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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참사 겪고 또… 중대재해 부른 원인 그대로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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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낮 1시 17분께 대전의 자동차 부품 기업인 안전공업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4명이 숨지고 60명의 중·경상자가 생기는 등 모두 74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안전공업은 전혀 안전하지 않았다. 최근 10년간 인명 피해 면에서는 가장 많다. 사망자만 보면 3번째다. 이재명 정부 들어 가장 심각한 중대재해다. 우리 사회는 언제쯤 중대재해 참사를 멈출 수 있을까? 정권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대형 중대재해 참사 1층에서 시작된 이날 불은 계단·설비를 따라 2~3층으로 급속 확산해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한 끝에 10시간 30분 만에 겨우 진화할 수 있었다. 한낮에 화재가 발생했고 고층 건물이 아닌데도 대형 화재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난 것은 공장 안 곳곳에 절삭유, 기름때, 금속 나트륨 등 가연성·반응성 물질이 있어 불이 빠르게 번졌고 불법 증축·임의 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헬스장, 휴게실에서 집단으로 잠자거나 쉬고 있던 다수 노동자가 비상구·대피 통로 부족으로 제때 탈출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터에서 대형 인명 피해를 낸 화재 사고를 보면 노무현 정부 마지막 무렵인 2008년 1월 이천 한 냉동 물류창고 지하층에서 우레탄 폼 작업 중 유증기 폭발·화재로 삽시간에 유독가스가 확산해 40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등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 떠오른다. 2020년 4월에는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 현장 지하층에서 우레탄 폼 작업과 용접 작업이 동시 진행되던 중 화재·폭발이 일어나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 문재인 정부 최악의 일터 참사였다. 가장 최근에는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6월 경기도 화성의 아리셀 리튬 일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배터리 폭발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중대재해 참사가 발생했다. 사망자 가운데 18명은 중국 동포 등 외국인 노동자였다. 대피로가 충분치 않았고 유독가스로 말미암아 피해가 컸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건물의 대형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2026.3.21 [공동취재] 왜 우리는 잇단 참사에서 배우는 것이 없을까 대전 지역에서는 지난 2022년과 2023년 사업장에서 대형 화재가 잇달아 발생해 최근 어느 지역보다도 화재로 인한 중대재해에 관심이 높았다. 2022년 9월 26일 유성구의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하 주차장 하역장에서 1t 화물차 배기구 과열로 시작된 불이 주변 종이상자에 옮겨붙으며 대형 화재로 번져 협력업체 직원들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7명이 숨졌다. 화재 수신기를 수동으로 전환해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하지 않은 전형적 인재였다. 이어 2023년 3월 12일 밤 10시께 대덕구에 있는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타이어 약 21만 개가 모두 불타는 등 2공장 대부분이 사실상 사라졌다. 인명 피해는 미미했으나 물적 피해가 매우 컸다. 이 화재는 타이어·고무 등 가연성 물질이 많고 공장 건물 자체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여서 불을 끄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불로 공장이 전면 가동 중단됐으며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고, 학교가 휴업하는 등 대전 지역에 큰 악영향을 끼쳐 일터 화재 예방의 중요성을 지역 사업체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대전 지역 대형 화재들의 교훈은 안전공업의 담벼락을 넘지 못했다. 이번 화재 참사는 2024년 아리셀 화재 참사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발생한 대형 제조업 중대재해라는 점에서 우리의 일터 안전 시스템 전반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는 지금까지 일어난 여러 일터 대형 화재 사고에서 정부, 기업 등 산업안전 관련 기관과 조직, 구성원들이 제대로 된 교훈과 성찰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안전 인식, 교육, 훈련, 설비… 겹치고 겹친 참사 원인 지금까지 일어난 일터 화재 참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공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되면 참사는 면할 수 있다. *일터 화재 참사=화재 발생+화재 확산(가연성‧폭발성 물질)+유독성 연기+대피로 미비+대피 교육‧훈련 부재 거의 모든 일터 화재 참사는 화재 예방의 실패에 이어 안전교육 외면, 특히 화재와 같은 긴급 상황시에 대비한 필수적인 대피 훈련 무시, 언제 어디서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 부족, 그리고 이에 대비한 설비와 충분한 대피 경로 미확보 등이 연쇄적으로 겹쳐 일어나기 때문에 생긴다. 아리셀 참사 등 지금까지 우리를 안타깝고 부끄럽게 만들었던 모든 대형 화재 중대재해가 그러했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 일터에서는 안전 인식, 교육, 설비 등 모든 것이 후진적이다. 아리셀이 그러했듯이 이번 안전공업에서도 공장을 지을 때 안전 확보 개념이 설계에 투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장을 다 지은 뒤 뒤늦게 노동자의 휴식 공간을 확보하려다 보니 제대로 된 대피로를 만들지 못한 것 같다. 앞으로 새로 짓는 모든 공장은 생산 최적화뿐만 아니라 안전 최적화 설계·시공을 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이미 지어 가동하고 있는 공장에서는 비용을 생각하지 말고 휴게공간과 충분한 대피로 확보를 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을 두고 의무화해야 한다. 비용에 부담이 있는 영세 공장의 경우 일정 비용을 정부가 시설 융자를 해주거나 일부 비용을 직접 지원해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안전한 공간과 설비 확보와 함께 안전한 작업 시스템과 안전교육, 비상 상황 시 효과적 대피 등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노동자의 몸에 배도록 해 위기 시 조건반사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형식적 훈련이나 도상 훈련, 말로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실제 상황과 똑같은 훈련을 하고 또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훈련 주체는 노사이지만 이를 확인하고 지도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만이라도 실질적 안전을 챙겨라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 형식적 안전이 아니라 실질적 안전이 일터에서 단단히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아리셀 화재 참사 이후 그 이전과 어떤 부분이 실질적으로 달라졌는지를 톺아보아야 한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인명 피해 규모가 클 수 있는 업종과 일터를 중심으로 우선해 살펴야 한다. 서류만 뒤적이고 안전관리자나 경영진만 만나 문제를 파악하지 말고 노동자 대표와 위험 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만나 심층적으로 물어 실제 안전 수준을 가늠해야 한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일터 안전의 중요성을 피를 토하듯 강조했음에도 이런 화재 참사가 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 이런 참사는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만 희생된 노동자와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용서를 구할 수 있다. 안종주 언론인, 산업보건학 박사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참사를 기억하지 않는 일터 안전 외침은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오늘의 안전 일터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안전 일터를 향해 뛰고 또 뛰면 머지않아 대한민국도 안전보건 선진국이란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국제무대에 당당하게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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