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대신 회복력… G7 기업 리더들, 기후 메시지 전략적 재구성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기후 대응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넷제로(Net Zero)’에 대한 메시지는 보다 신중하게 재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 후퇴, 에너지 위기,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표현은 바꾸되 행동은 이어가는 ‘전략적 전환’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현지시각) 전문 표준기관인 영국표준협회(BSI)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기업 비즈니스 리더 7068명 중 61%가 기후 회의론에 대응해 넷제로 이니셔티브 전달 방식을 수정했다고 답했다.
BSI가 발표한 G7 넷제로 온도점검(G7 Net Zero Temperature Check) 보고서/ BSI 홈페이지
기후 대신 회복력”…기업 메시지 바뀐다
BSI가 발표한 G7 넷제로 온도점검(G7 Net Zero Temperature Check)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3%는 자국의 2050 넷제로 목표시점까지 기업도 이를 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응답기업의 81%는 이미 행동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제로 추진 동기로는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37%) 이 1위를 차지했으며, 시장 경쟁력 유지(24%)와 고객 수요 대응(23%) 등도 뒤를 이었다. 초기에는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접근했지만, 현재는 기업 내부의 경쟁우위를 위한 필수재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행동도 실제로 늘었다. 응답자의 69%가 지난 12개월 동안 넷제로 행동 수준을 실제로 높였다 고 응답한 반면, 줄었다고 답한 비율은 4%에 불과했다. 향후 12개월 전망도 비슷하다. 넷제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38%인 반면 줄이겠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기업들이 기후 행동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환경 보호 가 아니라 경영 손실 방지 였다. 응답자의 74%는 넷제로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의 경제적 위험이 전환에 따르는 위험보다 크다 고 봤으며, 75%는 넷제로가 미래 비즈니스 회복력에 중요하다 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73%는 경쟁사가 기후 활동을 축소할 경우 자사의 지속적인 넷제로 추진이 경쟁 우위가 될 것 이라고 봤다. 5명 중 4명(79%)은 향후 10년 안에 넷제로가 다시 정치적 우선순위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보며 지금의 노력이 장기 베팅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메시지 전략’이다. 응답 기업의 61%는 넷제로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기후위기 대응’ 중심에서 벗어나 ‘회복력(resilience)’, ‘리스크 관리’, ‘장기 대비’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정치권과 일부 미디어에서 확산된 기후 회의론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응답기업의 83%는 자국의 2050 넷제로 목표시점까지 기업도 이를 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BSI 홈페이지
정치 압박과 비용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응답자의 76%는 넷제로와 관련한 정책 불확실성이 자신감 있는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고 답했다. 32%는 넷제로 계획을 수정했고, 33%는 목표를 재평가했으며, 13%는 목표를 아예 철회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향후 12개월 내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38%)이 줄이겠다는 기업(25%)보다 많아, 중장기 방향성은 유지되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진전의 장애물로 가장 많이 꼽은 요인은 정치적 압박이 아니라 현실적 제약들이었다. 비용(26%), 그린테크 투자 자금 부족(25%), 내부 역량과 지식 부족(23%) 순이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이보다 낮은 순위였다. 응답자의 83%가 국가 목표 달성에 전념한다 고 밝혔지만, 실제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고 자신하는 비율은 55%에 그쳐 포부와 실행력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다.
한편, G7 국가 기업들은 넷제로 달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높은 낙관도(약 80%)를 보였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자신감을 보였고, 특히 미국 기업은 넷제로 달성 가능성에 가장 확신이 낮은 수준(약 20%)으로 나타났다.
BSI는 이번 조사가 세계 최초의 독립적인 넷제로 표준을 2027년 출범 전 공개 의견 수렴 절차에 앞서 기업 현장의 체온을 측정하기 위해 실시됐다고 밝혔다.
BSI의 수잔 테일러 마틴(Susan Taylor Martin) CEO는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기업들이 기후 대응을 ‘생존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넷제로가 다시 정치적 우선순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재의 메시지 조정은 ‘후퇴’가 아닌 ‘전술적 조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