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강제노동 명분 통상 압박 확대…한국 포함 60개국 조사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 미국 정부는 강제노동 제품 수입 금지 이행 여부를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60개 교역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했다. / 사진 = Unsplash
미국이 강제노동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해 한국을 포함해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 주요 교역국 60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통상 조사를 동시에 개시했다. 강제노동 규제를 수입 차단을 넘어 통상 압박 수단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제301조에 근거해 60개 교역 상대국의 강제노동 관련 정책과 관행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자동차와 배터리 부품 등 공급망 핵심 산업으로 규제 집행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통상 조사까지 추가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규제 압박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작동 중인 집행망…자동차·배터리 부품이 새 표적
이번 조치는 이미 가동 중인 강제노동 수입 차단 체계 위에 추가된 것이다. 미국은 2022년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Uyghur Forced Labor Prevention Act)을 통해 강제노동 의심 물품의 수입을 차단하는 제도를 구축했다.
UFLPA 시행 이후 누적 심사 선적은 1만6000건을 넘었고 차단된 물품 규모는 약 36억7000만달러(약 5조480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집행 대상 산업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 로펌 트라우트만(Troutman) 분석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 들어 UFLPA 압류 선적의 상당수가 자동차·항공 부품 분야에서 발생했다. 전자 제품이 주요 대상이었던 2024년과는 집행 구도가 달라졌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력저장장치(ESS) 등 배터리 관련 부품 역시 UFLPA 집행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품목군으로 분류된다. 자동차 부품과 배터리 소재는 한국 제조업의 핵심 수출 품목이다.
수입 차단에 통상 압박까지…미국, 301조 조사 착수
이 같은 수입 차단 체계 위에 새로운 통상 압박 수단이 추가됐다. 미국이 무역법 제301조(Section 301)에 근거한 조사를 동시에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무역 제재 절차다. 특정 국가의 정책이나 제도가 미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미 무역대표부는 외국 정부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지 않는 정책이나 관행이 미국 상업에 부담을 주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USTR 공식 발표문에 따르면 한국은 이번 조사 대상 60개국에 포함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성명에서 외국 정부가 강제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했는지 판단하고 이러한 실패가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등 추가 무역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이에 13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사 개시 직후 한미 통상 이익 균형 유지를 원칙으로 민관 합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해관계자 의견서 제출 마감은 4월 15일로 예정돼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대응 준비 시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한국산 은 면죄부 아니다…미국·EU 양방향 압박
한국 기업은 이미 이 규제의 영향을 경험했다. 지난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한화솔루션의 미국 법인 한화큐셀이 들여오려던 태양전지 선적 7건을 일시 압류했다. 규모는 약 337만달러(약 50억원)다.
미국 세관은 제품의 생산국이 아니라 원재료 공급망 전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당시 한화큐셀은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해 통관에 성공했다.
이는 제품이 한국에서 생산됐더라도 원재료 공급망까지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산’이라는 원산지만으로는 수입 규제를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같은 규제 흐름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연합(EU)도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역내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을 채택했으며 2027년 12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의 수입 차단 체계와 통상 조사, 유럽의 시장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공급망 인권 기준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자동차와 배터리, 전자 부품 등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연결된 한국 제조업 역시 이러한 변화의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