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IPO 4년 만에 최대…지열·원전·전력설비가 주도 [start-up]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침체했던 기후테크 투자시장에 다시 자금이 몰리고 있다. 다만 투자 회복세가 전력 장비와 원자력, 지열 등 에너지 분야에 집중돼 기후테크 산업 내 양극화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13일(현지시각) 시장조사업체 커런스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2026년 상반기 전 세계 기후테크 기업의 기업공개(IPO)와 인수 거래가 153건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70% 증가한 수치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기후테크 투자시장은 2022년 이후 크게 위축됐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진 데다, 사업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후기술의 특성이 투자 부담을 키웠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펀드에 자금을 넣기보다 기존 투자에서 실제 수익이 발생하는지를 먼저 요구했다./ChatGPT 생성 이미지
기후테크 거래 70% 증가…IPO로 10조원 조달
이번 거래량 증가세는 기업 인수가 주도했다. 올해 상반기 기후테크 기업 인수 건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약 65% 늘었다.
얼어붙었던 IPO 시장도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상반기 상장한 기후테크 기업은 17곳으로, 금리 인상과 자본시장 위축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2년 이후 가장 많았다. 기업들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67억달러(약 10조원)다. 2025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기후테크 기업의 상장과 인수가 늘면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도 투자금을 회수할 통로를 마련하게 됐다. 이를 통해 벤처캐피털은 새로운 기후테크 기업에 다시 투자할 여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 컨그루언트벤처스의 조슈아 포사멘티어 매니징파트너는 이번 거래 증가가 기후테크 생태계의 투자 선순환을 유지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IPO 60%가 에너지 기업…AI 전력 수요가 시장 바꿨다
이번 투자 회복은 기후테크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에너지 분야 로 자금이 쏠렸다. 상반기 인수된 기후테크 기업 가운데 3분의1 이상이 에너지 기업이었으며, IPO 기업의 약 60%도 에너지 분야에 속했다.
특히 지열발전 기업 퍼보에너지, 차세대 원자로 개발사 엑스에너지, 전력장비 제조사 포전트파워솔루션 3개 기업이 상반기 전체 기후테크 IPO 조달액의 약 65%를 차지했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지열·원자력 발전과 전력장비 기업의 투자 매력이 커졌다.
제프 존슨 비캐피털 제너럴파트너는 투자자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산업 전기화에 필요한 전력을 즉각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원하고 있다”며 주식 시장이 이들 기업의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면, 지속가능한 식품, 기후 스마트 농업 등 다른 기후테크 분야는 여전히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조슈아 포사멘티어 매니징파트너는 현 시장의 일부 분야에는 자금이 넘쳐나지만, 다른 분야는 바짝 마르는 ‘풍요와 기근 구조’ 라고 진단했다.
스팩 대신 일반 상장…기후테크 상장 심사 문턱 높아졌다
상장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2020년대 초 기후테크 IPO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합병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스팩은 사업 실적이 없는 서류상 회사를 먼저 상장한 뒤 비상장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일반적인 공모 절차를 거친 상장 기업이 늘었다. 일반 IPO는 스팩 합병보다 재무구조와 사업성에 대한 심사가 까다롭다.
킴 저우 커런스 공동창업자는 현 상황을 시장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성숙한 투자금 회수 사례가 마침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후테크 기업이 성장 전망만으로 투자받던 시대를 지나, 실제 매출과 사업성을 검증받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상장 대기 기업도 늘고 있다. 차세대 원자로 개발사 뉴클레오와 핵융합 기업 TAE테크놀로지스는 이미 상장 계획을 공개했다. 킴 저우 창업자는 향후 6~12개월 동안 기후테크 기업의 IPO가 계속될 것 으로 내다봤다.
다만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올해 상장한 퍼보에너지 주가는 고점보다 35% 하락했으며, 엑스에너지도 사상 최고가보다 55%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킴 저우는 기업 상장이 늘어난 것은 시장이 완전 회복됐기 때문이라기보다 투자 여건이 다시 악화되기 전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