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급 마약류 이보가인 임상실험 승인 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열정남(wh0areu) 의 AI 활용 이미지
환각물질인 이보가인(Ibogaine)을 포함하는 관목의 뿌리 껍질(위키피디아)
4월 21일에 발간된 네이처 잡지의 뉴스 란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제목이 로 달렸다.
편집자는 기사에 경고를 달았다. 어떤 학자들은 환각제에 대한 연구를 촉진시키는 행정 명령에 기뻐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행정 명령이란 트럼트 대통령이 서명한 것으로, 즉시 법적 효력을 갖는다. 전쟁으로 세상이 시끄럽지만, 인간의 삶에는 다른 면도 있는 것이다. 이 명령과 정확히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1863년 1월 1일 링컨 대통령의 남부연방에 속하는 노예의 해방령 이 대표적인 행정명령이다. 1865년 이 명령에 담긴 내용은 모든 노예로 확장되어 미국의 수정헌법 13조에 명기 되었다.
이보가인 이란 아프리카의 나무 뿌리 껍질에서 추출된 환각성 알칼로이드로서 액체나 분말 형태로 가공될 수 있다. 특별히, 가봉, 카메론, 콩고 등의 중서부 아프리카에서는 이를 주민들의 축제에서 사용하였는데 24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각성시키는 효과가 있다. 어떻게 이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만큼 환각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2024년 네이쳐 메디슨 (Nature Medicin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etic stress disorder: PTSD)를 가진 제대병 30명에 투여한 결과 한 달 후 우울증 및 분노가 감소하였다고 한다.
대표적 일칼로이드 물질로는 카페인, 니코틴, 모르핀,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등이 있으며, 인체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비슷한 분자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알칼로이드 물질은 뇌의 신경 수용체에 도파민과 같이 자물쇠-열쇠 쌍 으로 딱 들어맞아 환각, 각성 작용 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게 퍼비틴(Pervitin)이란 이름으로 지급되었던 필로폰(위키피디아)
독일군이 2차대전 때 전격전을 수행하기 위해 병사들에게 지급했던 퍼비틴(Pervitin) 은 합성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서 흔히 필로폰 으로 불린다. 이를 복용한 독일 병사들이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진격해 프랑스 방어선을 무너뜨렸다. 실제로 1940년 전차전의 대가인 하인츠 구데리안은 전차병들에게 초인적 진격 속도를 요구하였다고 하며, 독일은 프랑스 침공 당시 3~4 개월간 3500만 정의 퍼비틴을 병사들에게 배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군의 놀라운 전투력에 조그마한 마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니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심지어, 197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하인리히 뵐마저 군 복무를 하며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다 퍼비틴를 보내 달라고 자주 요청했다고 한다. 1940년 이후 독일군이 급격하게 지급량을 줄임에 따라 금단 증세를 보였을 수도 있다. 그 때문인지, 그는 전후에도 모르핀 등 고통을 잊게하는 약물에 지속적으로 의존하였다고 한다.
이 불행한 일은 뵐만의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쉽게 말하면, 프랑스 전격전에서 독일군은 집단적 환각 상태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독일 참전병들이 겪었을 중독증을 생각하면, 전쟁 초기에 ‘퍼비틴’을 상습 복용하게 한 것은 참으로 비인간적인 일이다.
실로시빈(psilocybin)의 추출에 이용되는 환각 버섯(위키피디아)
‘이보가인’은 미국에서 매우 엄격히 규제된다. 환각 현상이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불가사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18일에 트럼프 정부가 이 환각물질에 대해 연구를 앞당길 뿐만아니라 특정 질환 환자들이 더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빠른 절차(fast track)를 밟도록 허가한 것이다.
미 식품의약청(FDA)의 수장인 마티 매커리(Marty Makary)는 후기 임상실험을 거치면 조만간 FDA로부터 승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조치는 마약 중독, 우울증, PTSD 같은 문제를 치료하는 데 이런 물질들이 잠재적 효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연구자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즉, 전통적인 치료법이 듣지 않는 환자에게 효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임상 실험에 따르면, 황홀경에 이르게 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이며 필로폰 유도체인 ‘MDMA’, 그리고 200여 종의 환각 버섯에서 추출된 ‘실로시빈 (psilocybin) 같은 마약도 이런 질병들에 대해 고무적인 효능을 준다고 한다. 최근, 쥐에 대한 연구로서 셀(Cell) 잡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실로시빈’은 뇌의 신경망 중 언어 및 추론 등 고차원적 인지기능을 하는 순환회로를 끊거나 약화시켜 부정적 생각을 줄이고, 대신에 시각 등 감각기관으로의 연결을 크게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뇌신경 연결을 크게 재구성하여 치료 효과를 준다고 한다.
이 외에도 실로시빈의 인간에 대한 긍정적 효과는 근래 네이처 잡지 등에 발표된 논문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래서, 2023년에 호주는 세계 최초로 이 두 물질을 PTSD 치료를 위해 승인하였다. 참고로, 본문에서 언급된 세 물질 모두 미국에서 1급 마약류 (Schedule 1)로서 최상의 마약류로 분류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두 가지가 완전 금지된 데 비해 MDMA는 제한적으로 의료 사용이 허가돼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물질들의 부작용 또한 걱정한다. 이런 점에서, 미 콜럼버스 오하이오 대학의 임상심리학자는 이 두 가지 물질처럼 상당히 연구되어 승인에 더 가깝다고 여겨진 것들 대신에 ‘이보가인’을 트럼프 정부가 특별히 승인한 점은 기대 밖이라고 한다.
물론, 앞에서 기술한 것처럼 ’네이처 메디슨 등 네이처 자매지들에 이보가인의 효과에 대한 연구 논문들이 실린 점에 비춰 이런 비교는 상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정부는 5000만 달러를 할당해 주 정부의 예산과 매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텍사스 주 정부는 ‘이보가인’의 임상실험에 앞장설 것이라 한다.
과연, 이 실험이 우려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약의 청정지대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이런 논의 자체가 아주 위태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마약들이 난치성 우울증과 PTSD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제한적으로 허가해도 되지 않을까?
의식의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의 2012년 마닐라 강의 모습(위키피디아)
인공지능(AI)이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게 발전하는 시대에 인간의 정신은 오히려 더욱 불가사의한 것으로 여겨진다. 미량의 마약에 의해서도 유리처럼 쉽게 깨질 수도 있지만, 열정적인 사랑과 자연의 근본 원리를 관통하는 직관이라는 경이로운 면이 있다. 아인슈타인은 어릴 적 언어 발달이 상당히 느려 서너 살이 됐을 때까지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부모도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얼핏 보잘 것이 없어 보일지라도 인간은 참으로 신비로운 존재인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이에게도 있는 ‘의식의 어려운 문제 (hard problem of consciousness)를 생각할 때도 그렇다. 어떻게 뇌의 물리적 처리 과정이 주관적인 경험(qualia)을 만들어내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가 1995년 The Conscious Mind 에서 본격적으로 제기한 것 말이다. 그런 인간다움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가져야겠다.
참고문헌
1. 네이처 뉴스
US speeds up research into mind- altering drugs including mysterious ibogaine,” Nature 2026, 652, 1103-1104.
2. 이보가인에 대한 네이처 메디슨 논문(Open Access)
Magnesium–ibogaine therapy in veterans with traumatic brain injuries,” 2024, 30, 373–381.
3. 실로시빈의 효과에 대한 셀 잡지 논문
Psilicybin triggers an activity-dependent rewiring of large-scale cortical networks,” Cell 2026, 189, 659-675.
4. 실로시빈의 효과에 대한 네이처 잡지 논문(Open Access)
Psilocybin desynchronizes the human brain”, Nature 2024, 632,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