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투자은행, 40년 만에 원전 투자 재개 검토…유럽 SMR 기업 첫 대상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럽투자은행(EIB)이 40여 년 만에 원자력 발전 투자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각) EIB가 안정적인 기저부하 전력 확보를 위해 유럽 내 소형모듈형원전(SMR) 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IB는 초기 단계 프로젝트 위험을 낮추기 위해 수천만 유로 규모의 벤처 부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직접적인 대규모 자금 지원 효과로는 제한적이지만, ‘트리플A(AAA)’ 신용등급을 가진 EIB의 참여가 다른 투자자들에게 긍정적 신호로 작용해 시장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픽사베이
전력수요 증가ㆍ정치적 완화 흐름으로 투자 재개 검토
유럽연합(EU) 내 신규 원전 건설은 1980년대 안전성 논란과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은 원자로 폐쇄를 결정했고, 최근까지 프랑스의 원자력 중심 에너지 전략에도 제동을 걸어왔다. 그러나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이후 풍력·태양광 발전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24시간 안정적으로 무배출 공급되는 ‘클린 베이스로드(Clean Baseload)’에 대한 전력 수요가 커지고, 전기화 확대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독일의 새 연립정부가 프랑스와 원자력에 대한 기존 반대 기조를 완화한 정치적 환경에도 영향을 받았다. 독일 정부는 지난 7월 프랑스 정부와의 회담에서 원전에 대해 보다 우호적 입장을 보였고, 8월에는 양국이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저탄소 기술’ 전반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변화는 그동안 EIB의 원전 투자에 걸림돌이었던 정치적 장벽을 사실상 제거하는 계기가 됐다.
EIB, 유럽 내 SMR 기업 한정 투자 고려
EIB는 향후 6~12개월 이내 지원 대상 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EIB가 투자 대상을 유럽 내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기업으로 한정하면서, 비(非)유럽 기업의 설계안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Electric Co.)와 영국 롤스로이스(Rolls-Royce Holdings Plc)가 제출한 SMR 설계안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EIB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원자력 연구개발, 안전 개선, 연료주기 등 다양한 분야를 지원해 왔으며, 넷제로 기술, SMR 같은 에너지 안보 및 경쟁력 강화 수단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MR, 2030년대 상업 운전 가동 예정…EIB 원전 투자 재개 신호탄 쏘나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건설 과정도 간소하다.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어 공사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으나, 유럽위원회(EC)는 2030~2035년 사이 첫 상업 운전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본격적인 보급은 2040년 이후 대형 원전을 보완하며 전력 계통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EU는 2050년까지 원자력 신규 건설 및 수명 연장을 포함한 투자 규모를 약 2410억유로(약 396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전(SMR), 고급 모듈형·마이크로 원전, 핵융합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한 추가 투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IB는 1987년 이후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지만, 안전성과 환경 관리 차원에서 공급망 강화와 방사성 폐기물 관리 등 관련 분야에는 꾸준히 투자를 이어왔다. 신규 원전 건설에는 거리를 두면서도 원자력 산업 전반의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 확보에는 역할을 해온 셈이다. 실제 EIB는 지난 3월 원자로 연료 생산에 필수적인 과정인 프랑스 우라늄 농축 시설 확충을 위해 4억유로(약 6566억원) 규모의 대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SMR 검토는 원전 투자 재개의 첫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아직 논의는 초기 단계이며, 최종 투자는 EIB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