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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의 광장을 빼앗은 자, 누구를 위한 감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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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권력자의 전리품 전시장이 아니다.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의 심장부이자, 권력과 시민이 정면으로 마주하는 민주주의의 가늠자다. 광장의 본질은 비어 있음 에 있고, 그 비어 있는 공간을 채우는 것은 권력이 하사한 조형물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유로운 발걸음과 거침없는 목소리여야 한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광화문광장 한복판을 점령한 ‘감사의 정원’ 조형물은 광장의 이 수평적 가치를 날카로운 수직의 위압감으로 찢어놓고 있다. 기획 초기부터 ‘받들어총’이라는 조롱 섞인 비유를 낳았던 이 조형물은 실제로도 ㄴ자 모양의 거대한 기둥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참전국에 대한 감사를 전한다는 명분은 숭고할지 모르나, 이를 담아낸 그릇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따뜻한 위로와 평화의 서사를 읽기보다, 국가주의적 권위가 주는 위화감을 먼저 마주한다. 진정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싶었다면 전쟁박물관이나 현충원 같은 전문적인 추모 공간을 내실화하는 것이 순리다. 서울의 얼굴인 광화문에 굳이 거대 구조물을 세워야만 감사가 전해진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이쯤 되면 이 조형물이 진정 참전국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를 세운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치적 쌓기’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광화문의 역사성을 개인의 대권 가도를 위한 배경화면으로 소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2026년의 시민들은 낡은 이념의 굴레나 국가주의적 기념비에 감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의 휴식권을 침해하고 시각적 공해를 유발하는 거대 조형물에서 단체장의 비대한 야심만을 읽어낼 뿐이다. 광화문은 세종문화회관의 예술적 향기와 언론사들의 비판적 지성이 공존하며, 때로는 시민의 분노와 열망이 시위의 물결로 일렁이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이곳에 박제된 듯한 위압적인 기둥을 세우는 것은 광장의 생명력을 억누르는 행위와 다름없다. 오세훈 시장이 진정 대권을 꿈꾸는 지도자라면, 구조물로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 하기보다 시민들이 광장에서 누려야 할 ‘자유의 공간’을 온전히 보전하는 안목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광장은 권력자의 전리품 전시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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