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집회 쏟아져 나온 2030…이야기 직접 들어보니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2025.1.11. 이호 작가
지난달 7일 윤석열 탄핵 투표 이후 국회 앞 집회를 시작으로 형형색색 응원봉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및 체포를 요구하며 집회에 참가하는 2030세대 참가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번 주말도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집행되지 않으면서,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대규모 집회에 참가자들이 거리에 나왔다. 지난 11일 집회 현장인 헌법재판소 인근과 광화문을 직접 찾아가 2030들이 집회에 참가하게 된 이유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생각, 집회 참가를 망설이는 2030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정치 관심 가져야 세상 올바르게 돌아가
진영 가리지 말고 뭉쳐야 탄핵 할 힘 돼
경기 용인시에서 온 간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아무개(31) 씨는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들에 대한 걱정에서 집회에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번 시위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두 가지가 있다"며 "하나는 남동생이 올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윤석열이 불법 계엄령에 군부대 동원을 한 것, 또 하나는 직업이 간호사다보니 이 상황이 전쟁으로 바뀌면 본인을 비롯한 친구나 동료들이 다 전쟁터로 끌려나가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서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다만 김 씨의 참여 활동이 개인적인 것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는 "2030 여성들은 늘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라 했다. 그리고 이 문화는 2030의 아이돌 문화와도 맥이 닿는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아이돌 문화와도 접점이 있는데 지금 국가와 시민이 대치하고 있는 이 상황이 기획사와 팬들이 대치하는 상황과 굉장히 비슷하다"며 "아이돌 팬들은 예전부터 기획사에 항의할 때 장례식에 쓰는 근조화환을 보내기도 하고 등기를 팬인 척 보내지만 내용은 항의하는 글을 적었다. 이런 현상이 물밑에 있다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아이돌 플레이브의 응원봉을 가지고 집회에 참여한 30대 시민. 2025.1.13. 정숙 시민기자
처음 집회에 참가한다는 경기 성남시에서 온 남성 유아무개(30) 씨는 계기가 다르다. 기존에 있는 이른바 '엠지(MZ) 세대' '이대남' 등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고 나온 사례에 가깝다. 유 씨는 "2030 여자들은 집회에 많이 나오는데 남자들은 뭐하고 있냐고 쓴 기사를 봤다"며 "저는 진보 진영은 아니지만, 윤석열 탄핵이라는 대의에 동의하기 때문에 오늘 못 나온 친구들 몫까지 대신 하려고 나왔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래의 청년들을 향해서도 "일단은 집회에 나오라"고 했다.
유 씨는 "저는 보수주의에 가깝지만 과연 보수주의자라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긴다고 괜찮아질까를 생각해봤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국회에 백골단을 데리고 나온 것을 보고 우리를 '총알받이'로 쓸 생각밖에는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윤 대통령 탄핵 및 체포에 '진영을 가리지 말고 뭉쳐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거듭 집회 참여에 대해 강조했다.
여러 가지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2025.1.11. 이호 작가
불합리한 명령 거부할 제도 공론화해야
미래 주권자 청년들 나라 안위 책임져야
대구에서 올라 온 신아무개(33) 씨는 직장 생활로 인해 그동안 집회 활동에 참여하지 못했던 부류다. 생계와 장래를 위해 어느 때보다 바쁘지만, 그보다 걱정되는 사회 문제에 기꺼이 목소리를 내게 됐다. 그는 "윤석열의 비리에 대해 분노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지만, 생계 때문에 그동안 참여하기 어려웠다"면서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계엄령을 내린 것을 보며 교과서로만 본 군부 독재 시절에 있었던 일을 우리 세대도 겪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을 실제로 느껴 반드시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신 씨와 같은 이들의 노력 덕에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대구에서도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대구 청년들은 보수 지역에 살다 보니 '대구는 안 변한다'는 말도 듣기 싫어하고, 심지어는 '탈출하고 싶다'는 마음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 특성상 그런 말을 극도로 꺼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이 집회에 나오는 추세이기 때문에 대구에서도 힘을 받아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으니, 윤 대통령을 하루빨리 끌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직장인 정아무개(30) 씨는 '일상의 위협'이 집회로 끌어들인 이유가 됐다. "세월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정치에 무관심했는데, 피해자가 내가 됐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지난달 3일 계엄령 자체도 내 실생활과 관련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했다. 그는 특히 군 복무를 한 남성으로서 "박정훈 대령 경우처럼 임무에 충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죄없는 이들이 불합리한 법적 조치를 당하지 않도록 법적인 부분을 공론화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메리퇴진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2024.12.24. 연합뉴스
오래 전부터 광장에 나온 청년들에게도 지금의 집회는 의미가 남다르다. 경기 수원시에서 아버지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김아무개(26)씨는 "예전에도 종종 집회에 참여했는데 그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진지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국힘의힘 윤상현 의원이나 김민전 의원의 양심을 넘어선 상식 밖의 행동과 말에 화가 났고 무엇보다 이번 집회에 참여를 안 하면 나중에 두고두고 제 마음에 부끄러움이 남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집회 현장에 나와 많은 것을 배웠다"며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2030들이 집회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남 서초 촛불행동에서 활동하는 윤아무개(31) 씨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광장에서 활동했지만, 최근 집회에 참가하며 이전과는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그는 "계엄령 전에는 주변에서 '돈이나 벌지 그런 활동을 왜 하냐'고 했었는데, 계엄 선포 이후로는 '고생한다'며 개인적인 응원도 많이 받고 촛불행동에 후원도 많이 해주신다"고 전했다. 다만 윤 씨는 청년들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2년 동안 촛불행동에서 활동하며 집회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을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면서도 "미래를 살아갈 주권자는 우리 청년들이니까 나라의 안위는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청년들에게 '함께 투쟁하자'고 했다.
여러 가지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2025.1.11. 이호 작가
약자들끼리 연대 집회 본질 흐리지 않아
얼마 전 일부 수구 언론에서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연단에 오른 연사들 대부분이 페미니스트와 같은 성소수자, 여성 위주 대학교 인원들이고, 이들의 목소리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이 보조를 맞춰주는 방식이라며 특수 계층의 목소리가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차별당하고 억압당한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 집회의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군포시에서 온 최아무개(29) 씨는 "윤석열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를 내세우며 20대 남자들에게 몰표를 받았다"며 "그런데 아직 여가부를 폐지하지 않았고, 그런 (모순적인) 것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 이번에 터져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정부의 모순적이면서 동시에 차별적인 정책에 대한 분노가 터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우리는 끝이 있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6차 시민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2025.1.11. 연합뉴스
전국공공운수 사회서비스 노조원인 박아무개(28)씨는 "집회에서 페미니스트나 성 소수자들 등 사회에서 정체성을 밝히기 어려운 사람들이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집회를 주관한 민노총에서 사회에서 소외된 그들의 발언을 인정해 주니까 서로 힘이 되면서 인원이 증가했다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했던 정책들 대부분이 약자를 탄압하는 정책이었고 우리 누구나 약자의 위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약자들끼리 연대를 한다는 것이 집회의 본질을 흐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일은 개인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기자로서 지켜본 집회 현장은 2030들의 참여로 이전보다 젊어졌을 뿐 아니라,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민중가요가 아닌 친숙한 케이팝(K-POP)을 부르며 기성세대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집회 문화를 2030세대들이 스스로 이끌어 가고 있다. 다양한 세대가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서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를 지키는 건 대통령도 정치인도 군대도 경찰도 아닌 국민임을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