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에 칼 빼든 공정위…웹소설 불공정거래 개선될까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2019년, 2020년 공모전 요강. /사진=공정위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신인 웹소설 작가의 2차 저작물 권리에 대한 독점 계약을 맺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5억4000만원의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공모전 당선 작품이 영상 등 2차 콘텐츠로 제작될 경우 카카오 외에 다른 거래자를 선택할 수 없게 막아 작가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웹소설이 웹툰·영화·드라마로 재탄생해 흥행하는 사례가 증가하며 원작 지식재산권(IP)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공정 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뤄지면서 문제가 돼왔다.
공정위의 카카오엔터 제재는 웹툰·웹소설이 가진 IP를 통한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 창출 효과가 확대됨에 따라 창작자의 권리를 우선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콘텐츠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플랫폼에 쏠린 무게 중심을 바로 잡겠다는 공정위의 의도대로 상황이 돌아갈지는 불분명하다. 이미 카카오는 관행상 계약서에 그런 조항이 있더라도 실제로는 작가들과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며 공정위에 항소하겠다고 반발하고 있어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I. /사진=카카오.
공정위, 카카오엔터 '불공정거래' 에 과징금 제재
2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카카오엔터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5번의 웹소설 공모전을 개최하며 당선작가들과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5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일부 공모전 요강에 "수상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카카오페이지에 있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이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선 작가 28명은 본인의 웹소설 작품이 웹툰·영화·드라마로 2차 제작되더라도 더 나은 조건을 제안하는 제작사를 택하는 대신 카카오 계열사와만 거래해야 하는 불공정한 계약 관계를 맺게 됐다.
당시 카카오엔터는 당선작 28편에 대해 총 210개 유형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가져갔다. 지난해 11월까지 제작된 2차 저작물은 11개 당선작 중 16개로 알려졌다.
이같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카카오는 법원에 항소해 부당한 처사임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엔터는 24일 발표한 공식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창작자를 국내 창작 생태계의 주요 파트너로 여기고 있으며, 실제 창작자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부당하게 양도받은 사례가 없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제재 조치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웹소설을 활용한 2차 창작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웹툰으로 재탄생되는 것은 기본,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영상으로 제작되거나 게임과 같은 다른 장르의 창작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고부가가치 웹소설 IP...웹툰·영상화 제작 활발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예견된 것이라고 분석을 내놓는다. 국내 웹툰·웹소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IP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는 웹소설에서 웹툰으로 확장되는 노블코믹스 영역을 개척하며 네이버웹툰과 함께 콘텐츠 IP 사업을 활발히 추진해왔다. 카카오에 연재된 '사내맞선', '나혼자만 레벨업'이나 네이버에 연재된 '재벌집 막내아들' 은 웹소설을 웹툰화하고 영상화해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웹소설 IP 확장에 따른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카카오엔터와 네이버웹툰은 각각 크로스픽쳐스, 스튜디오N이라는 제작사를 자회사로 두고 영상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원작이 외부 제작사에서 영상화될 경우 수익을 가져갈 수 없지만, 플랫폼 자회사가 제작을 일임할 경우 원작의 경우보다 더 큰 수익을 챙길 수 있어서다.
특히 텍스트 중심인 웹소설의 경우 이미지 중심인 웹툰보다 2차 저작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고부가가치를 지닌다. 웹소설은 웹툰·게임·캐릭터상품 부터 시작해 드라마·영화 등 영상을 통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통까지 확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도 빠른 속도로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약 1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웹소설 시장은 2020년 약 6000억원대로 7년여만에 약 6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엔터나 네이버웹툰 같은 대형 플랫폼에 작품을 공급하려는 웹소설 작가 역시 약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신인작가 불리한 계약구조는 업계 관행?
문제는 웹소설 작가들이 활동할 무대가 극히 적다는 점이다. 국내 웹소설 시장의 빠른 성장 규모에 비해 실제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은 카카오나 네이버 정도로 제한적이다. 이들이 시장에 데뷔하려면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는 수준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햐 하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데뷔 이후에도 웹소설 작가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 의존하지 않으면 인지도를 쌓기 어렵고 작품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구조다. 플랫폼과 정식 계약을 맺더라도 동등한 입장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웹 콘텐츠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대형 플랫폼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건 작품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를 바 없다"며 "CP사들도 대형 플랫폼에 종속적인 관계이다 보니, 인지도가 낮은 작가일수록 불합리한 관행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제까지의 저작권 침해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카카오엔터가 2차 저작물 작성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가져갔더라도 작가에 대해 수익배분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2차 저작물 수익을 플랫폼이 전부 독점해 사회적 문제가 된 '구름빵'이나 '검정고무신' 매절 계약 사례와는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웹툰이나 웹 드라마, 게임, 캐릭터 상품과 같은 2차 창작은 개인의 역량으로는 진행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새로운 타깃층에 맞춰 재창작 수준의 작업이 진행돼야 하고, 매체별 특성과 대중성을 고려하되 작품의 매력을 살리는 고도의 작업이 요구된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1차 창작에 버금가는 작업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에 걸쳐 이뤄진다. 대형 플랫폼은 이러한 작업을 조율하고 자금과 판로 확보를 위해 움직인다. 2차 창작 과정에서 대형 플랫폼의 역할이 상당히 커지는 것이다.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양도받으려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지적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카카오엔터의 경우 2차 저작물 작성권 자체를 가져갔다기 보다는 독점적 이용에 대해 작가에게 허락을 받은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며 "콘텐츠 기업이나 출판계에서는 수익 확대를 위해 이런식의 계약 조항이 암암리에 유지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 사태는 결국 비대칭적 시장구조가 초래한 상황이다. 플랫폼과 창작자 양쪽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