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7월, 더 뜨겁고 ‘치명적’인 검찰개혁 [뉴스]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7월을 맞으며 ‘크리티컬(critical)’이란 영어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중요한’을 넘어 ‘치명적인’이란 뜻의 형용사이지요. 1998년 첫 정권교체 이래, 적어도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이래 23년 간, 민주시민들의 숙원이었던 검찰개혁이 드디어 이번 달 안에 매듭을 지어야만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그 ‘크리티컬(critical)’ 이란 단어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12일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직접 수사 범위가 9대 중대 범죄 로 규정되는 내용을 담은 중수청·공소청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모습. 2026.1.12 연합뉴스
해체 3개월 앞두고도 끄덕없이 버티는 검찰
검찰청이 이미 해체의 길로 들어선 것은 사실입니다. 3월 20일과 21일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10월 2일 검찰청은 기소권을 공소청에,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중수청에 넘겨주고, 오욕의 뒷모습을 남긴 채 역사의 뒷켠으로 사라질 운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검찰청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 리 없지요. 70여 년간 대한민국을 쥐락펴락 해온 절대권력이 그렇게 호락호락 할 리가 있겠습니까. 최근 믿을만한 유튜브나 SNS, 기성 언론들을 통해 전해지는 정치권과 검찰발 뉴스, 정치분석가나 평론가들, 무엇보다 검찰개혁에 진심인 정치인들의 관측과 의견들을 종합해 대충 지금의 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검찰은 지금 침대축구를 펼치고 있다. 검찰개혁 논의가 진척되는 것을 최대한 방해한다.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질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언론을 통해 최대한 강조해 퍼뜨린다. 심지어 검사들이 조를 짜서 (학연 지연을 통해)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한다. 마땅히 해야 할 수사업무를 해태한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10월 2일 검찰청이 공소청·중수청으로 분리 해체되면 현재 9000명 검찰청 인력 중 7000명에 이르는 수사인력은 (더 이상 수사권 없는) 검찰청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고, 중수청 등 다른 수사기관으로 옮겨가야 할 텐데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는 것, 지난 5월에 시작된 중수청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구축작업이 중수청 출범 전 오픈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 심지어 아직까지도 중수청 청사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이 모두 검찰이 벌이고 있는 침대축구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또한 퇴임 전의 김민석 총리 등 정부 인사들의 잇따른 다짐에도, 일각에서 여전히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검사들 침대축구에 맞장구 치는 ‘민생론’ ‘신중론’
검사들이 어떻게 하든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 개입해서 보완수사권이라도 유지하거나, 전건송치를 통해 중수청을 밑에 두고 계속 수사에 간여·지휘하려는 정치공작 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말이 보완수사권이지, 실제로는 재수사권, 추가수사권이며 결국 지금처럼 검사들이 직접 수사권을 갖는 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법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만일 민주당이 전면적인 형사소송법 개정에 실패해 보완수사권의 일부라도 검사들에게 남겨준다면 검찰개혁은 완전히 물건너 간다는 것이, 상황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 양심적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의 다급한 경고음입니다. 이를 지켜보는 민주개혁 시민들이 숨도 제대로 못쉬며 발만 동동 구르는 이유입니다.
서영교 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여야는 이날도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안 내용을 놓고 충돌했다. 2026.5.6 연합뉴스
그럼에도 민주당 내에서 해괴한 소리들이 슬금슬금 흘러나옵니다. 언제나 개혁 논의가 있을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민생 우선론’입니다. 그렇다면 언제나처럼 검찰개혁이야말로 최고의 민생”이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검찰 수괴 윤석열이 권좌에 있었다면 나라꼴은 어떻게 됐고 민생은 어떻게 됐을까? 검찰 2인자 한동훈이 살아났고 국힘당 지지층은 여전히 기세등등, 극우세력은 활개치고 있는데, 검찰개혁을 못한 채 제2의 윤석열이 등장한다면 그때에도 민생 타령을 할 수 있을까? 민주당 국회의원이 민생을 들먹이려면 차라리 민생은 정부가 열심히 하시오, 개혁은 우리가 국회에서 책임질 테니”라고 외쳐야 하지 않을까요? 검찰개혁이야말로 최고의 민생입니다.
‘신중론’도 있습니다. 개혁은 하되 국민이 불편하거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지요.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제도 시행일이 법률로 정해졌더라도,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의 제도 시행은 형사사법 공백을 불러올 뿐 아니라 개혁의 정당성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고 합니다. 중수청법의 허점과 불완전한 시행령을 탓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거야말로 검찰의 줄기찬 침대축구 탓이며, 그런 작전에 말려든다면 또 다시 검찰개혁이 좌초할 우려가 커집니다. 시간을 끌다가 끝없는 정쟁에 말려들고 곧 다가올 총선 등 정치일정에 휘둘릴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개혁은 없습니다. 큰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먼저 감행해야 하는 것이고, 작은 불편들은 시간을 두고 고쳐가면 되는 겁니다. 신중론에 밀려 머뭇거리는 와중에 혼선에 따른 시민 피해와 불안을 자극하는 언론의 과장보도는 더욱 기승을 떨 것입니다.
검찰개혁은 우리 사회 기득권 해체의 서곡
‘경찰 불신론’도 있습니다. 경찰은 열등한 조직이기 때문에 우수한 검찰조직이 늘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그토록 우수한 조직이어서 그렇게 조작 수사에 능한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경찰은 부패하기 쉬운 조직이어서 사건을 암장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모든 사건을 검찰에 전건송치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전건송치 아니더라도 KICS 덕분에 관계 수사당국이 모든 사건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그런 전문가에게 신세질 필요도 없이, 그동안 가장 은밀하게, 조직적으로 수사와 기소, 재판을 암장해온 것이 누구인가를 먼저 묻고 싶습니다. 전관비리로 엮인 검사와 판사, 대형로펌 변호사들 아니었던가요?
형소법 개정 논의가 8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 때까지 미루어져서는 안됩니다. 지금은 촌각을 다투어야 할 상황입니다. 정청래 김민석 두 유력 후보가 보완수사권 폐지 의지를 분명히 보이고 있고, 더구나 형소법 개정은 꼭 당대표가 결정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논의가 또 한 달 이상 밀린다면 본격적인 중수청 개청 준비 기간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이제는 검사들이 침대축구를 멈추고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도록 강제해야 할 때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김용민·서영교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6.26. 연합뉴스
검찰개혁이 어려운 핵심적인 이유는 이것이 우리 사회 대표적 특권계급인 검사들의 특권을 빼앗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검찰개혁은 검사뿐 아니라 판사 변호사 대형로펌 등 전관비리로 엮인 법조계를 중심으로, 조중동 등 언론권력, 재벌 등 경제권력, 사학, 대형교회 등 종교권력들이 똘똘 뭉친 기득권을 해체하는 신호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지 못하면, 삼성과 SK가 아무리 돈을 벌어도 그 돈은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도랑을 타고 기득권으로 흘러갈 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민주시민들, 모든 국민의 숙원
강기석 민들레 상임고문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에게 당한 고난은 이재명 개인의 고난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우리 민주시민들, 평등하게 누구나 잘 사는 나라를 꿈꾸는 우리 국민 모두가 겪은 수모와 고난이었으며,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은 국가의 운명이 걸린 한 판 승부였던 것입니다. 윤석열 없는 이재명 대통령의 1년을 겪으면서 우리는 그것을 더욱 절감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검찰개혁의 완성은 이재명 대통령의 숙원을 넘어 우리 국민 모두의 염원인 것입니다.강기석 상임고문 kks54223@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