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EOC, 직장 괴롭힘 지침 철회…기업 조사·집행 기준 재조정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 고용기회균등위원회(이하 EEOC)의 홈페이지.
미국 고용차별 시정기구가 성소수자와 낙태 경험 여성에 대한 직장 내 보호 기준을 후퇴시키며 정치적·법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미국 고용기회균등위원회(EEOC)가 성소수자(LGBTQ) 근로자 보호를 확대했던 기존 직장 내 괴롭힘 해석 지침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EEOC는 전날 표결을 통해 2024년 개정된 ‘직장 내 괴롭힘 집행 지침(Enforcement Guidance on Harassment in the Workplace)’을 2대 1로 폐기했다.
EEOC는 미국 내 직장 차별을 감시·시정하는 연방정부 독립기관이다. 고용 과정과 근로 관계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금지하는 연방법 집행을 담당하며, 민간 기업과 주·지방정부, 노조 등을 감독한다. 인종, 피부색, 성별(임신·성적 지향·성 정체성 포함), 종교, 국적, 장애, 연령(40세 이상)에 따른 차별을 관할 대상에 포함한다.
EEOC는 차별 신고 접수 및 조사, 기업과 근로자 간 조정·중재, 중대 사안에 대한 소송 제기, 연방법 해석을 담은 가이드라인 발표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지침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조사와 소송의 집행 기준으로 활용되며 법원의 판단 참고 자료로 자주 인용돼 왔다.
공화당 주도 EEOC, 차별 해석 지침 폐기
이번에 철회된 2024년 지침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낙태 및 피임 여부를 이유로 한 차별 행위를 불법적 직장 괴롭힘으로 폭넓게 해석한 것이 핵심이었다. 트랜스젠더 근로자의 선호 이름이나 대명사 사용을 거부하는 행위,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반복적 적대 행위도 불법 괴롭힘에 포함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들이 EEOC 내 다수를 차지하면서 가능해졌다.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 지명자인 브리트니 파누치오 위원이 상원 인준을 통과하며 EEOC가 정족수를 회복했고, 공화당이 2대 1 우위를 확보한 직후 이뤄진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EEOC는 트랜스젠더 관련 차별 사건 상당수를 중단했고, 기업의 다양성 정책과 대학 내 반유대주의 문제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 왔다.
보스토크 판결 해석 둘러싼 공방
2024년 지침은 2020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보스토크 대 클레이턴 카운티(Bostock v. Clayton County)’ 판결을 핵심 근거로 삼았다. 당시 대법원은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해고는 연방 민권법 제7편(Title VII)이 금지하는 성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해고 사건을 직접 다뤘지만, EEOC는 대법원의 논리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해고가 불법이라면, 이를 이유로 한 지속적인 모욕이나 배제, 고의적인 호칭 거부 역시 성차별에 따른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EEOC는 2024년 지침에서 성소수자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적대적 언행과 차별적 대우를 불법 괴롭힘의 범주로 명시했다.
권한 남용” vs 보호 공백” 논쟁
EEOC 위원장 안드레아 루카스는 표결에 앞서 해당 지침이 기존 법 해석의 범위를 넘어 고용주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했다며 위원회의 권한을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침 철회가 불법 괴롭힘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며, 기존 연방법과 대법원 판례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비판도 제기됐다. 민주당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직 EEOC 및 노동부 고위 인사 12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이 기업의 예방 노력을 약화시키고, 근로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할 수 있는 통로를 좁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텍사스 연방법원은 EEOC가 보스토크 판결을 직장 내 괴롭힘까지 확장 적용한 부분에 대해 새로운 법 해석이라며 집행을 중단시킨 바 있다. 종교 단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일부 지침의 적용이 제한됐다.
이번 지침 철회로 미국 내 직장 내 차별 보호 기준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