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 이제 땅 안 가린다…독일서 첫 ‘폐쇄형 발전’ 가동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폐쇄형 지열 발전 상용화에 성공한 이보어가 설명하는 자사 지열발전 모델에 대한 소개. / 출처 = 이보어
지열 발전이 특정 지형에 한정된 기술에서 범용 에너지원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현실화됐다.
2일(현지시각) 미국 기후테크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는 캐나다 에너지 기업 이보어(Eavor)가 독일 게레츠리트에서 폐쇄형 지열 설비를 가동하고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하수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를 벗어나면서 지열의 입지 제약을 기술로 해소하는 흐름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지하수 없이 열만 뽑는다…지열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독일 뮌헨 인근 게레츠리트에 구축된 설비는 향후 8.2MW 전력과 64MW 열을 지역 난방망에 공급할 예정이다. 기존 지열은 지하수와 고온 지층을 활용해 증기를 생산하는 개방형 방식이 중심이었다. 고온 암반과 수자원이 동시에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입지 제약이 컸다.
폐쇄형은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지하 깊이까지 시추한 뒤 수평으로 확장된 파이프를 연결하고, 그 내부에서만 유체를 순환시킨다. 유체는 주변 암반과의 열 접촉을 통해 에너지를 흡수한 뒤 지상으로 올라와 전력과 열 생산에 활용된다. 지하수와의 직접 접촉이 없기 때문에 지질 조건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낮아진다.
구조 변화는 운영 방식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유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아 수자원 사용이 거의 없고, 스케일링이나 부식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기존 방식에서 필수였던 지하수 관리와 재주입 과정이 사라지면서 유지비 구조가 단순해진다. 초기 투자비의 약 80%가 시추에 집중되지만, 구축 이후에는 재시추 없이 장기간 운영이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된다.
또한 온도 차에 따른 자연 순환이 형성돼 외부 전력 없이도 유체가 흐르는 열사이폰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력 공급이 끊겨도 가동을 유지할 수 있는 ‘블랙 스타트’ 특성이 확보되면서, 전력망 안정성 측면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술은 입증, 남은 것은 자본…확산은 투자에 달렸다
상용화의 핵심 변수는 시공 기술과 자본이다. 지하 수 km 깊이에서 서로 다른 시추공을 정밀하게 연결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 요구된다. 이보어는 자기 신호를 활용해 시추공 간 거리와 방향을 계산하는 ‘자기 위치 측정(magnetic ranging)’ 기술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드릴 방향을 반복적으로 보정해 지하에서 파이프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경제성 확보도 초기 단계다. 전체 프로젝트 비용은 최대 3억유로(약 5300억원)로 추산된다. 현재까지 EU 혁신기금에서 9200만유로(약 1600억원)를 지원받았으며, 추가 투자 유치 여부가 후속 확장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실제로 해당 프로젝트는 일부 루프를 먼저 완공해 전력 판매를 시작한 뒤 투자 유치를 병행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 시장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변동성 전원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저 전원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정 지역에 제한되지 않고 열원을 확보할 수 있는 폐쇄형 지열은 이러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헤이미 바하르 분석가는 이 기술이 상업적으로 입증된다면 전 세계 어디서나 활용 가능한 완전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