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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이 대통령 8·15 경축사, 선언보다 실행이 관건이다

이 대통령 8·15 경축사, 선언보다 실행이 관건이다
[뉴스]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와 광복절 경축사는 단순한 연례 연설이 아닙니다. 대외 정책, 특히 한반도의 운명과 깊게 얽혀 있는 대조선(북한)·대일 정책의 기본 철학과 이정표를 대내외에 밝히는 가장 상징적 무대입니다.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정국에서 맞은 광복절 내란의 혼란을 수습하고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두 번째 경축사를 낭독했습니다. 지난해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적대적인 조선 흡수통일론을 지우고 상호 존중과 공존을 선언했습니다. 또 대일 정책에서 전 정권에서 사라졌던 ‘과거사 문제’를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렸습니다. 그래서 비로소 광복절 경축사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사뭇 다릅니다. 지방선거 이후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2년차에 접어든 이재명 정부를 향한 시민들의 시선은 한층 더 차갑고 매서워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김민석 새 당대표 체제를 출범시켰습니다. 국정의 기틀을 잡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박수갈채를 받던 취임 초기의 유예 기간은 이제 끝난 셈입니다. 이제 시민들은 화려하고 세련된 외교적 수사나 원칙적인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능력과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고 싶어 합니다. 국정 동력을 새롭게 다잡아야 할 2년차 이재명 정부의 운명이 이번 광복절 경축사의 구체적 실천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2026.8.15. 연합뉴스 눈에 띄는, ‘핵 중단 우선’ 정책과 당사국 다자회의 제안 이번 제81주년 경축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조선 정책의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경축사에서 천명했던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 추구, 일체의 적대행위 불 추구”라는 3대 원칙에서 더 나아가, 올해는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3대 청사진으로 포용적 평화공존, 안정적 평화공존, 책임 있는 평화공존”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핵심은, 그동안 전통적으로 고수해 왔던 ‘비핵화 우선주의’에서 실질적인 전환을 시도했다는 점입니다. 조선이 핵 무력 강화 노선을 헌법에 명시하고 대남 대화 창구를 걸어 잠근 냉혹한 정세 속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즉각적 비핵화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앞세우는 것은 아무런 진전을 낳지 못한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비현실적인 일괄 타결 대신 북한의 무기급 핵물질 생산과 핵 능력 고도화를 우선 중단(동결)시키는 ‘핵 능력 중단 우선’ 방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한국의 역할을 조·미 대화의 주변부에서 편의를 돕는 의미의 ‘페이스메이커’에 머물지 않고, 남북 관계 복원과 정전 체제의 평화 체제 전환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로 규정하고 종전을 위한 당사국 다자회의를 제안했습니다. 트럼프의 거래주의적 동맹관에 흔들리면 안돼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북미 대화 요청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응답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조만간 조미 대화가 재개되고 정세가 평화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항상 자신을 존중해 주었으며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친밀함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신호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안보 현실은 매우 냉혹합니다. 그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한 결정은 정교한 평화 전략의 산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상은 한국이 미국의 이란 전쟁 지원 요청을 거부한 데에 대한 불만과 방위비 증액 압박이 섞인 철저한 거래적 카드의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그는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 노력을 위한 군사 작전 지원 여부를 물었으나 단칼에 사양하겠다(No thanks!)”라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우리는 주한미군을 배치해 한국을 보호하고 있는데, 왜 도우려 하지 않느냐”,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한국을 돕는 데 개입하고 있느냐”라고 반문한 그의 발언은 철저한 거래주의적 동맹관을 보여줍니다. 한국이 미국 대통령의 기분이나 즉흥적인 제스처, 개인적 친분에만 과도하게 기대는 순간 한반도 평화의 주도권은 다시 워싱턴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2기 이재명 정부가 말뿐인 원칙을 넘어, 다가오는 9월 유엔 총회 등 다자외교 무대에서 독자적인 조율 능력을 적극적으로 입증해 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일 ‘동병상련의 연대’라는 위태로운 동상이몽 반면, 대일 정책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개별적인 역사 갈등을 직접 비판하기보다 실용적 국익을 꾀하고 미래지향적 협력을 확대하는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진정성”을 토대로 상생의 길을 모색하자는 완곡한 촉구입니다. 한일 양국은 미국의 강력한 통상 압박과 방위비 증액 요구, 미-중 갈등 격화라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 전략적으로 ‘동병상련의 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국이 공유하는 전략적 합의의 내면을 들춰보면 매우 위태로운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형국임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일본은 이 기회를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일 안보협력, 특히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에만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이러한 전략적 공감대를 지렛대 삼아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서 한 발 더 전진적으로 다가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일 안보 전략의 다른 지향점을 정교하게 조율하지 못한 채 군사적 밀착에만 속도를 낸다면, 과거사 앙금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정서의 격렬한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도자 개인기 아닌 시스템과 제도가 받쳐줘야 할 한일 관계 이 위태로운 연대의 취약성이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패전 날 행보에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그는 추도사에서 전임 총리가 13년 만에 부활시켰던 역사적 ‘반성’과 ‘부전의 맹세’ 구절을 삭제하고 아베 신조의 우경화 역사 인식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웃 나라의 외교적 비난을 피하려고 야스쿠니 신사 직접 참배는 미뤘지만, 신사에서 500m 떨어진 부도칸 주차장에서 신사 방향을 바라보며 두 번 절하고 두 번 손뼉을 친 뒤 다시 한번 절하는 ‘원격 참배’ 꼼수를 부렸습니다. 여기에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을 비롯한 내각 각료 4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자민당 간부들이 단체 참배를 감행한 것은, 한일 간 전략적 연대의 기반이 매우 무르다는 걸 잘 보여줍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부도칸 홀에서 열린 일본 패전 날 행사에서 전몰자 위령탑에 헌화하고 있다. 2026. 8. 15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비슷한 시기에 지지율 동반 하락을 겪고 있는 현재의 양국 정치 상황은 이러한 외교적 불안정성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가 시스템과 제도가 아닌 대통령 개인의 순발력과 직관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정권의 장악력이 느슨해지면 잠복해 있던 과거사 갈등과 대외 정책의 차이가 한꺼번에 표면으로 불거지면서, 그동안 좋던 관계가 사상누각처럼 무너지기 쉽습니다. 그동안 한일 관계 역사가 보여줬던 바입니다. 북핵 동결, 불안한 한일 연대 조율,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 이제 본격적으로 2년차에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한반도의 파도는 그 어느 때보다 거칠고 냉혹합니다. 안보를 굳건히 지키면서 비핵화 우선주의의 덫을 걷어내고 북핵 동결이라는 실질적인 평화를 이루어내는 일, 그리고 과거사 문제에서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불안한 대일 연대의 끈을 국익에 맞게 조율하는 일은 결코 말로만 풀어낼 수 없는 무거운 과제입니다. 이제 이 대통령은 말과 선언의 화려함을 내려놓고 구체적인 실행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성과로 승부를 해야 합니다. 시민들 역시 그동안의 온정적 지지에서 벗어나 외교의 실행 과정과 성과를 지켜보면서 준엄하게 평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 ohtak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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