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디지털제품 여권(DPP) 대응…중기부, 구독형 디지털 솔루션 4월 출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디지털제품 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은 제품에 대한 모든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저장하고 확인할 수 있는 도구다. 소비자가 제품 포장지에 인쇄된 QR코드를 찍으면 DPP에 입력된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유럽연합(EU)이 2022년 에코디자인 규제안을 발표할 때, EU 역내에 유통되는 모든 제품에 DPP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면서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과 함께 또 다른 무역 장벽으로 주목받게 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은 이에 DPP 제도의 현황과 대응 방법을 모색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20일 개최했다. 발제는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이 DPP의 동향과 시사점, 안광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단장이 중소기업의 DPP 및 환경규제 대응을 주제로 진행했다.
DPP 전체 산업으로 확산…기존 인증제도 연계하여 대응해야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은 DPP를 “제품에 대한 모든 정보가 포함되는 토탈 패키지”라며 “환경영향정보, 노동자 인권, 제품 성능, 재생원료 함량, 재활용 가능성, 수리용이성, 내구성 등의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가 포함된다”고 소개했다.
DPP는 관련 법이 마련된 산업 분야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김 그룹장은 “EU는 지난해 배터리법을 통과시키면서 배터리여권을 먼저 도입했고, 앞으로 법안이 마련된 포장 및 플라스틱, 섬유, 건설 및 건물 부문을 필두로 전체 산업에 디지털제품 여권이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U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도 DPP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 그룹장은 “기존에 나와 있는 규칙들이나 표준을 다시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글로벌 배터리얼라이언스와 같은 민간 이니셔티브에서 발표한 배터리 여권 가이드라인이나 스웨덴의 지속가능성 연구 협의체인 트레이스포밸류(Trace4Value)의 섬유 DPP 주요 데이터 표준 양식을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은 제도 대응의 첫 단계로 DPP에 집어넣을 정보 항목을 모아야 한다. 김 그룹장은 “기존의 인증 제도들이 요구하는 정보들과 DPP에 입력해야 할 정보들은 중복되는 부분들이 있다”라며 “예를 들어, 탄소발자국이나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성적표지와 연결되므로 기업들은 기존의 인증제도들과 연계하여 DPP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은 배터리여권을 사례로 연계할 수 있는 환경성적 표지와 기타 인증들의 항목들을 제시했다./국회미래연구원
중기부, 4월 디지털 솔루션 출시…DPP, CBAM, LCA, ESG 보고서 한큐에 해결
안광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단장은 유럽에서 밀려오는 디지털제품 여권 제도가 국내 중소기업에 미칠 타격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안광현 단장은 “DPP는 각종 환경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디지털 기반의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라는 유럽의 취지가 들어가 있는 제도”라며 “제조 전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5년~2026년이면 DPP가 범람하게 될 것이며 이는 기업 존폐를 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이런 시스템을 구축할 시간과 비용을 낼 수 있느냐다. 안 단장은 “공급망에는 OEM과 1,2,3,4차 벤더들이 있다. 개별 기업이나 공장이 ESG 보고서를 내는 것과 공급망 ESG 보고서를 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라며 “ISO 인증만 해도 사람이 수개월 현장에 머물며 실사를 진행해야했고, 중소기업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내야 하는데, 중소기업이 유럽 수출을 위해 그 큰 금액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U는 디지털 솔루션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미 유럽에는 DPP 구축을 위한 디지털 솔루션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안 단장에 따르면, EU는 CIRPASS라는 SI업체와 기업의 각 공장들에 설치된 온도, 압력 등을 측정하는 센서들에서 수집된 정보를 한곳으로 모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솔루션의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의 전기전자산업협회(ZVEI)는 2022년에 이미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탄소발자국 컨트롤 캐비닛이라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실제 제품들이 들어있는 캐비닛이 있고, 캐비닛을 닫으면 그 안에 있는 제품들의 탄소 배출량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이 준비하고 있는 클라우드 종합솔루션 사업 도식/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디지털 솔루션을 준비 중이다. 안 단장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은 오는 4월 VCP-X(가칭)라는 클라우드종합솔루션을 론칭하여 국내 기업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솔루션은 정부 소유의 구독형 플랫폼이다. 구독 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DPP 리포트, ESG 리포트, CBAM 인증서, 전과정평가(LCA) 디지털 리포트를 모두 발행받을 수 있으며 현재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정부의 스마트 팩토리 지원사업에 위와 같은 기능을 더한 것이다. 안 단장은 “정부는 지난해까지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하여 3만 개 이상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여 중소기업들이 제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라며 “이 데이터들이 클라우드에 모이고, VCP-X를 구독하면 EDC 커넥션이라는 기술로 DPP, CBAM인증서, ESG 보고서에 필요한 데이터 항목을 뽑아내어 보고서를 만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