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역대급 투표율…민주진보 표심 더 결집한 듯 [뉴스] 6.3 지방선거 선거일인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이 유효 투표를 집계하고 있다. 2026.6.3 연합뉴스
사전투표의 높은 열기가 본투표로 이어지면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율이 3일 오후 8시 기준 61.0%로 잠정 집계됐다.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웠던 1995년 제1회 때의 68.4%에 못 미치지만, 지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의 50.2%보다 무려 10.8%포인트가 높아 역대 두 번째 투표율을 기록했다.
높은 투표 열기가 예견됐는데도 서울 송파구와 광진구, 인천 등의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2~4시간 가량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서울시장 선거만이라도 개표를 중단하고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가장 높은 투표율을 나타낸 곳은 강원으로 64.5%를 기록했다. 최저치를 기록한 곳은 제주로 56.4%를 기록했다. 경기와 인천 역시 각각 58.3%와 57.7%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승패 전망이 일찌감치 갈리면서 유권자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결과로 풀이된다.
수도권 최대 격전지이자 지방선거 승패의 가늠자 격인 서울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맞대결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며 전국 투표율을 웃도는 63.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구별로 보면 ▲강남구 62.5% ▲서초구 66.3% ▲송파구 61.1% 등 강남 3구를 포함해 한강벨트 투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정 후보가 3선 구청장을 지낸 성동구의 투표율도 66.2%로 상당히 높았다.
사전투표 기간 뜨거운 투표 열기를 보여준 호남은 본투표에서도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원택 민주당 후보와 김관영 무소속 후보의 도지사 대결로 관심을 모은 전북의 투표율은 62.7%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진보 진영이 결집력을 발휘해 투표소로 더 많이 나온 반면 보수 진영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결집력이 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지지층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구심점을 잃은 데다 국민의힘에 실망한 합리적 보수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6·3 지방선거 투표율은 사종 일관 지난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보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12시에서 13시로 가는 시점에 지난달 29일과 30일 치러진 사전투표 투표율 23.51%를 합쳤다. 포털 사이트 다음 갈무리
다만 영남지역 등 이번 지방선거의 주요 격전지에서는 보수 세력 결집 움직임도 일부 감지됐다. 사전 투표율이 전국 꼴찌였던 대구는 본투표일인 이날 유권자들의 투표 행렬이 집중되면서 64.2%의 투표율로 16개 시도 가운데 강원·경남에 이어 세 번째 높은 투표율로 마감했다.
이번 선거 민심의 가늠자 역할을 할 부산(62.1%)·울산(64.2%)·경남(64.4%)도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전국 평균을 웃도는 투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부산 북갑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진 부산 북구의 투표율은 70.2%로 부산 기초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70%를 넘겼다.
반면 민주주의에 늘 깨어 있으며 전략적 투표를 한다는 평가를 듣는 광주시의 투표율이 54.3%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도 눈길을 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도 못할 사정들이 있으니 차라리 기권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유권자들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함께 실시된 경기도 가운데 조국 조국혁신당, 유의동 국민의힘, 김용남 민주당 후보가 뜨겁게 맞붙은 평택을 선거구가 포함된 평택시는 52.6%, 하남갑이 포함된 하남시는 63.1%를 기록했다. 안산을 선거구가 포함된 안산상록구와 안산단원구는 각각 54.8%, 54.8%로 집계됐다. 하남시를 제외하면 모두 전국 평균을 한참 밑돌았다. 특히 평택을이 저조한 투표율을 보인 것은 조 후보와 김 후보의 격렬한 대립이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잠정 투표율과 출구조사 결과, 개표 초반 흐름을 종합하면 이번 지방선거는 8년 전 지방선거와 상당히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의힘 소속 대통령 탄핵으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약 1년 만에 치러졌다는 점과 여당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었다는 점 등 선거를 둘러싼 여건이 꼭 닮았다. 당시 지방선거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70%가 넘는 국정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선거 결과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14곳을 석권했다. 다시 말해 이날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초반 추이가 이어진다면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어게인 2018 이 이뤄질 전망이다.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2026.6.3 연합뉴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