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TalkTalk】AI와 데이터센터, 6가지 주목할 점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 한 해, 칼럼을 별로 쓰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는데 각설하고, 2026년에는 AI 덕분에 원고 작성이 한결 수월해져 자주 칼럼을 쓸 예정입니다. 원래 글은 쓰기 전의 스트레스가 거의 팔할입니다. 저의 경우 뇌가 이미 글쓰기 노동의 힘듦을 다 알아채고 최대한 기피하기 때문에, 뭉갤 수 있을 때까지 뭉개다가 막판 마감에 몰려야만 글을 쓰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하지만 AI는 그 어떤 텍스트를 줘도 그냥 글이 쫙쫙 뽑혀 나오니, 가히 생산성 혁명입니다.
정통 저널리즘에서 오래 일한 탓인지, ‘해외미디어의 내용을 번역, 전달하는 것이 과연 저널리즘에 맞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그동안 많이 했는데, 사실 AI의 등장으로 이런 고민조차도 옛것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이제 팩트 자체는 원본의 진위가 무의미해지고, 해석만이 유일한 IP 저작권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박란희표’ 해석을 곁들이면, 외신 콘텐츠라도 새로운 시각을 지닌 콘텐츠 상품이 되겠구나, 싶습니다.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로는 세계 4위 국가에 맞먹게 돼
독자 여러분은 AI를 얼마나 자주, 어떻게 사용하시는지요? 제 경우, AI는 신참직원 1.5명 몫을 해냅니다. ‘고용의 무덤’이 현실화될 것도 이미 눈앞에 보입니다. AI 혁명의 실체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전 세계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거대한 창문 없는 건물들, ‘데이터센터’입니다. 과거 축구장 크기 하나면 충분했던 시설들은 이제 뉴욕 맨해튼 샌트럴파크와 맞먹는 규모로 커지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붐의 이면에 있는 각종 리스크들에 대해 조명한 기사가 블룸버그통신에 나와, 그 내용을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면적과 랙당 연산 밀도가 월등히 높고, GPU·가속기 칩 수천 개를 병렬로 연결한 가속기 칩을 사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열이 발생하고 이를 식히기 위해 막대한 전력과 물이 투입됩니다. 가장 큰 AI 데이터 센터는 약 1기가와트(GW)의 전력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7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입니다. 블룸버그NEF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가 하나의 국가라고 가정할 경우 2035년까지 미국·중국·인도에 이어 ‘세계 4위 전력 소비국’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시너지 리서치(Synergy Research)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하이퍼스케일러 운영의 대형 데이터 센터는 1136개로, 5년 전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에퀴닉스(Equinix)와 디지털 리얼티 트러스트(Digital Realty Trust)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에퀴닉스는 전 세계 270개 이상의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며, 그중 70개 이상이 미국 내에 있습니다. 디지털 리얼티는 전 세계 50개 이상의 대도시권에 걸쳐 300개 이상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TS(블랙스톤), 사이러스원(KKR), 스위치(DigitalBridge Group) 등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를 사모펀드 회사들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블랙록의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스가 주도하는 투자 그룹도 400억달러(약 58조원) 규모의 거래로 얼라인드 데이터 센터를 인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생성형 AI가 2032년까지 2조달러(약 2900조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는 AI 열풍이 19세기 미국 철도 호황과 맞먹는 미국 경제 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빅테크들의 투자소식은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오픈AI·소프트뱅크·오라클이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미국 내 최대 10GW 수준의 AI 컴퓨팅 파워와 최대 5000억달러(약 729조원) 투자를 목표로 하고, 샘 알트먼은 매주 1GW를 추가하고 싶다”고까지 언급했습니다.
입지 이동과 글로벌 확산…도시 밖으로, 국경 밖으로
하지만 AI 데이터센터를 막연한 붐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6가지 정도의 현상을 감안하고 보셔야 합니다.
우선 지역 입지입니다. 과거 데이터센터는 지연(latency) 최소화를 위해 대도시 인근에 주로 입지했지만, AI 학습에는 지연 민감도가 낮아 토지·전력이 싼 농촌·외곽 지역으로 대규모 캠퍼스가 이동하고 있습니다. 스타게이트는 텍사스·뉴멕시코·위스콘신·오하이오뿐 아니라, 노르웨이 나르빅 인근 북극권,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등 자원이 풍부하고 기후가 서늘한 해외 외딴 지역까지 후보지로 삼고 있습니다. 반면 추론(inference) 단계는 다시 지연에 민감해지기 때문에, 향후 사용량이 늘수록 도심·대도시 인근에 ‘추론 전용’ 데이터 센터 수요가 되돌아오는 이중 구조가 예고됩니다. 빅테크는 어디서나 AI 컴퓨팅을 구축하는 새로운 지리경제 지도를 그리는 중입니다.
둘째, 투자 규모와 버블 리스크입니다. 앞서도 설명했듯 오픈AI는 5000억 달러 투자 목표를 갖고 있고, 메타 역시 루이지애나에 5GW 규모의 부지를 건설 중이며, 내년까지 최대 720억달러(약 105조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문제는 자금 조달 방식입니다. 엔비디아가 오픈AI 데이터 센터 구축을 돕기 위해 최대 1000억달러(약 145조원)를 투자하고, 오픈AI는 해당 사이트에 수백만 개의 엔비디아 칩을 채우겠다고 약속하는 식의 순환형 거래 구조가 등장했습니다.
일부 기업은 대차대조표 외(off-balance-sheet) 부채를 늘리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메타 지분 20%만 가진 별도법인(SPV)를 만들어 블루아울 캐피털과 함께 300억달러(약 43조원)를 조달, SPV가 데이터센터를 직접 소유하게 했습니다. 메타를 위한 비공개 부채를 설계한 것입니다.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빅테크 인프라와 연계된 민간 신용 수요가 최대 8000억달러(약 116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하며, 사모펀드·인프라펀드·연기금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데이터 센터·전력 인프라 딜에 몰려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어위브(CoreWeave), 누비스(Nebius), 엔스케일(Nscale) 등과 같은 회사들도 가속기 임대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과거 변동성이 극심했던 암호화폐 채굴에 집중했던 플레이어들입니다. 챗gpt의 오픈AI, 클로드의 앤트로픽(Anthropic), 코드자동화 스타트업 풀사이드(Poolside AI) 등 아직 현금흐름이 제대로 나지 않는 스타트업급 AI 기업들까지 2GW급 자체 데이터 센터 건설에 나서면서, 향후 금리·수요 충격 시 부실 위험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드 스트레스 현실화
셋째, 지역사회 영향을 주목해야 합니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가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든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건설기간 한시적 일자리에 그치고 상시 운영인력은 1GW급 부지당 100명 안팎으로 자동차 공장의 수천 배 규모 고용효과에 비해 미미합니다. 반면, 대형 데이터센터 주변의 도매 전기요금이 5년 전보다 최대 267%까지 치솟고, 전압 및 주파수 왜곡으로 가전 손상, 정전, 전기화재 위험이 커지면서 일명 ‘그리드 스트레스(Grid Stress)’가 일부 지역에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넷째, 물 사용 문제는 심각합니다. 100MW급 시설이 하루 53만갤런에 이르는 물을 냉각용으로 쓴다고 합니다. 오리건주 등지에서는 주민들이 구글 캠퍼스의 물 사용량 정보공개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AI와 물 사용량 갈등’이 시한폭탄처럼 쌓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 신규 데이터센터의 약 3분의 2가 물 부족 지역에 건설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다섯째, 기후 영향도 커지고 있습니다. MS는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대비 약 29% 증가했다고 밝혔고, 구글은 같은 기간 배출량이 48% 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등 주요 데이터센터 거점 국가들의 전력 수요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건설 계획 중인 모든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경우, 필요한 전력량이 해당 국가의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넘어서게 된다는 블룸버그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2030년 사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아일랜드의 경우, 데이터 센터가 차지하는 전력 비중이 2023년 21%, 2024년 22%로 꾸준히 상승, 2026년에는 아일랜드 전체의 약 3분의 1(32%)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NEF는 데이터센터 전력을 충당하기 위한 추가 화석연료 발전으로, 향후 10년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5기가톤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연간 총배출량의 1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노후한 전력망으로 데이터센터 ‘빈 건물’ 전락하기도
마지막으로, 노후 전력망과 인허가 병목은 AI 데이터센터 붐을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입니다. 교체 시기를 넘긴 설비가 기술·인력·규제 지연으로 수년씩 업그레이드 대기 중이며 완공된 데이터센터마저 전력 연결을 못 해 빈 건물 로 전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2024년 말 기준 2300GW로, 미국 전체 유틸리티 규모 설비의 1.9배에 달합니다. 2023년 가동을 시작한 프로젝트의 대기 기간은 평균 5년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일랜드는 2028년까지 더블린 지역 신규데이터센터 전력 연결을 동결했고, 싱가포르와 네덜란드도 데이터센터 신규 연결 모라토리엄 또는 엄격한 상한제를 도입했습니다. 미국 13개주 전력운영업체 PJM도 예상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고 경고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건설, 베이비, 건설! 구호에도 불구하고 송전·발전·에너지저장장치(ESS) 동시 확충이 필요한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기업들은 원전 재가동 및 SMR, 행융합까지 총동원하고 있지만, 10~20년 장기전이 될 전망입니다.
어떤가요? AI의 앞날은 AI 자체가 아니라 에너지(전력), 기후, 자본시장 구조, 지역사회 정서 등에 의해서도 상당히 달라질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이 초래할 전력 위기는 이미 예견된 미래입니다. 미국이 겪고 있는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독자여러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란희 대표 &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