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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한반도까지 번져온 호르무즈의 검은 안개

한반도까지 번져온 호르무즈의 검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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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해군이 오만만에 접한 자스크 항 인근에서 군사훈련 중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란은 해군 훈련 마지막 날에 세계 석유 공급량의 5분의1이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개량 대함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2013.1.1. [AP=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에 전쟁의 안개가 짙게 내려앉았다. 미국과 이스라엘 대 이란 사이에서 촉발된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의 외피를 벗고 세계 질서 재편의 진원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평론가들은 앞다투어 묵시록적 위기 를 호명하지만, 공포는 사유를 마비시키는 독(毒)이다.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국가는 결국 타자의 논리에 떠밀려 스스로 선택한 적도 없는 전쟁터에 깃발을 꽂게 된다. 위기의 해부학은 공포가 아닌 냉정한 이성(理性)의 메스를 요구한다. 트럼프의 초대장이 가리킨 문명사적 갈림길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7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공식 요청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며, 한반도 안보 지형에 거대한 단층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주일미군 해병대의 중동 차출설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한반도 방어의 종심(縱深)을 구성하는 사드(THAAD)와 패트리어트(PAC-3) 포대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 중이라는 전언은 동맹의 해부도가 조용히 다시 그려지고 있음을 예고한다. 여기에 아덴만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의 임무 구역 확대안까지 거론되는 현 국면은, 우리에게 시대가 던지는 가장 준엄한 시험지를 내밀고 있다. 국익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정책은 누구의 이름으로 작동하는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방위산업과 숙련된 군사 역량을 어떻게 전략적 자산으로 운용할 것인가. 이 질문들은 단순한 정책적 선택지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동맹의 명령에 고개를 조아리는 하위 파트너 로 남을 것인지, 스스로의 운명을 설계하는 전략적 자율성 의 중견국으로 도약할 것인지를 묻는 문명사적 갈림길이다. 명분도 없고 생존도 보장 받지 못하는 파병 결론은 명료하다. 외교적 로드맵 없이 함정부터 투사(投射)하는 것은 나침반 없이 지뢰밭을 가로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분쟁의 출구가 시야 밖에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군이 수행해야 할 임무의 성격과 목적은 지극히 공허하다. 국제법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파병은 헌법 제60조에 명시된 ‘국회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민적 합의라는 민주적 토대 자체를 무너뜨린다. 전술적 결함은 더욱 치명적이다. 아덴만에 배치된 이순신급 구축함은 해적 소탕 같은 저강도 작전에는 최적화되어 있지만, 정규 전력을 보유한 이란을 상대하기에는 체급과 무장 양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특히 호르무즈의 가장 위험한 비대칭 무기인 기뢰 에 대응할 소해(掃海) 능력이 전무하다는 사실은, 그 함정이 생존을 보장받지 못한 채 전장에 투입됨을 의미한다. 방어체계도, 특수 임무 장비도 결여된 전력의 배치는 국가 지도층의 직무유기다. 새로운 전력을 편성하고 전개하는 데 최소 6주가 소요되는 동안, 중동의 전장은 이미 예측의 좌표 밖으로 이탈해 있을 것이다. 왜 가야 하며,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 — 이 근본 질문에 워싱턴은 끝내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덴만에서 활동했던 청해부대 최영함. 연합뉴스 DB 트럼프 리스크와 동맹 내의 위험한 균열 미국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 안보를 보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재미로 섬을 타격했다 는 식의 즉흥적 발언은 패권국 지도자가 갖춰야 할 위기관리의 이성(理性)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 붕괴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밴스 균열이다. J. D. 밴스 부통령은 이 전쟁에 대해 대통령과 현격한 이견을 공개적으로 노출하고 있으며, 트럼프는 그를 향해 나보다 이 전쟁에 덜 열정적이다 라고 직접 언급함으로써 백악관 내부의 전략적 혼선을 자인했다. 이는 이 전쟁에 대한 마가(MAGA) 진영의 분열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이후 마가와 트럼프가 일치되지 않는 새로운 분열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지도부의 균열은 전황의 불확실성보다 더 빠르게 번지고 있다. 자국 시민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지도자의 개인적 전쟁 에 한국이 공동운명체로 편입되는 것은 전략적 자살에 가깝다. 11월 중간선거를 향해 치닫는 미국 국내 정치의 소용돌이는 이 분쟁을 파국적으로 왜곡할 잠재력을 품고 있다. 지금의 미국은 강대국의 외피를 걸친 중환자(重患者)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율적 판단과 아시아 합종(合縱) 의 실용주의 물론 에너지의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현실과 억류된 자국 선박의 운명을 외면하는 것은 국가의 도리가 아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면, 그 방식은 반드시 워싱턴의 요청에 복종하는 종속적 참전이 아닌, 서울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자율적 전개 여야 한다. 전례는 이미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압력과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독자적 판단으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페르시아만 일대로 확장한 바 있다. 한국이 미국의 그늘 아래에서 이란의 적대감을 자초할 이유는 없다. 일본, 인도 등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역내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는 다자적 접근이 훨씬 지혜롭다. 한국이 선봉에서 총대 를 멜 전략적 유인(誘因)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이야말로 트럼프식 일방주의를 견제하는 중견국 연대 를 결집할 역사적 기회다. 미국과의 연횡(連橫) 에만 묶인 외교 문법을 해체하고, 아시아 국가들 간의 합종(合縱) 을 통해 집합적 목소리를 발신해야 한다. 이는 동맹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 요동치는 국제 질서의 격랑 속에서 한국이 스스로의 좌표를 새기는 영리한 생존 전략이다. 방위산업의 틈새 활용과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 역설의 변증법도 작동한다. 이 위기는 한국에 새로운 국제적 위상과 경제적 기회를 동시에 열어주고 있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의 우호국들은 자국 방어를 위한 무기 수요에 목말라 있다. 이들에게 공격 무기가 아닌 천궁·신궁 같은 방어 체계를 적극 제공하는 전략적 공세(攻勢)를 취할 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재고가 소진되어 가는 지금, 한국이 중동의 방어 솔루션 허브 이자 신뢰할 수 있는 무기 공급선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그것은 전장에 군함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국익의 증진이다.   작년 9월 29일 국군의날 미디어데이에 공개한 천궁Ⅱ 2025.9.29. 연합뉴스 동시에, 중동 의존형 에너지 구조를 해체하는 대수술에 착수해야 한다.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통한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중국과의 재생에너지 협력을 통한 공급망 혁신— 이 모든 것은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사활적 의제다. 지금이 바로 에너지 독립 의 원년을 선언할 때다. 위기에 강한 회복력 있는 에너지 구조는 미래 한국이 서 있어야 할 지반(地盤) 그 자체다. 미국 없는 한반도 라는 담대한 구상 파병 거부에 따른 대미 투자 위축이나 관세 보복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의 조선업 역량과 방위산업 기반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협상의 주도권은 워싱턴이 아니라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종대 국방전문가·전 국회의원 사드와 패트리어트가 한반도를 떠나는 지금, 우리는 미국 전략 자산 없는 한반도 방위 라는 낯설고 두려운 현실과 정면으로 대면하고 있다. 이 두려움을 직시하고 돌파하는 것이 자강(自強)의 출발이다. 시대의 현인은 파도 속에서 조류를 읽는다. 품격 있는 국가는 동맹의 의무와 생존의 권리 사이에서 굴종이 아닌 협상의 언어로 균형을 잡는다. 맹목적 추종의 시대를 끝내고, 냉철한 이성과 담대한 구상으로 새로운 질서를 주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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