관련 서적을 가장 좋은 곳에 진열하기 마련이란 설명이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대만의 현 상황을 지켜보거나 대만을 중국 일부로 인식한다면 그런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라는 따끔한 지적도 덧붙였다. 수긍이 갔다. 2층 세계관 형성을 위한 한국 서가와 유럽서가 서점의 공간 배치는 사람의 성장 과정에 착안했다고 한다. 자기 뿌리와 주변 환경을 익혀가는 유년기에 해당하는 1층에는 대만 관련 서적을,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성장기 격인 2층에는 세계사, 지리와 같은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배치했다. 마지막 3층에는 어린이책과 함께 문화예술 관련 서적 등 정신적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단계를 적용했다고 한다. ‘세계관 테마’에 해당하는 2층의 도서 진열 또한 눈길을 끌었다. 일본 관련 도서들이 가장 많았는데, 한국 관련 서적이 그 뒤를 이었다. 자오웨이런 점장에 따르면 최근 한국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진열 도서의 비중 또한 크게 늘었다고 한다. 2년 전만 해도 한국 책 코너는 한 칸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두 칸이 됐잖아요. 노벨상을 받은 한강 작가, K-드라마와 만화의 영향 덕분에 대만에서 출판되는 한국 소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 사회와 역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역사책도 많이 출간되었습니다.”   한국서가에 진열된 4.3 및 5.18 관련 서적. ‘한국판 2·28+백색공포’라는 소개 문구의 『제주 4·3』(허호준 저),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공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도 ‘5·18 광주! 광주!’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전시되고 있었다. 한국의 4·3사건이나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비슷한 경험을 한 대만 사람들에게도 공통된 관심사라고 밝히는 자오 점장은 대만에서 영화 『택시운전사』가 상영되면서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도서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고 밝혔다. 유럽 관련 서가로 고개를 돌리면 『자본론』이 눈에 띈다. 서가 상단에 보란 듯 1권부터 3권까지 한 세트가 독자적인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꾼 매우 중요한 저서”이기 때문이라고 점장은 설명했다.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꾼 중요한 저서 또는 오늘 대만 역사를 만든 사상 현대 정치의 좌우 진영을 논할 때조차 이 책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사실 아직 이 책이 판매된 적은 없지만, 서점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마르크스주의 역사서인 『혁명의 시대』(에릭 홉스봄 저),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1917, 열차를 탄 레닌』(캐서린 메리데일 저) 등도 보였다.   왼쪽부터 자본론, 혁명의 시대,10월 혁명의 교훈, 1917 열차를 탄 레닌. 1917년 러시아에서 일어난 두 차례의 혁명은 공산주의 국가들의 시작과 코민테른의 발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뿐만 아니라 대만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공산주의와 레닌의 혁명이 없었다면 중국 공산당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대만 또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 겁니다. 대만에서는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많은데, 공산주의와 같은 사회과학에 관해서도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도 공산주의를 공부하나요?” 갑작스러운 질문이 날아왔다. 1980년대, 1990년대에는 한국도 이 분야 책을 많이 읽었는데…” 하며 대답을 얼버무린 채 그 시절 한국에서는 이런 책을 읽거나 팔면 잡혀갔다”라고 말하자 대만도 마찬가지였어요”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는 사람은 공산주의자로 간주하여 체포됐지요. 그런데 사실 당시 대만 국민당 정부는 공산주의 발전을 연구하는 쑨원 연구소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국가 체제 안에서 부정적인 측면만을 연구했지만 말입니다.” 서로 마주 보고 씩 웃었다. 그리고 ‘서점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책’들은 잘 팔릴지 궁금했다. 이 분야의 애호가들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래도 오프라인 서점에는 전문적인 책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이렇게 비치해두어야 독자도 생기겠지요.” 원대한 목표, 100곳의 독립서점 궈이메이서점의 탄생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대만에서 두 번째로 큰 출판그룹인 독서공화국 궈충싱 회장이 독립서점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오랜 시기 출판업에 종사해 오면서 서점이야말로 출판사와 독자를 이어주는 가교가 되어 출판문화가 독자들에게 번져나갈 수 있게끔 하는 핏줄 역할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궈충싱 회장의 할아버지가 바로 19세기 말 바로 이 건물에서 식품류 유통업을 한 궈이메이(1878-1973)다. 궈이메이서점은 그런 가족사까지 담고 있는 서점이기도 하다. 궈 회장은 2020년부터 좋은 아이디어로 서점을 열고자 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그렇게 이 서점도 2022년 문을 열게 된 것이고요. 그는 100개의 서점을 여는 큰 포부를 가졌어요. 지금도 새로운 서점을 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궈이메이서점 내부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스마트폰 시대에 종이책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코로나 팬데믹까지 덮치면서 서점 시장도 얼어붙었다. 그간 독서공화국이 투자한 8개의 서점 중 현재에는 궈이메이 서점을 포함해 3곳만이 운영 중이라고 한다. 올해로 서점 운영 4년 차인데, 수익성은 어떠한가요? 솔직히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립서점치고는 규모가 크고, 전체적인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매년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희망을 가질 수 있겠지요.” 한국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서점이 문을 닫거나, 수익성 좋은 문구류나 음식업으로까지 사업의 물꼬를 전환하는 일이 흔하지 않은가. 궈 회장은 ‘책은 몇 권 없고 음식이나 문화창작품만 파는 곳으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 다다오청에는 쇼핑할 곳이 많으니, 이곳은 책을 통해 소통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하셨지요. 저 또한 서점이 우리의 상상력을 키우고 지역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점이야말로 문화에 대한 갈망 그 자체잖아요.” 독립서점이 꿈꾸는 비옥한 문화토양 지역 사회의 문화 갈망을 채워주기 위해 궈이메이서점은 몇몇 독립서점과 함께 ‘비옥한 토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시내 초등학교 학생들을 초청해서 서점을 소개하고, 직접 책을 골라 읽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문화예술 부문 도서들과 아동 도서들이 함께 진열된 3층의 공간이 다소 여유로운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사진6) 비옥한 토양 프로젝트에 참가한 어린이들(출처:궈이메이서점 인스타그램) 서점 수익금의 10%에 외부 기부금을 더해서 재원을 마련하지요.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해보세요. 가까이 서점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서점을 몰라요. 없으니까.” ‘비옥한 토양 프로젝트’의 효과는 이미 부모들의 반응에서 드러났다. 간혹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다시 찾아와서 ‘점장님, 우리 아이가 책 읽는 걸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하시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무척 뿌듯하죠.” 새싹 같은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까닭일까? 책으로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일까. 자오웨이런 점장의 얼굴에 미소가 환하게 비쳤다. 큰돈을 벌기 위해 서점을 운영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 서점이 100년 동안 살아남기를 희망할 뿐이지요. 그러려면 돈을 벌어야겠지요. 직원들에게도 더 나은 대우를 해주고 서점 운영에 미래가 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수많은 서점이 생겨날 것이고, 사람들도 서점을 많이 찾게 되겠지요. 어린이들도 책을 더욱 가까이하게 될 것이고요.”   디화지에 궈이메이서점 외경 (출처:궈이메이서점 인스타그램) 궈이메이서점 같은 100개의 서점이 100년 동안 마련한 비옥한 토양에서 아이들이 상상력의 나래를 활짝 꽃피운다면… 불가에서 말하는 ‘화엄 세상’이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인터뷰를 마치고 디화지에 거리를 걸어 나왔다. 다다오청 단수이강 너머 해 지고, 노을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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