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상풍력에 또 칼 빼들었다…1조원 들여 임대권 회수, 개발사는 가스·지열로 유턴 [환경]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상풍력 중단 조치에 대한 항소를 취하한 지 불과 사흘 만에, 해상풍력 임대권을 되사들이며 풍력 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로이터는 17일(현지시각) 미국 내무부가 발전 개발사 인베너지와 합의해 뉴욕·메인·캘리포니아 해안의 해상풍력 임대권 4건을 7억6500만달러(약 1조원)에 취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인베너지는 취소된 임대권 자금을 미국 중서부의 천연가스 발전소와 서부의 지열 프로젝트에 재투자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에는 법적 소송 리스크를 피하는 대신 정부 자금으로 해상풍력 진입을 봉쇄하고, 가스·지열 등 기저부하 전원을 집중 육성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반영됐다./ChatGPT 생성 이미지
뉴욕·메인·캘리포니아 해상풍력 ‘올스톱’…임대권 4건 회수
미 내무부에 따르면 이번 합의 대상은 인베너지가 보유한 해상풍력 임대권 4건으로 메인 만 2건, 뉴욕 해안 1건, 캘리포니아 해안 1건이다. 해당 사업들은 모두 초기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자산은 ‘뉴욕 바이트(New York Bight)’ 지역이다. 인베너지는 지난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한 해상풍력 경매에서 약 8만 4000에이커 규모의 부지를 6억4500만달러(약 9800억원)에 낙찰 받았다. 당시 블랙스톤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 캐나다 연기금 CDPQ, 퍼스트라이트 파워, 울리코 인프라스트럭처 펀드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재무적 투자자(FI)로 대거 참여한 프로젝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합의를 해상풍력 임대권 환매가 아니라 ‘에너지 투자 재배치’로 규정하고 있다.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은 인베너지가 기저부하 전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소비자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에너지 해법에 투자하기로 했다 고 설명했다.
인베너지 개발 담당 수석부사장인 다니엘 런얀은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일정 안에 공급할 수 있고 고객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추가 자본을 투입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향후 기회를 계속 평가하겠다 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들어 추진한 해상풍력 임대권 취소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행정부는 프랑스 토탈에너지스와 파트너사들이 보유한 약 8억달러 규모의 뉴욕 해안 해상풍력 임대권을 취소하는 합의를 발표했다. 지난 4월에도 총 9억달러 규모의 유사한 계약이 공개됐다.
AI 전력전쟁 틈타 해상풍력 퇴출…가스·지열로 자금 이동
이번 합의의 핵심은 해상풍력에 투자됐던 자금의 이동이다. 인베너지는 7억6500만달러 중 일부를 인디애나·위스콘신·아이오와·캔자스·미주리 등 미국 중서부 5개 주의 천연가스 발전소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자금은 미국 서부의 지열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지열 발전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생에너지 압박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우호적 대우를 받고 있다. 지열 발전은 지하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풍력·태양광과 달리 24시간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베너지는 지열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베너지는 최근 미국 토지관리국(BLM)이 뉴멕시코주에서 실시한 지열 개발권 입찰을 통해 약 5000에이커 규모의 지열 개발 부지를 확보했다. 이로써 인베너지가 연방정부로부터 확보한 지열 개발 부지는 5개 주, 45개 필지, 약 14만4000에이커로 늘었다.
해상풍력 업계와 환경단체는 정부의 조처에 반발하고 있다. 해상풍력 산업단체 턴포워드의 힐러리 브라이트 전무는 북동부와 중대서양 지역의 해상풍력을 다른 지역의 지열이나 천연가스 인프라로 대체하는 것은 전기요금 부담, 전력망 신뢰성 문제, 전력 수급 불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천연자원보호협회(NRDC)의 킷 케네디 전력 부문 총괄은 전력 수요가 늘고 소비자 요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행정부가 오히려 기업들의 전력 생산을 막는 데 세금을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에 취소된 해상풍력 개발권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졌다면 300만가구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