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가격 급등 압박…독일 개입에 EU ETS 방향 흔들린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독일 정부가 EU ETS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 출처 = Unsplash
EU 배출권거래제(EU ETS)를 둘러싼 개편 방향이 드러났다.
블룸버그는 20일(현지시각) 독일 정부가 감축 속도 완화, 무상할당 연장, 가격 안정 장치 강화를 요구한 내부 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은 탄소가격 상승에 따른 산업 비용 부담이 크게 확대되는 구조다.
오는 7월 EU 집행위원회 개편안을 앞두고, 탄소가격 운영 방식 자체를 둘러싼 정책 조정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탄소가격 오르면 전기요금·생산원가로 전이
독일이 이런 요구를 내놓은 배경에는 탄소가격 상승이 산업 비용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있다.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발전사는 탄소 배출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이 비용은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철강·화학·시멘트 산업은 이 영향을 직접 받는다. EU 평균 전기요금에서 탄소 비용 비중은 약 11% 수준이며,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이 비중이 더 높다.
EU 철강 산업의 탄소 직접 비용은 2025년 7억유로(약 1조2100억원)에서 2035년 164억유로(약 28조5000억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시멘트 산업은 탄소가격이 톤당 50달러(약 7만4000원) 수준에서도 생산원가의 약 40%가 탄소 비용으로 구성된다.
배출권 가격 상승 전망도 유지되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EU ETS 가격이 현재 톤당 75유로(약 13만원) 수준에서 2026년 86유로(약 15만원), 2031년 142유로(약 25만원)를 거쳐 2035년 185유로(약 32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배출권 공급 축소와 무상할당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산업의 탄소 비용 노출이 확대되는 영향이다. 이는 감축 일정과 기술 도입을 반영한 기준선 전망이다.
감축 속도·무상할당 동시에 조정 요구
탄소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자 독일 정부는 제도 조정에 나섰다.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배출권 공급 축소 속도를 늦추고, 무상할당 폐지 일정도 연장하자는 요구다. 무상할당은 철강·시멘트 등 일부 산업에 배출권을 무료로 배분하는 제도로, 축소될 경우 비용이 기업에 직접 전가된다.
독일은 무상할당 기준 재조정도 제시했다. 현재 기준이 과거 배출 수준을 기반으로 설정돼 있어, 탈탄소 투자를 먼저 진행한 기업이 오히려 더 적은 배출권을 받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감축 목표는 유지하되 적용 속도와 방식은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 가격은 이미 정책 변수에 반응하고 있다. 독일 총리의 ETS 조정 발언 이후 탄소가격이 하락했고, 에너지 가격 상승과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최근 가격은 약 1년 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MSR 확대·국제 크레딧 활용 검토
EU 집행위원회는 시장안정화예비분(MSR)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MSR은 배출권이 과잉일 때 물량을 흡수하고 가격이 급등할 때 방출하는 장치다. 현재는 보유 물량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자동 폐기되지만, 이를 유지해 필요 시 다시 시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가격 급등 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독일은 여기에 국제 탄소 크레딧 활용도 제안했다. 가격이 급등할 경우 외부 크레딧을 시장에 투입해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다. 공식적인 가격 상한제는 없지만, 추가 공급을 통해 상승 폭을 제한하는 구조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개편 논의가 탄소시장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고려한 조정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