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온 딥토크】류준우 그리드위즈 사장, AI·재생에너지 시대, 전력 유연성 이 돈 되는 세상 온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연초부터 시작된 인공지능(AI)에 대한 폭발적 관심은 이제 ‘전력’으로 향하고 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어떻게 대처할지는 전 세계가 마주한 과제다. 2024년 6월, 에너지 스타트업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기후테크 기업 그리드위즈는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폭증 시대를 맞아 어떤 전략을 고민하고 있을까.
지난 12일 경기도 분당 사옥에서 만난 류준우 사장은 이제는 전기를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보다, 어떻게 유연하게 관리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리드위즈는 전력 사용량의 변동성을 이용해, 1800여개 거래처 공장의 전력 사용량을 줄여 보상받는 수요자원관리(DR) 시장의 국내 1위 기업이다. 2013년 설립된 그리드위즈는 수요자원관리(DR) 서비스뿐 아니라,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EM) 사업,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태양광(PV) 사업 등 크게 4개 축으로 하는 분산형 에너지 시대의 종합 ‘에너지 솔루션’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류준우 사장은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선배인 김구환 대표, EM 사업을 총괄하는 김현웅 부대표와 함께 그리드위즈의 공동 창업멤버다. 그리드위즈는 2024년 기준 매출액 1247억원을 기록하며 에너지 신산업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드위즈 류준우 사장.
전력망의 고속도로, 도로 넓히기보다 교통량 조절 이 먼저
- 최근 영국 옥토퍼스 에너지의 플랫폼 자회사 크라켄 이 기업가치 11조 원을 인정받았습니다. 에너지 관리 플랫폼의 가치가 이토록 치솟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에너지 관리 솔루션이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로서 강력한 가치를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옥토퍼스는 유틸리티(발전) 회사이고, 크라켄은 그 안에서 태어난 플랫폼입니다. 옥토퍼스의 자체 고객 기반이 있지만, 동시에 다른 발전사들도 고객이 되어 사용하는 모델입니다. 일명 ‘에너지 B2B SaaS도 돈이 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유럽처럼 전력 데이터 신뢰도가 낮고 요금이 비싼 시장에서는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로 요금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열광합니다. 플랫폼이 유틸리티 회사를 대신해 고객 접점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죠. 우리나라도 전기 요금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데이터 기반의 관리가 정교해지면 이런 거대 에너지 플랫폼 기업이 등장할 토양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 그리드위즈와 크라켄은 비슷한 BM을 가진 기업 아닌가요. 가장 큰 차이는 무엇입니까.
크라켄은 주로 가정용 시장입니다. 요금 고지서, 태양광, 전기차 충전까지 묶어서 이렇게 하면 전기요금이 얼마나 줄어든다”를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유럽은 전기요금이 비싸고 데이터 신뢰도도 낮아서, 소비자 불만이 많거든요. 반면 그리드위즈는 산업용 고객이 중심입니다. 공장 설비를 실제로 제어해서, 전기 사용량을 줄인만큼 비용 및 탄소 절감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국내에서는 가정용 전기요금이 낮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생산성과 직결되는 기업들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 AI 데이터센터로 인해 전력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현장에서 보는 시각은 어떻습니까.
단순히 ‘늘어난다’고 말하기에는 상황이 복잡합니다. AI로 인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팹 등의 수요가 느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철강이나 건설 같은 전통 산업의 전력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진짜 문제는 수요의 총량보다 속도 와 변동성 입니다. 데이터센터는 당장 내년에 지어지는데, 발전소나 송전망을 짓는 데는 15년이 걸립니다. 이 시간적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유연성 입니다. 전기를 무작정 더 만드는 게 아니라, 남을 때 저장하고 부족할 때 아껴 쓰는 조절 능력이 하드웨어 인프라보다 훨씬 저렴하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발전소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유연성’도 발전설비로 봐야 합니다.
DR시장, 현재보다 2배 이상 성장 가능성 커
-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블룸버그 신경제(Bloomberg New Economy)와 손잡고 AI기반 전력망 효율화와 수요 기반 에너지 혁신을 목표로 한 글로벌 에너지 기술 연합(Global Energy Technology Coalition) 을 공식 출범시켰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에너지 생산에 비해 수요 혁신은 오랫동안 과소평가되어왔다는 것이 핵심이었는데요. 수요 혁신이 왜 중요한가요.
재생에너지는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고, AI 데이터센터나 전기차와 같은 새로운 수요처 역시 사용량의 변동성이 큽니다.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출렁이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이 간극을 실시간으로 메워주는 완충 역할을 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수요관리의 본질입니다.
전력망을 고속도로에 비유하자면 이전에는 계획된 위치에 발전소라는 톨게이트를 만들고 정해진 양의 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저기서 갑자기 차들이 나타나고 서로 사고파는 ‘당근 카셰어링’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고속도로는 차가 막히면 늦게 가면 그만이지만 전기는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단 1초라도 맞지 않으면 전력망 자체가 붕괴되는(블랙아웃) 특성을 가집니다. 따라서 흐르는 전력 양과 시간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미국의 데이터센터들이 전력망 연결 지연 문제로 폐쇄된 발전소를 직접 인수하거나 소형모듈원전(SMR)에 투자하는 현상도 같은 맥락입니다. 전력 인프라 확충 속도가 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력을 조절해서 쓰는 수요관리 기술은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전력망의 효율성을 높이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것입니다.
- 그렇다면 그리드위즈의 핵심인 DR(수요관리) 시장은 실제로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2배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 근거는 무엇입니까.
현재 국내 DR 시장은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3%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력 운영이 선진화된 국가들은 5~6% 이상을 DR로 충당합니다. 우리나라는 전력 사용량의 50%가 산업용이라 조절하기가 훨씬 용이합니다. 공장에서는 하루 전, 1시간 전, 혹은 실시간으로 전기 사용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공장 장비 중 1시간 정도 꺼둬도 생산에 지장이 없는 것들을 데이터로 분석해 최적화하면, 원전 10기를 새로 짓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 그리드위즈는 현재 1800여개 산업용 고객사를 확보, 이들의 전력을 모아보면 원전 약 2기에 해당하는 2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관리를 합니다. 이 시스템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어떤 프로세스가 이뤄지는지 설명해주시면 어떨까요.
초창기에는 현장에서 장비를 직접 제어하는 전기 담당자분들을 주로 만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를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비용 절감은 물론 ESG 경영과 탄소 배출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에 본사의 전략 팀이나 경영진에서도 큰 관심을 가집니다.
협업이 결정되면 공장에 계측 장비를 설치해 실시간 전력 사용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고객사의 환경에 따라 제어 장비를 직접 설치하기도 하고, 조업 스케줄을 합의하여 운영하거나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연계하는 등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이 전력을 모아서 전력거래소와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으로 전력을 거래하나요.
저희는 전력 시장에서 하나의 발전기 역할을 수행합니다. 크게 3가지 단계로 운영되는데, 첫째는 하루 전 시장입니다. 내일의 전력 수요를 예측해 필요한 만큼 입찰을 진행합니다. 둘째는 1시간 전 시장으로, 발전기 고장 등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긴급하게 대응합니다. 셋째는 실시간 반응입니다. 전력망의 주파수가 흔들리는 것을 감지해 즉각적으로 전력 사용량을 줄이거나 늘립니다. 저희는 가스 발전소보다 기동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전력망 안정화에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 기업들이 이 사업에 참여했을 때 얻는 경제적 이익은 어느 정도인가요.
기업 입장에서는 공장이 발전소가 되어 전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아낀 전력만큼 정산금을 받게 되는데, 규모가 큰 제철소나 대형 공장의 경우 연간 정산금이 수억원대입니다. 저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사가 가장 합리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점을 찾아드리기 때문에, 전력을 많이 쓰는 기업일수록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 향후 이 DR 시장의 기술적 진화 방향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시며, 그리드위즈는 어떤 전략을 갖고 계시나요.
지난 10년 동안 저희는 단순히 전기를 줄이는 것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기술을 확장해 왔습니다. 지금은 전기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전력이 남을 때 사용량을 늘려주는 플러스 DR, 배터리 시스템 연계, 전기차를 활용한 V2G(Vehicle to Grid)까지 자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산업용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집까지 전력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 겁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표준 기술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계획입니다.
에너지 기후테크, 현장과 레거시 산업 생태계 이해해야
- 국내 기업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처음부터 100%를 목표로 잡고 컨설팅에 수억 원을 쓰기보다, 1%부터 시작하라 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본사 옥상에 작은 태양광이라도 설치해서 우리 건물의 전기 패턴이 어떻게 변하는지 직접 경험해 봐야 합니다. 100m 달리기를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마라톤 풀코스 계획만 짜고 있으면 안 됩니다. 1%를 해보면 우리 기업에 태양광이 맞는지, 풍력이 필요한지,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섞어야 하는지 스스로 체득하게 됩니다. 그 데이터가 쌓여야 실질적인 전환이 가능합니다.
- 기후테크 기업으로서 상장까지 이뤄낸 선배로서 후배 기업들에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에너지 산업은 제도와 규제가 매우 단단한 분야입니다. 정보기술(IT)만으로 세상을 바꾸겠다 는 어프로치보다는 현장의 복잡한 규제와 레거시 산업의 생리를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후테크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입니다. 살아남아야 기회가 옵니다.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려 하기보다, 대기업이나 다른 기술 기업들과 협력해 시너지를 내는 에너지 생태계 를 구축하는 것이 성장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