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탄소시장기구, 아산화질소 감축 탄소크레딧 승인…산업가스가 ‘제6조 시장’ 들어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파리협정의 탄소시장을 감독하는 유엔 기구가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₂O) 배출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채택했다.
25일(현지시각)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및 현지언론에 따르면, 파리협정 제6조 4항 감독기구(Article 6.4 Supervisory Body)는 독일 본에서 열린 제21차 회의에서 질산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N₂O) 배출 감축 방법론을 채택했다. 이 결정으로 기존 질산 공장에서 아산화질소 저감 설비를 도입하거나 개선하는 프로젝트는 파리협정 크레딧 메커니즘(PACM)에 따라 탄소크레딧을 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이산화탄소(CO₂)나 메탄(CH₄)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산업용 온실가스를 정식 탄소시장 인프라에 편입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파리협정의 탄소시장을 감독하는 유엔 기구가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₂O) 배출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채택했다./ UNFCCC 보도자료 제공
질산공장 400~600곳, 감축기술은 있지만 보급은 제한적
이번 결정이 주목되는 이유는 아산화질소가 온실가스 중에서도 감축 효과가 큰 산업가스이기 때문이다. 아산화질소는 흔히 웃음가스 로 불리지만, 기후 측면에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가스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아산화질소는 10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의 273배에 달하는 지구온난화지수(GWP)를 가지며, 한번 배출되면 평균 100년 이상 대기 중에 머문다.
산업계에서 질산은 비료 생산에 쓰이는 핵심 원료다. 농업 공급망 및 글로벌 식량 시스템을 지탱하는 필수 소재이지만, 생산 과정에서는 방대한 양의 아산화질소가 배출되는 부작용을 안고 있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전 세계에 약 400~600개의 질산 공장이 있으며, 연간 약 7000만톤의 질산을 생산한다 며 특히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는 아산화질소 저감 기술이 이미 존재함에도 충분히 도입되지 않은 상태 라고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방법론은 이 격차를 메울 금융 인프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미 질산 공장의 아산화질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촉매 분해 기술 등이 상용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프로젝트 개발자나 기업 투자자들은 개별 공장에 저감 장치를 설치하고, 여기서 증명된 감축분을 유엔 인증 크레딧으로 전환해 수익화하거나 자사 넷제로 달성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신규 질산공장이 자동으로 대상이 되는 구조는 아니다. 유엔 문서에 따르면, 이 방법론은 기존 질산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설계됐으며, 신규 생산라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VCM) 평가기관 캐릭스 글로벌(Calyx Global)에 따르면, 질산 생산 N₂O 감축 프로젝트는 VCM 전체 발행 크레딧의 0.1%에 불과하며, 현재까지 등록된 질산 프로젝트는 118건(2024년 기준)이다. 과거 청정개발체제(CDM) 시절부터 존재했던 사업 유형인 만큼, 무결성(integrity) 논란을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관건이다.
기업에는 ‘상쇄’보다 ‘감축 품질’ 선별의 문제
유엔 감독기구는 탄소 크레딧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추가적인 규제 도구들도 함께 승인했다. 대표적인 것이 락인 위험(Lock-in Risk) 통제 도구다. 이 장치는 기업들이 장기적인 기후 목표에 역행하는 노후화된 고배출 기술이나 관행을 고착화(Lock-in)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탄소 크레딧 발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설계됐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가 기존 시장의 일반적인 흐름을 넘어 추가적인 감축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증명하는 추가성(Additionality) 입증 표준도 대폭 강화했다. 실제 배출량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무늬만 친환경인 그린워싱 크레딧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이번 결정은 기업의 넷제로 전략에도 시사점이 있다. 탄소크레딧 시장이 단순한 상쇄 수단에서 실제 산업 감축 프로젝트에 자금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료·농업 공급망, 화학, 산업가스 관련 기업의 경우에 해당된다.
다만 기업의 활용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그린워싱 검증의 기준도 높인다. 앞으로 기업이 파리협정 기반 크레딧 을 사용한다고 주장하려면 해당 크레딧이 어떤 방법론으로 발행됐는지, 감축량 산정은 어떻게 됐는지, 국가 감축목표와 중복 계산 위험은 없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유엔 감독구기는 쿡스토브와 같은 청정 취사(Clean Cooking) 보급 및 가정용 에너지 전환 등 개발도상국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 탄소 감축 방법론도 추가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크레딧의 발행과 추적, 사용을 투명하게 관리할 국제 등록부(Registry) 구축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