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적 대립 뚫고 최초로 녹색채권 발행하나… 백악관 주인 바뀌어도 가능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 연방정부가 처음으로 녹색채권(Green Bond) 발행을 고려 중이다.
8일(현지시각) 파이낸셜 타임즈(FT)는 미 재무부가 증권사와 투자자로 구성된 자문단에 녹색채권 발행 여부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녹색채권을 발행하지 않은 국가다.
미 재무부가 최초로 녹색채권 발행을 검토 중이다. / 픽사베이
재무부 자문위원회, 녹색채권 발행 시 외자 유치 도움될 것
1일(현지시각) 미 재무부는 차입관리자문위원회(Treasury borrowing advisory committee, TBAC)의 보고서를 발표, 녹색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 연기금 등 신규 투자자 유치 및 기후 투자 수요 충족을 위해서다.
실제로 녹색투자에 대한 의무 할당량이 있는 기관투자자나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미국 국채 투자에 제한을 받고 있다. TBAC는 기후 관련 투자 의무를 가진 펀드가 전 세계적으로 1200여개가 넘는다며, 이들을 유치하면 정부 재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로 발행된 녹색채권은 전체 시장에서 22%에 불과하지만 유럽연합(EU)의 통화인 유로로 발행된 녹색채권은 49%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TBAC는 신규 녹색채권으로 상환채권(callable bonds), 변동금리채권(floating-rate notes), 물가연동채권(inflation-linked bonds) 등 다양한 증권 유형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TBAC는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녹색 프리미엄(green premium)의 양면성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현재는 녹색채권 투자 수요가 공급을 앞질러 일반 국채보다 더 낮은 이자율(녹색 프리미엄 발생)로 녹색채권을 발행할 수 있지만, 만일 녹색채권 시장이 성장하지 않고 유동성이 낮아진다면 투자자들은 이를 보상받기 위해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TBAC는 녹색채권은 일반 국채보다 상대적 유동성 및 미래 변동성이 향후 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 스탠리, 트럼프 당선 돼도 녹색 투자 저지 못할 것
녹색채권 시장은 2007년 유럽투자은행, 세계은행 등 다자개발은행이 발행을 시작한 이후, 2020년 3200억달러(약 437조원)로 급증, 오늘날에는 2조6000억달러(약 3557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러한 시장에 미국 정부가 참여하지 않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치적 의견이 뚜렷하게 대립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권한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 녹색채권의 발행 주체를 정하는 법적 기반 마련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미 올해 1월 기준 34조달러(약 4경6515조원)를 넘어선 연방정부의 천문학적인 부채 규모 또한 새로운 국채 발행을 주저해온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FT는 미국의 녹색채권 발행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녹색채권을 발행을 위해서는 일단 녹색 프로젝트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정부 투자는 ESG가 정치적 논쟁거리가 된 미국 현실 정치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TBAC 또한 만일 재무부가 녹색채권 발행을 결정하더라도 실제 발행까지는 몇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모건 스탠리는 설사 공화당이 올해 말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기후변화와 녹색 투자를 저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방정부의 연간 환경 지출 규모가 충분히 높기 때문에, 행정부 수장의 당적과 관계없이 녹색채권에 할당 가능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BNP 파리바의 지속가능금융 자본시장 책임자 앤 반 리엘(Anne van Riel) 또한 프랑스, 독일,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국들이 녹색채권 또는 지속가능한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며 미국 재무부의 녹색채권이 “해외 투자자들의 추가 수요를 견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