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희 위원, ESG 공시 로드맵, 당정청 조율 단계 ...상반기 발표 목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논의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 협의 단계를 넘어 당정청 조율 국면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웅희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은 12일 삼일PwC가 연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시대, 실무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최근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과 로드맵 논의 현황을 설명하며, 2월말 공개된 초안이 정부 부처들 간 논의 결과였다면, 현재는 정부뿐만 아니라 청와대, 당까지 모두 합의해서 새로운 안, 개선된 안을 만드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웅희 상임위원은 공시 로드맵 발표에 시간이 더 걸리는 이유가 바로 이 새로운 합의 과정 때문 이라며 상반기 중에는 발표한다는 게 대통령 업무보고 때 명시돼 있었기에 5월이든 6월이든 전체적인 합의가 끝나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제공=삼일회계법인
국민연금·국회 문제 제기 이후 조율 범위 확대
이 위원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을 상반기 중 발표한다는 목표가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5월이든 6월이든 전체 합의가 끝나면 발표될 것”이라며, 발표 지연 자체가 기존 초안의 수정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봤다. 초안이 나왔고 최종 발표 시점이 제시됐는데 발표되지 않았다면 뭔가 변경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로드맵 초안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이 위원은 투자자나 시민단체 쪽에서 로드맵 안이 너무 약하다, 좀 더 많은 기업이 빠르게 적용해서 신뢰성 있는 정보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비판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 대표적인 예가 국민연금의 레터였다”고 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레터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정부에서도, 청와대에서도 이 정보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전쟁을 통해서 전환에 대한 중요성, 석유연료에 대한 탈피, 재생에너지에 대한 중요성이 더 부각되면서 이 정보의 필요성이 더 강조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자, 즉 롱머니(long money)이기 때문에 국가 공식 프레임워크 안에서 비교 가능하고 일관된 정보를 필요로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민연금 내부에서 지속가능성 정보를 활용한 밸류에이션 모델을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을 때 알파, 즉 초과수익이 나왔기 때문에 더 강하게 공시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다 고 전했다.
국회 논의도 변수로 거론했다. 이 위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금융위 로드맵 초안보다 더 적극적인 법제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 야당에서도 법안을 발의해서 여야 쟁점 법안이 아니라 정책 법안처럼 다뤄져 논의는 활발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종속기업 수천개”…기업 부담도 핵심 변수
다만 로드맵 설계 과정에서 기업 부담도 핵심 변수로 검토되고 있다. 이 위원은 자산 30조원 이상 기업 58개만 보더라도 전체 종속기업이 8600개, 주요 종속기업이 2370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자산 1조~2조원 기업까지 확대하면 공시 준비 대상이 되는 종속기업 수는 크게 늘어난다.
지속가능성 정보는 회계정보와 준비 난도가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회계정보는 종속기업들이 이미 시스템과 개념을 갖고 있고 연결 결산 체계도 존재한다. 반면 지속가능성 정보는 관리체계, 시스템, 개념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연결 기준 공시는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종속기업 정보를 그대로 공시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 공시에도 중요성 원칙이 적용된다. 다만 재무적 중요성을 판단하는 방식이 재무제표처럼 금액 기준으로 단순하게 정리되기 어렵기 때문에, 실무 논의와 프랙티스 축적이 필요하다고 했다.
종속기업의 범위 역시 아직 정량적 기준이 명확히 제시된 것은 아니다. 이 위원은 연결 기준 기후공시에서 종속기업이 많을 경우 정량적 중요성 가이드는 명시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업이 합리적 근거를 마련하고, 연결 보고경계 정책서에 이를 설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무적으로는 누적 배출량 95%까지 포함하거나, 특정 종속기업이 전체 배출량 또는 자산의 일정 비율 이상인지 보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다만 전체 설명력이 낮거나 특정 기업 하나가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합리적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초기 완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예컨대 10% 이하 중소기업 제외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공시 대상 종속기업 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기업 간 비교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공시 시점과 채널은 후속 논의
공시 채널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이 위원은 Q&A에서 공시 시점에 대해 초안에는 3월 재무제표와 동시 보고하는 방향으로 제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시 채널은 사업보고서 통합 공시인지, 거래소 공시인지가 쟁점이다. 글로벌 흐름은 연차보고서나 사업보고서 통합 공시에 가깝다. 지속가능성 정보를 재무제표에 준하는 정보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이 위원도 한국도 궁극적으로는 사업보고서에 지속가능성 정보를 통합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거래소 공시를 거쳐 법적 공시로 간다면 어느 정도 전환 기간을 둘 것인지, 거래소 공시를 거치지 않고 바로 법적 공시를 실행될 지에 대해서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고 말했다.
기준 적용 지원책도 준비 중이다. 한국회계기준원은 기준이 나온 만큼 교육자료, 적용사례, 가이던스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파일럿 테스트와 질의회신 제도도 운영할 계획이다.
파일럿 테스트는 로드맵 발표 이후 약 6개 산업의 대표 기업 20여곳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업, 전문가, 유관기관이 함께 공시 준비 과정에서 난도가 높은 과제를 해결하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드는 취지다.
이 위원은 어떤 대상이 언제, 어떤 채널로 공시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기준이 확정된 만큼 기업들은 준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기후공시는 배출량 공시 아냐”…자연·인적자본·AI도 후속 의제
한편, 이 위원은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과 만나 비EU 기준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측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과의 정합성을 높여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이 한국 기준에 따라 준비한 내용을 EU 제출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이중 보고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미국에서도 지속가능성 정보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규칙은 철회됐지만, 미국 자본시장 내부에서는 기후와 인적자본 정보가 재무적으로 중요하다는 투자자 요구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캘리포니아는 별도 기후공시 제도 관련 의견조회에 착수했고, 영국과 일본도 기준과 인증제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위원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와 관련해 의무 공시로 정해진 기후공시에 대해서도, 기후공시를 탄소배출량 정보 제출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고 강조했다. 탄소배출량은 지표 중 하나일 뿐이다. 핵심은 기업이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어떻게 관리하고, 이를 재무적으로 어떻게 산출하며,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를 보여주는 체계라는 설명이다.
그는 확정 로드맵에 기후 외 지속가능성 사안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논의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후속 공시 의제로는 자연, 인적자본, 인공지능(AI)이 거론됐다. 이 위원은 ISSB가 자연과 인적자본을 연구 중이며, 자연 관련 실무서 공개초안도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I도 하나의 산업이나 기술을 넘어 기업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이벤트’로 볼 수 있어 향후 지속가능성 사안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