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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최종길 사인 조작, DJ 사형 판결의 물밑 지휘자

최종길 사인 조작, DJ 사형 판결의 물밑 지휘자
[뉴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군사재판을 받는 이문영(앞줄 왼쪽부터), 문익환, 김대중 ⓒ 사단법인 통일의 집 유신 3년을 관통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2026년 봄, 영국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4권을 펼쳤다. 안경상(安景相, 1935~2024) 항목의 부제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중앙정보부의 최종길 고문치사 사인 조작 지휘하고, 한민통을 반국가단체로 날조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사형판결을 준비. 이 한 문장 안에 한 교수의 죽음, 3명의 처형, 그리고 대통령이 될 사람의 사형 준비가 압축돼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지휘자가 안경상이었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구조가 보인다. 독재체제의 공안기관은 반드시 법률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고문과 조작에 법적 외양을 입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안경상은 그 역할을 3년 동안 수행했다.   안경상(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1935년 평안남도 맹산 출생, 서울법대 11회, 고시 8회 안경상은 1935년 1월 18일 평안남도 맹산군에서 태어나 해방 후 월남했다. 1953년 2월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법대에 입학해 1957년 2월 11회로 졸업했다. 1956년 12월 고시 8회 시험에 합격했다. 서울법대 11회는 이회창(전 국무총리), 이홍구(전 국무총리), 박우동(전 대법관) 등을 배출한 화려한 기수다. 고시 8회 합격자 중에는 권종근, 정기승, 서동권, 정치근 등이 있는데 이들 모두 나란히 『반헌법행위자열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안경상의 출발이 순탄치 않았다. 고시 8회 합격자가 100명이 넘어 검사임용이 지연되자, 임시로 경찰에 지원해 1960년 경주경찰서장을 맡았다. 마침 그의 아버지가 경주경찰서에서 경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안경상이 부임하자마자 아버지는 퇴직했다.   안경상(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세계사 속의 동류, 법률가 출신 비밀경찰 수장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구조의 인물이 떠오른다. 소련 비밀경찰 수장 라브렌티 베리야(Lavrentiy Beria, 1899~1953)다. 그는 법률전문가 출신은 아니었지만, 법적 외양을 조작에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안경상처럼 검사 출신이 비밀경찰 조직의 수장을 맡아 고문 조작에 법적 포장을 씌우는 구조는 소련보다 더 세련됐다. 동독의 슈타지 수장 에리히 밀케(Erich Mielke, 1907~2000)는 체제 붕괴 후 의회에서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 고 말해 웃음거리가 됐다. 안경상은 2024년 사망할 때까지 자신이 지휘한 고문과 조작에 대해 어떤 말도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다. 침묵과 자연사. 이것이 한국판 공안수장의 결말이었다.   1976년의 에리히 밀케(위키피디아) 1968년, 임신 9개월 부인을 곤봉으로 때린 경찰을 감싸다 안경상의 공안 본능이 처음 드러난 것은 의외로 일반시민 사건이었다. 1968년 9월, 봉천동에서 깡패의 폭행으로 주민이 숨지자 유족들이 항의했다. 출동한 경찰이 오히려 임신 9개월의 피해자 부인을 곤봉으로 수 차례 구타해 실신케 했다. 서울지검장의 지시로 현장에 나온 안경상은 폭행 경찰에 대한 자세한 조사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공공기물을 파괴한 사실은 괘씸한 소행이며 단속을 나간 경찰 측에 위법을 물을 만한 죄상이 없었다. 임신한 부인을 곤봉으로 때린 경찰은 괜찮고, 항의한 주민은 괘씸하다는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이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권력의 유지만을 중시하는 태도.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3년 후 안경상이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이 됐을 때, 그는 같은 논리로 고문 피해자들을 대했다.   안경상(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1971년, 서울대생 5명에게 9단계 정부전복 계획 조작 안경상은 1971년 9월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에 임명됐다. 유신쿠데타 1년 전이었다. 그는 즉각 활동을 시작했다. 조영래(1947~1990), 장기표(1949~2024), 이신범(1950~ ), 심재권(1946~ ), 김근태(1947~2011)를 내란죄로 엮으려 했다. 고문으로 받아낸 허위자백을 기반으로 만든 공소장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서울시내 대학생 9만 명 중 3~5만 명을 동원해 격렬한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시위가 격화되면 화염병을 투척해 경찰이 발포하도록 유도하고, 경찰이 발포하면 시위학생들을 폭도화 시키고… 이것이 이른바 9단계 정부전복 계획 이었다. 변호인 이병린은 이를 가정에 가정을 거듭한 공상과 가공의 산물, 환상의 아홉 고개 라고 비판했다. 2018년 4월 재심에서 이신범, 심재권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2019년 5월에는 이미 1990년에 세상을 떠난 조영래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46~47년 만의 일이었다.   조영래(나무위키) 1973년 10월, 최종길 교수를 고문으로 죽이고 자살로 조작했다 안경상의 반헌법 행위 첫 번째 정점은 1973년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 사건이다. 서울법대 최종길 교수는 그해 10월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에 연행됐다가 사망했다. 중앙정보부는 간첩임을 자백한 후 투신자살했다 고 발표했다. 대공수사국장 안경상이 이 발표를 직접 했다. 고문으로 사망한 사실을 알면서도 투신자살 이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것이 조작임을 확인했다. 2006년 서울고법은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최종길은 안경상의 서울법대 바로 윗학번 선배였다. 최 교수는 1931년생으로 1951년 서울법대에 입학하여 1955년에 졸업했다. 안경상은 1935년생으로 1952년 서울법대에 입학해 졸업했다. 같은 학교 1년 후배가 선배를 고문해 죽이고 자살로 발표했다. 이 장면이 유신체제의 민낯이다.   최종길 교수 가족사진. 아들 최광준 교수는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데 어머니 백경자 여사의 유지에 따라 부친 사망 보상금 전액을 서울대에 기부해 서울대 백주년 기념관 안 강의실이 최종길 홀로 명명됐고 부조가 붙여졌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974년 울릉도, 3명을 사형대에 세우다 1974년 초, 유신반대 운동이 거세지던 때 안경상의 대공수사국은 울릉도 간첩단 사건을 발표했다. 관련자 27명에게 무기징역, 징역 15년 등 중형이 선고됐고, 전영관·김용득·전영봉 3명은 사형이 집행됐다. 안경상은 그 해 보국훈장 천수장을 받았다. 2015년 이후 재심에서 사건 관련자들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3명이 처형된 지 38년 만이었다. 훈장을 받은 사람과 사형을 당한 사람 사이에 38년이란 세월이 놓여 있다.   울릉도 거점 간첩단 사건을 보도한 경향신문 1974년 3월 15일 1면 지면  1977년 한민통 조작, 김대중 사형 판결을 준비하다 안경상의 반헌법 행위 두 번째 정점은 1977년 서울지검 공안부장 시절이다. 재일한국인 유학생 김정사를 간첩으로 조작하면서 영사증명을 악용해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를 반국가단체로 조작했다. 이 조작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1980년 김대중(1924~2009) 내란음모 사건이었다. 형법상 최고형이 유기징역인 내란음모 사건에서 김대중이 사형 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한민통이 반국가단체로 규정돼 있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가입죄를 추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경상이 1977년에 심어놓은 법적지뢰가 3년 뒤 김대중을 사형대 앞으로 끌고 간 것이다. 감사원 사무총장, 재벌토지 감사를 중단시키다 안경상은 전두환(1931~2021) 정권에서 검사장을 거쳐 노태우(1932~2021) 정권에서 감사원 사무총장이 됐다. 그리고 재벌기업 토지실태 감사가 진행되던 중 이를 중단시키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공안조작의 수장이 재벌의 방패막이가 됐다. 그리고 1998년에는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회원이 됐다. 최종길을 고문으로 죽이고 자살로 발표한 사람이, 헌법을 생각하는 모임에 들어간 것이다.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안경상(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영국에서 베리야는 스탈린 사후 처형됐다. 밀케는 의회에서 웃음거리가 됐다. 안경상은 2024년 10월 29일 사망했다. 울릉도 간첩단 재심 결과 무죄가 선고된 지 9년 뒤, 최종길 교수 국가 배상판결이 나온 지 18년 뒤였다.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은 채.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 )의 비상계엄 선포를 영국에서 생중계로 보며 나는 안경상을 떠올렸다. 유신 초기 3년을 관통하며 최종길을 죽이고, 울릉도에서 3명을 처형하게 하고, 김대중의 사형을 준비한 그 구조가 50년을 건너 귀환하려 했다는 것을.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리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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