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트럼프의 협조 압박에 그래도 전쟁은 안 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총리. 3월 4일 합성 사진. 이날 산체스 총리는 이란 공격을 위해 미군이 스페인 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거부한 것을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전쟁은 안 된다 고 반박했다. 2026.3.4. AFP 연합뉴스
전쟁은 안 돼!
이란 공격에 자국 내의 기지 사용을 불허한 스페인과는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그래도 전쟁은 안 된다며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6일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을 통해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백악관을 방문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기지 사용을 불허한 영국과 스페인을 비난하면서, 특히 미국이 요구한 국방비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5% 증액도 거부한 스페인과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며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하겠다. 스콧(재무장관)에게 스페인과의 모든 거래를 끊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2025년 스페인과의 교역에서 48억 달러의 흑자를 낸 미국이 고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해서라도 무역과 재정 적자를 한 푼이라도 줄이려 애쓰고 있는 판에 나온 트럼프의 이런 이치에 닿지 않은 감정적 주장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다음 날인 4일 성명을 통해 모든 회원국, 회원국 시민과 전적으로 연대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공동의 무역 정책을 통해 EU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산체스 총리는 2월 28일 미국의 이란 공격 직후에도 이번 공격은 정당화할 수 없고 위험한 군사 개입이자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산체스 총리는 이코노미스트 기고문 서두에서, 2003년 2월 콜린 파월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유엔 안보리에서 탄저균이 담긴 작은 유리병을 들어 보이면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이유를 설명한 장면을 떠올렸다. 그리고 중동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이라크 공격을 감행한다던 당시 미국의 그 주장이 얼마나 거짓 투성이였고, 얼마나 큰 비극을 불러왔는지 상기시켰다. 그때 미국은 당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나 핵무기 등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 중인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그것이 근거없는 허위 사실들을 짜맞춘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미국의 압도적 무력공격에 이라크가 폐허로 변한 뒤 드러났고, 유엔 등 국제기구가 실시한 현지 실사검증을 통해서도 밝혀졌다. 파월은 나중에 그때 조지 부시 정부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안보리 연설을 평생의 이력을 망친 수치스러운 일로 여겼다.
산체스는 지금 세상이 그때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당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던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정권의 전쟁개입에 찬성했던 단 5%의 국민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전쟁개입 반대를 외쳤던 것처럼 트펌프 정권의 이란 공격에 반대한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산체스는 미국의 전쟁이 불법적이며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인류의 이익에 반한다며, 그 근거로 예상되는 막대한 전쟁비용과 파괴, 그리고 주로 민간이 지게 될 경제적 손실과 고통, 기후변화 문제 악화 등을 열거한 뒤 주권국가로서의 권리와 양국간 협정에 명시된 조항에 따라 우리는 미국이 우리 영토 내에 있는 군사기지를 이번 작전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래에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기고문 전쟁은 안 돼!: 이란과의 싸움이 확대되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No to war: It is naive to think that escalating conflict in Iran will lead to anything good,) 전문을 옮겨 놓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그의 기고문을 게재한 3월 6일 이코노미스트 기사.
전쟁은 안 돼!
이란과의 싸움이 확대되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2026년 3월 6일
많은 사람들은 그 장면을 기억한다. 2003년 2월,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콜린 파월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카메라 앞에서 탄저균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작은 병을 들었다. 그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즉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이라크를 공격해야 한다.
스페인에도 그와 비슷한 순간이 있었다. 당시 총리였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는 국민들에게 확실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정권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페인 국민 중 단 5%만이 전쟁 개입을 지지했다. 오히려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와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이며 불필요한 전쟁이라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아스나르 씨는 어쨌든 우리를 그 전쟁에 끌어들였다.
민주주의·평화 외친 이라크 침공의 파국적 결과
그 후의 이야기는 역사가 됐다. 슬픈 역사다. 이라크 전쟁은 8년 동안 지속되었고,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그중 대부분은 죄없는 민간인들이었다. 또 중동 전체를 더욱 심각한 불안정한 상태로 몰아넣었다. 그것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유럽이 직면했던 최악의 불안정 사태를 촉발했고, 테러의 급증, 이민 위기, 그리고 수백만 가구의 구매력을 약화시키는 물가 상승을 초래했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전파한다는 명분으로 포장된 전쟁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다시 비슷한 위기에 직면한 세계
오늘날 우리는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우리 정부의 입장은 20년 전 스페인 사회(대다수 국민)가 표명했던 것과 같다. 전쟁 반대. 일방적인 국제법 위반 반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에 반대하고, 세계의 문제를 폭탄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반대한다.
이러한 입장은 미국 행정부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이란의 잔혹한 정권에 대한 동정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우리 정부는 언제나 대서양(북미와 서유럽) 동맹을 지지해 왔으며, 이란 최고 지도자 집단이 자국민, 특히 여성들에게 가한 끔찍한 위해와 역내 여러 국가들에 저지른 만행을 거듭 그리고 분명하게 규탄해 왔다.
우리의 입장은 이 전쟁이 불법적이며,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인류의 이익에 반한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이 전쟁이 (이란) 억압체제의 붕괴에 기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쟁의 대가가 막대할 것이며, 그 부담은 이란 최고 지도자 집단만이 짊어질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란 민간인들이 그 고통을 부당하게 감당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는 교통망 마비, 물가 상승, 안보 불안 심화, 경제적 불확실성 증가 등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전에 나온 유럽중앙은행의 분석은, 호르무즈 해협의 부분 봉쇄는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7%포인트 감소시키고, 물가상승률을 거의 1%포인트 상승시킬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그 분석은 지금처럼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전쟁은 누구의 배를 불리나?
이란과의 전쟁은 군수산업 관련 기업들의 이익을 증대시키고, 특정 지역의 국내 문제와 결점을 은폐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안보를 강화하거나 가자지구의 공정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거나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더 쉽게 만들어내지도 못할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나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의 임금 인상, 공공 서비스 강화, 삶의 질 향상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이런 모든 이유로 우리는 미국이 우리 영토 내에 있는 군사기지를 이번 작전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주권 국가로서 우리의 권리이며, 양국 간 협정에 명시된 사항이다. 이는 스페인 국민의 복지를 수호하는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며, 유엔 회원국이자 국제법을 확고히 지지하는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 진정한 동맹국은 어려운 시기에 서로를 지원해야 하지만, 무모한 길에 맹목적으로 복종해서는 안 된다.
전쟁은 해답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유럽 파트너 국가들 및 역내 여러 국가들과 협력해서 긴장 완화를 위한 합의를 도출하고, 휴전을 확보하며, 외교와 평화의 길을 다시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말 순진한 것은 전쟁 낙관론자들이다
어떤 이들은 우리의 열망이 순진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순진한 것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드론과 미사일 교전이 격화되는 상황이 어떤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잿더미 속에서 민주주의와 안정이 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순진한 생각이다. 역사는 이미 그러한 공식을 시험해 보았고, 그것은 맞지 않았다.
다행히도, 이러한 생각을 하는 나라는 우리뿐만이 아니다. 지난 며칠 동안 많은 국가들이 비슷한 견해를 밝혔으며, 앞으로 더 많은 국가들이 동참하기를 바란다. 이번 세기 우리의 공동 미래를 이끌어갈 원칙을 선택해야 할 때가 왔다. 무력의 지배인가, 아니면 법의 힘인가? 스페인은 언제나 국제법, 국가 간 협력, 그리고 인권 보호의 편에 설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민들이 우리를 선출할 때 부여한 책무이며, 인류가 모두를 위한 번영을 건설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