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조정에도 빚투 사상 최대…코스피 7500 전망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주 고평가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가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포모 (FOMO, Fear of Missing Out, 소외 공포)에 사로잡힌 개미투자자들이 증시가 출렁거릴 때마다 빚을 내서 주도주 추격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KB증권은 코스피 지수가 장기적으로 75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스피가 대세상승장에 들어선 건 분명해 보이지만 개인 투자자가 지켜야 할 투자의 원칙은 명확하고 불변이다. 여유 현금으로 투자하고, 몰빵과 미수는 피하며, 분할매수하고,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
26조 원에 육박한 신용거래융자 잔고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가장 최신 통계인 지난 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 8782억 원으로 집계돼 전날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 16조 934억 원, 코스닥시장 9조 7848억 원이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으로 통상 빚투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들어 연일 상승세다. 특히 AI 거품 우려 속 뉴욕 증시의 3대 지수 급락 여파로 코스피가 직전일 대비 3% 가까이 하락했던 지난 5일에도 25조 8225억 원으로 종전 최고치인 25조 6540억 원(2021년 9월 13일)을 넘어섰다.
코스피는 다음 날인 6일 급락세가 진정돼 직전일 대비 0.55% 반등하며 거래를 마치긴 했지만, 7일 또다시 AI 거품론이 부각되며 원화 약세 등 악재가 겹쳐 2% 가까이 하락해 종가 기준 4000선을 내줬었다.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2.69포인트(1.81%) 내린 3,953.76에, 코스닥은 21.36포인트(2.38%) 내린 876.81에 장을 마감했다. 2025.11.7. 연합뉴스
소외 공포 에 사로잡힌 개인투자자들의 주도주 추격 매수
증시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변동성 속에서도 빚투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은 지수 급등 때 포모 에 시달린 투자자들이 변동성 확대 국면을 틈타 추격 매수에 나섰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308억 원, 2149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홀로 5334억 원을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 상당수는 최근 변동성 확대에도 지수가 우상향할 것이라는 데 베팅 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번 주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 종목 1·2위는 코스피200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KODEX 200 과 해당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 였다. 반면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 와 KODEX 인버스 는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도한 ETF 종목 1·2위를 차지했다.
코스피 추이. 자료 : 연합인포맥스, 한국거래소
KB증권 코스피, 7500까지 간다 …초강세장 예상
5일 코스피가 급락하며 검은 수요일 을 맞았지만 코스피 지수가 내년엔 5000포인트, 장기적으로는 75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화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6일 보고서에서 코스피 조정은 대세 상승장의 쉼표이며, 조정 후 지수는 급반등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김 본부장은 올해 4월부터 한국 증시 강세장이 시작됐다고 가정하면, 강세장 지속 기간은 약 200일 이라며 과거 세 차례 강세장 시기에도 정확히 200일이 경과한 시점에 단기 조정이 진행됐다 고 설명했다.
지난 30년간 한국 증시의 세 차례 강세장(1998년, 2009년, 2020년)에서 코스피 지수의 조정 폭과 기간은 각각 평균 -14%, 1개월 수준이었다. 1998~1999년 강세장 경우에 –22% 단기 조정 후 코스피 지수는 약 2배 상승했다. 단기 조정 폭이 클수록 조정 후 코스피 지수는 급반등했다고 KB증권 보고서는 분석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코스피 조정은 3저 호황 국면이었던 1984년 4월과 유사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며 과거 조정 요인은 규제와 긴축 때문이었다. 당시 코스피는 10.9% 하락했고 조정 기간은 1개월간 지속됐으며 S&P 500도 5% 하락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1986년 4월 급락 후 3~4주간 횡보하던 시장은 재차 급반등을 시작했다 며 시간이 지나며 긴축 등 우려했던 악재 요인이 해소됐고 시장의 관심은 2분기 실적 시즌으로 이동했기 때문 이라고 했다.
전날 지수를 끌어내린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대해서는 2025년 AI 산업과 1999년 닷컴버블 비교 논란은 시기상조로 판단된다 며 1999년 당시 미국 정부 정책에 따른 시장 환경과 닷컴 업체 펀더멘탈 등이 현 시점과 분명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 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본부장은 1999년 미국은 금리 인상기 진입한 가운데 미 정부의 흑자기조 유지로 긴축 정책을 시행해, 2025년 현재 미국의 완화된 통화 및 재정 정책과 상반된다 며 1999년 닷컴 업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60배를 기록한 반면, 2025년 현재 AI 기업들의 평균 PER은 30배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히 AI는 과거 40년간 글로벌 IT 산업의 성장 변곡점을 고려할 때 PC (인터넷), 모바일 (아이폰) 이후 세번째 산업 혁명으로 판단되는데 PC, 모바일 산업의 경우 태동 이후 10~15년간 장기간 고성장을 지속했다 며 AI 산업은 2022년 11월 GPT 공개 후 불과 3년 밖에 지나지 않았고, AI 확장 사이클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AI 산업과 닷컴버블 비교 논란은 비현실적인 시각 이라고 강조했다.
KB증권 보고서는 2025년 상승장은 3저 호황기였던 1985년 이후 40년 만의 강세장 진입이며, 50년 한국 증시의 세번째 장기 상승장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2026년 크스피 타깃을 5000포인트로 제시하면서 장기적으로는 75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본부장은 3저 호황에 따라 주가순자산배율(P/B)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빠르게 확장하는 가운데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은 반도체, 전력이 견인하며 전년 대비 36% 증가한 401조원으로 역대 최대치가 예상돼 코스피 최대 실적이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끌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코스피 P/B는 1.4배로 전 세계증시(3.5배) 대비 -60%, 아시아(2.2배) 대비 -37%, 일본 (1.7배) 대비 –21% 할인 거래되고 있다 며 코스피는 최근 상승에도 향후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될 전망 이라고 내다봤다.
AI(인공지능)라는 알파벳 문자와 로봇 손이 컴퓨터 마더보드에 배치돼 있는 이미지 그림.2023.6.23. 로이터 연합뉴스
개인 투자자들이 견지해야 할 투자 원칙은 변함없어
코스피가 KB증권의 전망처럼 상승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대세상승장에 들어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세상승장이라고 해도 개인 투자자가 지켜야 할 투자 원칙이 바뀌는 건 아니다. 여유가 있는 현금으로 투자하고, 대형 주도주를 분할매수하며, 신용과 미수를 극력 회피하고, 호흡을 길게 하는 게 원칙이다.
원칙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확히 실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세상승장에서도 수익을 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건 누구나 알고 있는 투자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