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제거(CDR)에 기대는 넷제로, 국제법 위반 리스크 커진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옥스포드 대학 연구진의 논문이 공개된 테일러앤프랜시스의 웹사이트.
탄소중립 목표를 ‘미래 탄소제거(CDR)’에 과도하게 의존해 설계할 경우, 국가가 국제법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카본헤럴드는 9일(현지시각) 옥스퍼드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를 인용해, 각국이 단기 배출 감축 대신 향후 탄소제거 확대에 기대 기후목표를 설정할 경우 국제법 위반으로 판단될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각국의 넷제로 로드맵에서 2030년 이전 실질 감축보다 2040~2050년 탄소제거 비중이 빠르게 커지는 흐름을 문제 삼으며, 탄소제거가 ‘정책 완충재’처럼 활용되는 상황 자체가 법적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DR은 필요하지만, 단기 감축의 대체 수단은 아니다”
연구진은 자연 기반 및 기술 기반 탄소제거가 순배출 제로 달성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단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미루고, 미래의 대규모 CDR 도입을 전제로 기후목표를 설계하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봤다.
특히 대규모 탄소제거 기술은 기술적·사회적 불확실성이 크고, 실제 적용 시점과 규모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이를 근거로 단기 감축을 대체하는 전략은 법적·정책적 정합성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연구는 이러한 접근이 파리협정이 설정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1.5℃ 제한을 일시적으로 초과하는 ‘오버슈트(overshoot)’ 경로를 정당화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자체가 국제법상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스퍼드대 법학부의 라반야 라자마니(Lavanya Rajamani) 교수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일부 국가는 더 야심찬 단기 감축 조치 대신, 향후 탄소제거 기술 도입에 기대 기후목표를 달성하려는 도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ICJ 권고적 의견이 만든 ‘국가 책임’ 기준선
연구진은 이러한 위험을 판단하는 법적 기준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025년 제시한 기후 관련 권고적 의견을 제시했다.
ICJ는 해당 의견에서 국가가 자국의 활동으로 다른 국가나 국제사회에 환경적 피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할 의무, 이른바 ‘피해 예방 원칙(harm prevention principle)’과 ‘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기후변화 대응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기준을 명확히 했다.
연구는 미래의 불확실한 제거 기술을 전제로 배출 감축을 지연하는 전략이 이러한 국제법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단기간에 실현 가능한 감축 수단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으면서, 향후 기술 발전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은 국제법상 요구되는 성실한 대응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투명성·실현 가능성 확보가 핵심 가드레일”
연구진은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가드레일로 ▲배출 감축을 최우선에 두는 전략 ▲탄소제거 기술의 기술적·사회적 실현 가능성 확보 ▲국제 탄소크레딧 의존도 축소 ▲배출 전망치와 CDR 경로, 모델링 가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옥스퍼드대학교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등 유럽 연구기관들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논문은 테일러앤프랜시스가 발행하는 학술지 Climate Policy 에 3일(현지시각) 온라인 공개됐다.
카본헤럴드는 이번 연구가 탄소제거 확대를 전제로 한 기후목표 설계가 국가 차원의 법적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