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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ESG적 생각】‘생물다양성 순이익(BNG)’과 디벨로퍼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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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새로운 변화가 감지된다. 영국 정부는 디벨로퍼(개발업체)에게 주요 개발 프로젝트에서 10%의 생물다양성 순이익(Biodiversity Net Gain, BNG)을 달성할 것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주택 개발, 산업용 및 상업용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자연과 생태계 전반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다. 영국은 의무적인 생물다양성 순이익 요건을 도입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도시 공간의 창조자’에게 부여된 새로운 과제 위에서 ‘디벨로퍼’를 간단하게 ‘개발업체’라고 기재했지만, 사실 디벨로퍼의 역할과 존재 의의는 그렇게 간단하게 이야기할 것은 아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디벨로퍼를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도시 공간의 창조자’라고 표현했다. 이런 ‘도시 공간의 창조자’에게 BNG라는 이름의 전에 없던 과제가 부여된 것이다. 이 연구원이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과 기획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디벨로퍼는 개발 사업의 주체로서 토지나 부동산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이를 극대화해 개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단순 시공 형태의 도급 사업과는 결이 다르다. 디벨로퍼는 사업 발굴, 토지 매입, 기획, 설계, 자금조달, 마케팅, 분양 및 임대, 자산관리 등 개발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아우르며 사업을 총괄한다. 이제 생물다양성 순이익은 개발 사업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가 됐다.   10%가 만들어낼 차이, 도시 개발의 내러티브를 바꿀 것 생물다양성 순이익은 2021년 영국 환경법(Environment Act)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자연 서식지를 조성하고 환경을 개선하여, 개발 프로젝트가 개발 이전 상태와 비교했을 때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양적, 질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종의 ‘자연 시장(nature market)’을 상정해 보면, 생물다양성 순이익은 디벨로퍼에게 자연 손실에 대한 보상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이다. 개발 과정에서 숲이 파괴되면, 다른 숲을 새롭게 조성해야 한다. 기존 숲이 있는 곳이든, 다른 곳이든 말이다. 생물다양성 순이익은 서식지의 크기, 위치, 유형, 질 등의 요소를 고려한 ‘생물다양성 단위(biodiversity units)’를 계산한 다음, 최소 10%의 생물다양성 순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생물다양성 단위를 산출하는 방식을 기초로 한다. 생물다양성 순이익 요건은 신규 개발에 먼저 적용되고, 2025년 말에 대규모 국가 주요 기반 시설 프로젝트(Nationally Significant Infrastructure Projects, NSIPs)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생물다양성’ 자체에 대해서조차 비교적 최근 들어서야 논의가 활발해지는 모양새인데, 영국의 이런 정책 집행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10%가 만들어낼 차이! 이 10%는 도시 개발의 내러티브를 바꿀 것이다.   영국 환경부 장관의 평가 그리고 ‘방향성’에 대한 기대 생물다양성 순이익은 영국 정부가 2030년까지 생물 종 감소를 막겠다는 약속 이행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환경부 장관 레베카 포(Rebecca Pow)는 생물다양성 순이익 의무 요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생물다양성 순이익은 모든 사람이 녹지 공간이나 수변에서 도보로 15분 이내에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기반으로 한다고. 이 새로운 개발 문법을 이해하려면 생물다양성 순이익의 큰 줄기를 이해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온사이트(on-site)’ 방식이 우선시된다. 디벨로퍼가 개발 부지에 새로운 서식지를 조성하거나 기존 서식지를 개선하는 방향이다. ‘오프사이트(off-site)’ 방식은 디벨로퍼가 다른 추가적인 토지에 서식지를 조성하고 관리하는 형태다. 정부로부터 ‘생물다양성 크레딧(biodiversity credit)’을 구매하는 방식도 있다. 물론 이제 막 첫발을 뗀 행보인 만큼, 생물다양성 순이익 정책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디벨로퍼가 생물다양성 순이익 요건을 이행하기 위해 상쇄를 우선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즉, 이 시스템이 미화된 상쇄 제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자연 서식지에 제공되어야 하는 여러 혜택을 객관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인력도 태부족하다. 생태학자의 풀도 넓지 못하며, 감독과 감시를 해야 하는 인력이 공공에서 확보되지 못할 경우 독립성에 의문 부호가 찍힐 여지도 있다. 개선 사항을 꾸준히 모니터링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만만한 과업이 아닌 것이다. 동물과 곤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고민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도시 개발 과정에서 생물다양성 순이익을 의무적인 요건으로 제도화한 것은 분명 유의미한 발걸음이다. 정책을 실행하면서 각론에서 발견되는 미비점이 있다면, 차근히 보완하면서 발전적으로 이끌어 가면 될 일이다. 사회적으로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편익이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개발 사업과 도시 환경을 둘러싼 생태계의 질적 수준이 분명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리라 생각한다. 영국의 새로운 시도, 이후 전개될 진행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할 터이다. 영국이 찍은 ‘10%’의 방점을 응원한다. ☞ 김민석 팀장은 김민석 팀장(listen-listen@nate.com)은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에 재직 중이다. 전략기획부문 브랜드전략팀 팀장과 ESG LAB의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행정학·정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필명으로 몇 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역임했고, 산업통상자원부 2030자문단,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외부전문가 자문위원,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외부 전문위원, 서울에너지공사 시민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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