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죽음의 계곡 넘을 사회 계약 준비하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Atlas) 투입을 두고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못 들인다”는 취지의 강경 메시지를 냈다. 이 장면은 한 기업의 노사 이슈가 아니다. 인공지능(AI)·로봇이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 한국 산업 전반에 반복될 충돌의 예고편이다.
Boston Dynamics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AI, 특히 생성형 AI의 비약적 발전은 인류 경제사에서 전례 없는 생산성 혁명을 예고한다. 골드만 삭스는 생성형 AI가 향후 10년간 세계 GDP를 7% 끌어올리고, 생산성 증가율을 연 1.5%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술만 놓고 보면 인류는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선택과 보편적 풍요를 누리는 것이 가능한 사회를 향해서 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다. 기술 진보는 폭발적으로 진행되는 반면, 제도와 합의는 늘 뒤늦게 따라온다. 그 시차가 만들어내는 과도기에 극심한 고통의 구간, 이른바 ‘죽음의 계곡 (Valley of Death)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2025년부터 2030년대 중반까지는 과거의 어떤 혁명보다 빠르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일자리·소득·계층 구조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
지식 노동의 몰락과 부의 초양극화
AI 혁명이 산업혁명과 결정적으로 다른 대목은 타격 대상이 고숙련 화이트칼라와 전문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프로그래머처럼 중산층 상단을 구성하던 직군까지 자동화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다. 이는 사회 전반의 구매력을 지탱해온 중산층 기반이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경제포럼(WEF)도 2030년까지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소멸하거나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의 집중이 가설이 아닌 현실로 굳어지고 있는 점이다. 2024년 기준 미국 상위 10개 빅테크 기업이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AI 모델과 데이터 인프라는 사실상 소수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 총액이 코스피 전체 시가 총액의 38%(2026년 1월 22일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AI는 본질적으로 자본 집약적 기술이며, 한번 개발된 알고리즘은 한계 비용이 거의 0 에 수렴하며 무한한 가치를 창출한다. 이 과정에 발생하는 막대한 잉여 가치는 노동자가 아닌 AI를 소유한 소수 기업과 투자자에게 귀속되며, 이는 전체 국민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인 노동소득 분배율의 급격한 하락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사회적 불안은 일자리가 사라져서”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이동할 사다리가 사라질 때 폭발한다.
경제적 안전망의 패러다임 전환, 소득에서 권리로
이 과도기적 충격을 완화하고 ‘죽음의 계곡’을 안전하게 건너려면 기존의 선별적 복지 체계를 넘어서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핵심은 복지를 시혜가 아니라 권리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첫째, 전환소득(Transition Income) 체계의 도입이다. 기술 변화로 인해 직무 이동이 불가피한 노동자에게 재교육과 재취업이 완료될 때까지 소득과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실업자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북유럽 모델처럼 일에서 일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 를 보호하여 사회적 공포를 해소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둘째, 기술민주화를 위한 보편적 기본 컴퓨팅(Universal Basic Computing) 권리 확보다. AI 시대의 정보 격차는 곧 경제 격차다. 모든 시민에게 일정 수준의 AI 연산 자원(GPU 클라우드 사용권)과 고성능 AI 비서를 제공해, 시민을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가치 창출의 주체로 격상해야 한다.
셋째, 조세 정의를 통한 부의 환류다. 인간의 노동에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면서 기계와 소프트웨어 도입에는 혜택이 붙는 조세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 자동화의 결실을 사회가 공유하기 위한 ‘로봇세’, 그리고 AI 학습의 원천인 데이터를 제공한 대중에게 수익을 환원하는 ‘데이터 배당’은 더 이상 공상적 담론이 아니라 현실적 정책 옵션이 되고 있다.
넷째, 노동의 재분배와 주 4일제의 정착이다. AI로 높아진 생산성이 해고로 연결되면 사회는 버티지 못한다. 생산성 향상의 열매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어지도록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실제로 영국의 4일제 실험 결과, 번아웃이 71% 감소했다는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기술 혜택의 공유 라는 새로운 사회 계약을 향하여
우리가 마주한 불안은 일자리 상실이라는 현실적 위협뿐만 아니라 그 변화 속에서 다음 단계로 유연하게 이동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공포에서 더욱 증폭된다. AI 시대의 진짜 국가 경쟁력은 더 빠른 알고리즘이 아니라 그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부를 어떻게 나누고 전환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는 산업 시대의 낡은 윤리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제도는 선택의 결과다. 2030년을 향한 우리의 선택은 단지 일자리 정책의 문제를 넘어 AI 시대에 우리가 어떤 인간 공동체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이어야 한다. 이제 기술의 혜택을 전 인류가 공유한다 는 새로운 사회 계약을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