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조성 위험한 이륙 채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지역균형발전은 국가운영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그 열망이 과학적 타당성 과 경제적 합리성 을 무시할 때,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발전은 도리어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은 수많은 데이터와 전문가들의 경고를 외면한 채 여전히 위험한 길을 달리고 있다. 이 거대한 국책사업이 보내는 숫자들의 경고는 어느 것 하나도 무시할 수 없다. 공항 조성을 밀어붙이기에 앞서 그간 나열된 경고의 숫자들을 다시한번 상기해야만 할 때다.
첫째,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을지 의심되는 부등침하
가덕도 신공항 부지는 수심이 최대 20m에 달하고, 그 아래로 연약지반(뻘층)이 최대 60m나 쌓여 있는 곳이다. 전체 부지의 약 59%를 바다를 메워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활주로가 육상과 해상에 걸쳐 연결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육지와 바다의 지반 지지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활주로가 불규칙하게 내려앉는 부등침하 가 발생하게 된다. 가덕도 부지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일본 간사이 공항은 개항 이후 무려 13m 이상 침하되었고, 지금도 침하는 진행형이다.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의 지출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대적 공법으로 해결 가능하다 는 말만 되풀이할 뿐, 간사이 공항보다 훨씬 복잡한 지층 구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나무위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국내 1위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입찰 과정에서 공사 기간 내 안전성 확보가 불가능하며, 치명적 항공사고 위험이 있다 는 취지의 의견을 내고 사실상 이 사업을 포기했다는 사실이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불과 몇 cm 깊이의 도로 파손에도 차량은 때로 심하게 흔들리면서 위험해진다. 도로파손과는 상상할 수 없는 높이인, 몇 m나 꺼질지 모르는 활주로를 비행기가 안전하게 뜨고 내릴 수 있다는 주장이 과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가? 데이터를 공개하고 검증하자는 주장은 안전을 담보하는 첫걸음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숨기기에 급급하다.
둘째, 사업비는 눈먼 돈-7조 5천억에서 28조 6천억으로
처음 사업을 추진할 당시 부산시는 사업비를 약 7조 5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안전 시설과 접근 교통망을 포함하면 최대 28조 6000억 원이 소요될 수 있다고 했다. 김해공항 확장안(약 4조 3000억 원)의 약 7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아 경제성 평가를 건너뛰었지만, 투입되는 비용 대비 효과(B/C)가 현저히 낮다는 것은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20조 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더 투입하고도 경제성은 차치하고, 안전성조차 장담할 수 없는 공항을 짓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일까? 20조 원을 국민의 미래를 위해 다른 곳에 사용할 때의 기회비용도 따져봐야 하지 않겠는가.
가덕도 신공항(계획)과 주변 지도. 부산광역시
셋째, 깜깜이 수요 예측-연간 3400만 명은 비현실적
동남권 항공 수요는 분명 증가하고 있다. 김해공항은 연간 1800만 명 수준의 이용객을 처리하며 포화 상태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의 목표 수요인 연간 3400만 명이 과연 현실적인 숫자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인천공항으로의 접근성 개선, 고속철도망 확충,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할 때, 동남권만의 항공 수요가 20년 후 지금의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나치게 부풀린 수치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부산 주변을 제외한, 현재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경북지역 이용객의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에 따른) 감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많은 이용객이 더 큰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수요 예측이 부풀려진다면, 결국 막대한 투자 대비 이용률이 저조한 애물단지 공항 이 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항공 안전과 환경 리스크-조류 충돌 위험성 커
가덕도는 맹금류의 동북아 이동 경로의 핵심에 위치해 있다. 시민단체의 2025년 가을 현장조사에 따르면, 가덕도 상공에서 단 16일간 붉은배새매 한 종만 최소 1만 2000마리가 확인되기도 했다. 단 한 종이 며칠간 가덕도 하늘을 뒤덮은 것이다. 맹금류는 개체 무게가 무겁고 빠르게 비행하기 때문에 한번 부딪히면 다른 조류에 비해 충돌피해는 훨씬 심각하다. 그럼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철새의 주요 이동 시기를 비껴간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맹금류 충돌(Bird Strike) 위험을 과소평가했다. 활주로 폭 역시 인천공항(60m)보다 좁은 45m로 계획되어 있어, 측풍이 강한 해상 공항의 특성상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과거 기상청의 풍향 데이터에 오류(동풍 계열 과다 측정)가 있었음이 밝혀졌는데도, 활주로 방향(동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불감증은 아직 생생한 아픔이 전혀 가시지 않은 무안공항 사태를 겪고 나서도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류 충돌은 가정이 아니라 현실이다. 2009년 미국 US에어웨이스 1549편은 이륙 직후 새 떼와 충돌해 양쪽 엔진이 모두 멈췄다. 기장의 기적적인 판단으로 허드슨 강에 불시착해 전원이 생존했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국내에서도 연간 수십 건의 조류 충돌 사고가 보고되고 있으며, 엔진 손상이나 기체 파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덕도처럼 철새 이동 경로 한가운데 공항을 건설한다는 것은, 매일 수천 명의 승객을 태운 항공기들을 이 위험에 노출시키겠다는 의미다. 부등침하로 활주로가 불규칙하게 내려앉은 상태에서 조류 충돌까지 발생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측은 신규활주로와 기존 활주로를 풍향에 따라 각각 이륙전용, 착륙전용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남풍이 불 경우 기존 18R 서클링 대신 신규 활주로의 남동방향으로 착륙하고, 이륙은 기존활주로의 18R로 이륙하며, 북풍이 불 경우 36L 활주로로 착륙하고, 이륙은 신규활주로의 북서방향으로 이륙한다. 신규 터미널에서 국제선을 취급하므로 급유시설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커퓨 문제는 달라진 게 없으며 소음 피해 범위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이미 검증된 대안-김해공항 확장안 폐기
세계적인 공항 설계 전문 기업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과거 용역에서 김해공항 확장안을 최적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활주로를 V자형으로 신설하면 돗대산 충돌 위험과 소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으며,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빠르게 동남권 관문 공항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이 결론을 뒤집은 것은 공학적 데이터가 아니라 정치적 논리였다. 김해는 안 된다 는 프레임에 갇혀, 우리는 이미 손에 쥐고 있던 경제적이면서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해법을 걷어차고 비경제적이면서도 위험천만한 바다로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현실적인 대안은 존재한다. 지금이라도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들이다. 우선 김해공항 확장을 통해 단기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는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입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한 후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접근이 가능하다. 김해공항 V자형 활주로 신설과 함께 첨단 관제 시스템을 도입하면, 상당한 수준의 항공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경우 사업비는 4조~5조 원 수준으로, 가덕도 신공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절약된 20조 원 이상의 예산을 동남권의 다른 교통 인프라나 산업 육성에 투자한다면, 지역 발전에 훨씬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핵심은 가덕도냐, 김해냐 의 이분법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동남권 항공 수요를 해결할 것인가 라는 과학적 접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관련정보 공개하고 원점서 찬반의견 비교평가해야
정치는 표를 먹고 살지만, 공항은 과학 위에 지어져야 한다. 최대 60m의 연약지반, 28조 원에 육박하는 예상 비용, 1만 마리가 넘는 철새 군집, 그리고 45m의 좁은 활주로. 이 숫자들은 우리에게 위험한 사업을 멈추라 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 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정작 공항을 이용할 주민들, 그리고 이 사업의 영향을 받을 국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덕도 신공항이 답 이라는 결론만 있을 뿐, 왜 다른 대안들이 배제되었는지, 실제 위험은 얼마나 되는지, 경제성은 확보되었는지에 대한 객관적 정보는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만을 위한 공항이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동남권 전체의 관문이자, 국가의 미래 발전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그렇기에 더욱더 철저한 검증과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지역의 자존심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오직 과학적 데이터와 경제적 타당성만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우리 지역에 공항을 지어야 한다 는 열망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 공항이 20년 후 안전사고의 온상이 되거나,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며 국민의 짐이 된다면,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재앙이다. 지금이라도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모든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찬반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대안들을 공정하게 비교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 막대한 매몰 비용과 훗날의 대형 참사를 막고, 진정으로 부산·경남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용기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주민들은 현황을 제대로 알 권리가 있고, 국가는 그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비판 없는 합의는 맹목이고, 검증 없는 사업은 도박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니라, 냉철한 이성과 과학에 기반한 합리적 판단일 뿐이다. 표를 위한 정치에 휩쓸려 안전을 팽개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