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참전 압박하는데…장단 맞추는 국민의힘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I국민의힘은 호르무즈 해협의 전란에 대한민국이 참여하기를 원하는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피격 사건이 우리 외교·안보 역량의 새로운 시험대로 떠올랐다. 정부는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않은 채 ‘미상 비행체’로 명명하며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정보 독점이 불가능한 초연결 시대에 진실을 마냥 덮어두는 행위는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해운업계를 마비시키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상황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제기한 ‘이란 송금액의 드론 귀환’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자 국민의 불안을 자극하는 무책임한 공포 마케팅에 불과하다. 외교적 자산과 안보 위협을 연결하려면 엄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이를 정치적 수사로 소모하는 행태는 매우 부적절하다. 이재명 정부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인도주의적 지원 참여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50만 달러를 기탁했을 뿐이다.
송언석 원내대표의 ‘늑장 축소 대응’ 공세 역시 안보의 특수성을 간과한 정치적 공세일 뿐이다. 군사·외교 영역의 정보 공개는 국가 전략과 직결되는 만큼, 정보의 비대칭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은폐’로 몰아세우는 것은 정부의 대응력을 약화시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제 관계와 안보 사안에서 ‘공식 발표’는 단순한 사실 적시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설령 특정 국가의 소행이 의심되는 정황이 있더라도, 명확한 물리적 증거와 국제법의 근거 없이 주체를 단정 짓는 것은 외교적 단절이나 보복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다. 정부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는 무능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국가의 실익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정석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철저한 조사를 강조하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국제적 신인도와 대응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반면 국민의힘의 요구는 실체 규명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 속내는 자극적인 언어로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부의 외교적 입지를 좁히려는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어야 한다. 자국 선박이 공격받은 엄중한 상황에 초당적 협력 대신 ‘정부 때리기’에 몰두하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호르무즈 해협의 전란에 대한민국이 참여하기를 원하는가. 지금은 ‘이란’이라는 특정 답변을 종용하기보다, 정부가 냉철하게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공당의 도리임을 깨달아야 한다. 정치를 위해 안보를 희생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물론 가해자가 이란이든 우방국의 실수든, 혹은 제3의 세력이든 간에 지금과 같은 ‘전략적 모호성’이 길어질수록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객관적 증거를 투명하게 공개해 대내외적 신뢰를 확보하고, 진실을 마주할 용기와 그 위에서 국익을 지켜낼 지략을 보여주어야 한다. 전략적 침묵이 무능으로 비치기 전에 명확한 방향타를 잡고 위기의 파도를 헤쳐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