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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맞나 …보수 언론서 선거 여론조사 보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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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주요 신문의 지면에서 선거 여론조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거의 매일 같이 여론조사 보도가 나오던 다른 선거 때와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특히 이른바 ‘보수’ 언론의 지면에서 뚜렷한 현상이다. 이는 무엇보다 전반적인 판세에서 보수 정치 세력의 열세 구도가 확연한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선거 구도가 보수 언론들이 보고 싶지 않은 현실 인 것에서 취하는 의도된 침묵일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독자들에게 전하지 않는 것은 선거 여론을 전하는 언론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선거 여론을 전달하는 공신력 있는 지표들 중 하나인 여론조사 제공을 기피함으로써 전체 민심의 추이를 과학적으로 추정하게 하는 기능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언론사의 여론조사 의뢰 현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록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확인된다. 5월 초 현재 등록된 최근 여론조사 의뢰자 목록을 살펴보면, 중앙과 지역의 언론사들의 의뢰 조사가 꾸준히 올라오는 가운데 보수 유력지들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이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전국지 빅3가 여론조사 데이터에서는 사실상 자취를 감춘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한국 갤럽 사옥. 연합뉴스  조선일보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때는 수도권 및 주요 격전지에 대해 매달 1, 2회꼴로 대규모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자체 기획 조사가 보이지 않는다. 자체 조사를 통한 판세 보도는 없이 다른 매체 등을 통해 이미 발표된 외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지층의 결집 양상이나 특정 후보의 리스크를 분석하는 해석 위주의 기사들에 집중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조인스랜드나 자체 조사팀을 통해 활발히 수치를 내놓던 과거와 달리, 이번 선거 국면에서는 인용 보도 비중을 대폭 높였다. 동아일보는 조선·중앙보다는 빈도가 높으나, 과거에 비해서는 훨씬 줄어든 상태다. 여당의 우세가 분명하고 판세가 일찌감치 기운 상황에서 여론조사가 다른 선거 때에 비해 활발하지 않은 것은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60%를 상회하고 여당인 민주당 지지율이 야당을 2배 가까이 압도하는 상황에서 조사의 필요성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업체들에 따르면 언론사들뿐만 아니라 정당과 후보자들 모두 여론조사에 적극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여론을 주도한다고 자부하는 이들 보수 유력 언론의 확연한 여론조사 기피는 독자들에 대한 선거 여론의 제공을 소홀히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살 만하다. 2022년처럼 판세가 유리할 때는 숫자를 앞세워 대세론 을 조성하고, 2026년처럼 판세가 불리할 때는 침묵으로 지지층의 동요를 막는다는 지적을 받음직하다. 역설적이게도 이 현실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낸 것은 조선일보 자신이었다. 4월 18일자 선거 해보나마나 與 압승?… 여론조사업체, 불황에 운다 라는 제목의 기사는 여당의 우위가 너무 명확해 조사 의뢰 자체가 줄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선거가 40여 일 정도 남은 이 시기는 보통 여론조사 업체들에 ‘대목’으로 쏟아지는 의뢰 덕에 수익을 넉넉히 올릴 수 있는 시즌이지만 최근 메이저 여론조사기관뿐만 아니라 지역 군소 여론조사업체에서는 예전만 못하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면서 선거가 코앞인데 정작 시장에선 찬바람이 분다”고 전한다. 한국갤럽 팀장의 ‘이번 지선을 기대하고 추가 인력까지 채용했으나, 현재 의뢰가 너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는 말을 전하며 여론조사업계가 당혹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사 자신이 여론조사 의뢰를 끊은 현실을 ’업계 불황‘ 기사로 간접 보도한 것이다. 자신들이 초래해 빚어진 상황을 제 3자처럼 전하는 이 기사에서 이른바 ’보수‘ 언론들의 처지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30일 앞둔 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입구에 남은 선거일을 알리는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2026.5.4. 연합뉴스 주간조선의 이 기사는 엉뚱하게도 전문가의 말을 빌어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연장선으로 끌고 가는 바람에 선거 구도가 여론조사 필요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는 듯이 지적하고 있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구조적으로 관심도와 참여율이 낮은 편인데, 그럼에도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연장선으로 끌고 가며 영남 지역까지 석권하려는 전략을 취하면서 지지도 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한 동의 여부와는 별개로 언론이 여론조사를 기피하는 것에 대해서는 짚을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는 적잖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민심의 흐름을 공개적으로 측정하고 검증하는 방식이다. 언론이 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여론 동향에 대한 정보 제공에서 상당한 공백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유권자들은 정보의 부족이나 깜깜이 선거 로 몰리게 된다. 게다가 그 빈 자리는 정당 내부 조사, 출처 불명의 유출 수치 등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 결국 유권자로서는 누군가 측정한 민심 위에서 자신의 선택을 돌아보고 객관화해 볼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되기 쉬운 조사결과에 의해 판단이 좌우될 수 있는 것이다. 보수 언론들의 여론조사 기피는 단지 여론조사 공백으로 그치지 않는다. 여론조사 데이터의 빈 자리를 자의적 해석으로 메우면서 근거가 약한 분석과 해설들로 선거 보도가 채워진다. 조선일보의 선거 관련 보도들에서 보수 결집의 징후가 보인다 거나 야권 후보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는 서술이 반복되는 것이 그 예들이다. 불리한 숫자를 외면하는 보수 언론들의 선거 여론조사 보도는 결국 현재의 민심의 실상에 대한 외면이다. 그 현실을 직시함으로써만 원인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대안 제시가 가능하지만 현실 보기를 회피하고 막음으로써 선거를 통한 보수 정치의 자기 쇄신 가능성마저 차단해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언론은 뭔가를 의제로 다룸으로써 여론에 영향을 미치지만 반대로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음으로써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여론 동향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주요 이론인 침묵의 나선 현상이 거꾸로 작동되는 것이랄 수 있다. 즉 자신의 의견이 소수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발언을 억제함으로써 다수 의견의 과대 대표로 이어지는 것과 반대로 언론이 불리한 여론조사 수치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면 여론은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보수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 침묵이 단지 침묵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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