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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130쪽 논고로 눈물 짜내고 동백림 6명에 사형 구형

130쪽 논고로 눈물 짜내고 동백림 6명에 사형 구형
[뉴스]
2026년 봄, 영국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3권을 펼쳤다. 이종원(李鍾元, 1926~2007) 항목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구형 공판이었다. 검사 이종원은 130쪽에 이르는 논고문을 읽으며 윤이상(1917~1995)을 향해 피고인과 우리 국민이 10년 만에 꼭 이렇게 만나야만 했는가 라고 호소했다. 윤이상 등은 얼굴을 감싸고 오열했다고 당시 언론은 보도했다. 그리고 사형을 구형했다. 130쪽짜리 감성적 논고문으로 법정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그 끝에 사형을 구형하는 검사. 이것이 이종원이라는 인물이 한국 현대사에 남긴 독특한 흔적이다.   이종원(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1926년 충남 아산 출생, 신직수의 전주사범 후배 이종원은 1926년 5월 18일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1940년 관립 전주사범학교에 입학했는데, 이 학교가 그의 운명을 결정했다. 박정희(1917~1979) 정권에서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중앙정보부장을 역임한 신직수(1927~1998)가 그의 전주사범 12년 후배였다. 이종원은 회고록에서 이 인연이 검사 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고 직접 밝혔다. 학연이 곧 권력의 사다리였던 시대를 그는 정직하게 증언한다. 1949년 제3회 조선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1953년 청주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1958년에는 법무부 장관 홍진기(1917~1986)의 비서관으로 발탁됐다. 그가 회고록에서 인용한 홍진기의 말이 있다. 내가 너무 빨리 출세를 했기 때문에 이런 신세가 됐다. 자네는 절대로 빨리 승진, 출세를 하려고 서두르지 말라. 3·15 부정선거 책임으로 구속된 홍진기가 후배에게 한 충고였다. 이종원은 이 충고를 두고두고 인생 항로의 길잡이 로 삼았다고 적었다. 빨리 출세하지 말라는 충고를 따른 사람이, 결국 법무부 장관까지 올랐다는 것이 역설이다.   이종원(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세계사 속의 동류, 눈물의 기소자 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유형이 떠오른다. 소련의 안드레이 비신스키(Andrey Vyshinsky, 1883~1954)는 대숙청 재판에서 격정적인 수사로 법정을 압도했다. 그의 논고는 문학적이고 감성적이었다. 차가운 증거가 아니라 뜨거운 언어로 유죄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종원의 130쪽 논고문도 마찬가지였다. 민족적 양심을 망각한 배반행위 , 언제나 여러분의 따뜻한 품이 되어온 조국 . 이것은 법률논증이 아니라 감성을 동원한 수사학이었다. 그리고 그 수사학의 끝에는 사형 구형이 있었다.   안드레이 비신스키(위키피디아) 1961년 5·16쿠데타, 조용수 사형, 그리고 47년 만의 무죄 이종원의 반헌법 행위 첫 장면은 1961년 혁명검찰부 부장검찰관 시절이다. 민족일보 사장 조용수(1929~1961)의 상소심에서 이종원은 사형을 구형하는 데 관여했다. 그해 12월 21일, 조용수는 32세의 나이로 사형이 집행됐다. 검사 이종원이 이 사형 집행을 직접 지휘했다. 2007년 12월,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47년 만이었다. 재판부는 민족일보는 사회단체가 아니었고 조용수는 정당 간부도 아니었다 며 형벌 규정의 소급효 금지,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어겨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들었다 고 명시했다. 법원은 47년 뒤에야 그의 죽음이 위법한 재판의 결과였음을 공식 인정했다. 같은 해 11월, 한국조폐공사 사장 선우종원(1918~2014)의 반혁명 사건에서도 이종원은 사형을 구형했다. 5·16 혁명 직후 좌익 의심에 시달리던 박정희가 반공검사의 대표였던 선우종원을 거꾸로 간첩으로 몰아 자신에게 씌워진 의심을 벗으려 했다는 분석이 있다. 결국 징역 5년이 선고됐지만, 이 사건 자체가 조작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향신문, 2008년 1월17일, 47년만의 무죄 1967년 동백림·민비연 사건, 6명 사형 구형, 실제 처형 없이 모두 석방 이종원의 반헌법 행위 정점은 1967년 동백림 사건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의 유학생, 지식인, 예술가 194명이 연루된 이 사건에서 서울지검 공안부장 이종원은 기소부터 구형까지 모든 과정을 총지휘했다. 1심에서 윤이상, 정하룡, 조영수 등 6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970년 12월 재상고심에서 간첩죄 증거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12명에 대해 파기 환송했다. 결국 같은 달 사형을 선고받았던 정하룡, 정규명과 무기징역의 조영수까지 모두 석방됐다. 동백림 사건 관련자 전원이 석방된 것이다. 이종원의 130쪽 논고문과 사형 구형은 결국 법원에 의해 부정됐다. 같은 시기 서울대 민족주의비교연구회(민비연) 사건 관계자 7명도 별도로 구속기소했다. 황성모 교수는 훗날 박정희 정권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학생운동을 탄압하고 비판적 지식인들에게 반국가 사범 낙인을 찍으려고 이 사건을 일으켰다 고 회고했다.   1967년 11월 서독 거주 작곡가 윤이상씨가 동백림 사건 법정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1967년 김재화 사건,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1967년 6·8 부정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이종원은 신민당 전국구 후보 김재화를 반공법 위반으로 수사해 구속기소를 승인했다.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신민당이 5·16쿠데타에 반대했던 재일한국인 김재화를 영입하자, 박정희 정권은 그를 신민당 탄압의 지렛대로 활용했다. 신민당 당사를 압수수색하고 은행예금까지 동결하는 폭거가 이어졌다. 그러나 1969년 12월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했고, 1970년 8월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구속된 김재화는 7대 총선에서는 낙선했지만 1971년 8대 총선에서 결국 국회의원이 됐다. 이종원의 기소는 명백히 정치적 목적의 시간차 공작이었다.   1967년 김재화 사건을 보도한 동아일보 유신 교정국장, 비전향 장기수 강제 전향 공작 1973년부터 법무부 교정국장을 지낸 이종원은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전향 공작을 주도했다. 양심과 사상을 강제로 바꾸려는 국가폭력이 그의 손에서 설계됐다. 1977년에는 법무부 차관으로 박동선 로비 사건 한미법무당국자회담의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다.   이종원(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5공 법무부장관, 이철희·장영자 사건으로 낙마 이종원의 경력은 1981년 전두환(1931~2021) 정권의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1982년 5월, 제5공화국 최대 금융사기 사건인 이철희·장영자 사건이 터지면서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후 5공비리의 온상이었던 일해재단의 초대 감사를 지내며 국회 5공 청문회에 불려 나오는 처지가 됐다.   이종원(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영국에서 안드레이 비신스키 같은 눈물의 기소자 들은 역사적으로 가장 위험한 검사 유형으로 평가된다. 차가운 증거가 아니라 뜨거운 언어로 대중과 재판부를 움직이는 능력이, 사실은 진실을 더 효과적으로 왜곡하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이종원이 사형을 구형했던 사람들 중 조용수는 처형됐고, 47년 뒤에야 무죄가 됐다. 동백림 사건의 6명은 사형 구형까지 받았지만 결국 모두 석방됐다. 그 사이의 시간을, 그 사이의 고통을 만든 것이 이종원의 130쪽 논고문이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 )의 비상계엄 선포를 영국에서 생중계로 보며 나는 이종원의 그 눈물겨운 논고를 떠올렸다. 감성적 수사로 정치적 탄압을 정당화하는 방식이, 60년이 지나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았는지를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리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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