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고 부족해도 맑은 생명을 길러내는 시간 선샘 [사람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선샘
비가 지나간 뒤에 만나는 이름, 선샘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선샘 입니다. 며칠 동안 쏟아진 장맛비가 그친 숲길. 바위틈에서 맑은 물줄기 하나가 조용히 솟아납니다. 누군가는 그냥 빗물이 스며 나온 것이라 지나칠지 모르지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 그 작은 샘에도 이름을 붙였습니다. 선샘. 비가 지나간 뒤에만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귀한 샘입니다.
장맛비가 남긴 또 하나의 선물
며칠째 이어진 장맛비 덕분에 메말랐던 논과 밭에는 다시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큰비가 물마를 이루어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빗물도 땅속 깊이 스며들면 생명을 살리는 샘이 되어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오늘 함께 만나 볼 토박이말 선샘은 바로 그런 자연의 놀라운 순환을 담고 있습니다.
작은 샘에도 이름을 붙인 우리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선샘 을 장마철에 땅속으로 스며들었던 빗물이 다시 솟아 나오는 샘 이라고 풀이합니다. 오랫동안 솟아나는 큰 샘은 아닙니다. 오란비(장마)가 끝나면 다시 사라지는 잠깐의 샘입니다. 이 말이 더욱 아름다운 까닭은 이름에 있습니다. 선-은 선무당 , 선잠 처럼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 조금 서툰 뜻을 더하는 앞가지입니다.
그래서 선샘 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샘 , 잠시 모습을 드러낸 어린 샘 이라는 뜻까지 품고 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 이렇게 작은 변화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잠깐 솟았다가 사라지는 샘에도 이름을 붙이며 자연을 세심하게 살펴왔습니다.
내 안에도 선샘 하나쯤은 있습니다
우리 삶에도 선샘이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서툴게 내딛는 첫걸음,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실수하는 시간, 조금씩 자신감을 키워 가는 하루하루가 그렇습니다. 세상은 완벽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자라는 모든 것은 처음에는 서툽니다. 선샘도 처음부터 깊은 샘이 아니었습니다. 잠시 솟아났다가 다시 스며들기를 거듭하며 조금씩 자연의 일부가 되어 갑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의 서툼은 부족함이 아니라 내일의 나를 길러 내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아직은 서툴러도 괜찮다 그 한마디를 스스로에게 선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에게도 선샘 같은 시간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도전, 혹은 아직은 작지만 마음속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는 꿈이 있다면 함께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새로운 용기를 길어 올리는 맑은 샘이 될 것입니다.
[한 줄 생각]
선샘은 어설픈 작은 샘이 아닙니다. 서툴지만 끝내 생명을 길러 내는 시작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선샘
뜻: 장마철에 땅속으로 스며들었던 빗물이 다시 솟아 나오는 샘.
보기: 며칠째 이어진 장맛비가 그치자 숲속 바위틈마다 선샘이 솟아나 메말랐던 골짜기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었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