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의 치매 예방 효과 뚜렷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1683년 비엔나 공방전 묘사화 (public domain)
1683년 오스만 트루크는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인 비엔나를 포위하였다. 중부 유럽 공략을 위한 제2차 비엔나 공방전 이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 점령 후에 오스만 트루크는 급속히 팽창해 발칸반도에서 헝가리까지 점령하였으나, 1529년에 1차 비엔나 공방전 에서 실패를 경험한 뒤 100년이 넘게 절치부심했던 터였다.
1차 공방전이 실패한 것은 많은 비와 진흙길로 인한 병참의 실패라고 여겼다. 1683년 9월, 오스만군은 비엔나 성벽 아래 폭발물을 설치하여 성벽을 거의 무너 뜨릴수 있는 기회를 맞았으나, 로마 교황의 호소에 급히 달려온 폴란드 기병대의 습격으로 결정적인 패배를 맞게 되었다. 이 때 급히 퇴각할 수 밖에 없었고, 유럽을 향한 이슬람 제국의 팽창이 멈추는 결정적 계기를 맞게 되었다.
프랑스 파리 북부 생제르망의 카페 드 플로르(https://en.wikipedia.org/wiki/Caf%C3%A9_de_Flore#/media/File:Caf%C3%A9_de_Flore,_172_boulevard_Saint-Germain,_Paris_6e.jpg)
거창한 전쟁 얘기를 꺼내는 건 일인당 소비가 아시아 최고에 이를 만큼 우리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커피 얘기를 하고자 함이다. 오스만 군은 2차 공방전에서 철수하는 동안 10만여 자루의 커피콩을 버리고 갔다니, 이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병참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우연한 일로 비엔나에 유럽 최초의 커피점이 문을 열었고, 커피 문화가 급속히 파리, 런던 등 서유럽의 주요 도시로 전파되었다. 전쟁이란 문명을 파괴하기만 하는 건 아닌 것이다. 파리에는 카페 드 플로르 (Cafe de Flore), 레 되 마고 (Les deux Magots)처럼 사르트르, 피카소 등 20세기의 예술가와 철학자들이 즐겨 찾던 유명한 카페들이 있다. 이런 커피 문화의 확산에는 커피에 우유를 섞어 카페인의 쓴맛을 고급스럽게 순화한 비엔나 사람들의 역할이 컸다.
카페인의 화학구조, public domain
화학적으로, 카페인은 각각의 방향성 (aromatic) 고리에 질소 원자를 2개씩, 그리고 2개의 방향성 고리들이 서로 융합된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서, 방향성 이란 벤젠에서처럼 이중 결합들을 갖는 고리를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화시킨다는 뜻이다. 실제, 카페인은 섭씨 250도까지 가열해도 고리가 깨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4개의 질소 원자를 포함하는 카페인 분자의 두 고리는 모두 한 평면상에 놓이게 되고, 이런 기하학적 구조가 커피 분자를 쓴 맛을 감지하는 인간의 미각 수용체 TAS2R43 에 잘 들어 맞게 한다. 즉, 이 수용체의 빈 공간이 평면 구조를 갖는 카페인 분자를 끼우는 데 안성맞춤이고, 이 빈 공간 주위가 카페인 분자가 물을 싫어하는 성질 (hydrophobicity)과 잘 어울린다.
또 뜨거운 커피에 곁들이는 우유에서는 유당이 두 가지 단당류들로 분해되어 단맛을 내고, 부드러운 액체 상태의 유지방및 공기와 함께 고소한 맛을 낸다. 이런 커피의 마력 때문에 나라를 누란에 빠뜨렸던 고종도 커피를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당대엔 커피를 가배 라고 불렀는데, 그는 가배 를 덕수궁 정관헌 에서 외교관들을 대접하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노인성 치매로 고통받는 노인, CC BY 4.0https://en.wikipedia.org/wiki/Dementia#/media/File:An_old_man_diagnosed_as_suffering_from_senile_dementia._Colo_Wellcome_L0026689.jpg
그런데, 커피가 치매와 인지 능력의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을 준다는 주장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연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네이처 잡지에 지난 10일 실린 13만명 연구에서 커피는 뇌의 더 느린 노화에 관여된다 (Coffee linked to slower ageing in study of 130,000 people) 제목의 기사다. 전날 미국의학회지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발표된 논문을 편집자가 요약한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얘기를 왜 새삼 꺼내느냐고 물을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커피의 어떤 성분이 그런 역할을 하는지 여태껏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효과가 장기적인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치매는 수십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하버드 대학 연구진의 연구는 13만명의 커피 마시는 습관, 식생활, 인지능력 등을 43년에 걸쳐 추적한 결과다.
연구진은 하루 두세 잔의 커피나 한두 잔의 홍차를 마시는 이들의 치매 예방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한다. 심지어, 하루 다섯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이들조차 거의 마시지 않은 이들에 견줘 예방 효과가 18% 높다고 한다.
한편, APOE4 라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하나만 갖는 경우에도 알츠하이머병에 관계된 치매 위험이 2~3배 높다. 논문 저자들에 따르면, 이 돌연변이를 갖는 경우에도 커피는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
반면, 디카페인(decaffeined) 커피에는 그런 효과가 전혀 없었다. 따라서, 커피의 다른 성분, 즉 폴리페놀 (polyphenol)이나 알칼로이드 (alkaloid)의 효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쉰 살을 넘긴 이라면 커피나 홍차를 통해 적당량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을 습관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치매 예방에는 명상과 같은 다른 방법도 많이 있으니 카페인은 수수께끼의 한 조각일수 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참고문헌
Nature, 650, 2026, p536.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6-00409-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