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TA EU SAF 정책, 항공사에 비용 전가”…공급망 병목으로 16조원 부담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윌리 월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무총장이 13일(현지시각)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항공연료(SAF) 혼합 의무제가 연료 공급사들의 ‘가격 인상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월시 사무총장의 지적은 같은 날 IATA와 글로벌 컨설팅사 올리버와이만이 작성한 ‘상업용 항공기 공급망의 회복(Reviving the Commercial Aircraft Supply Chain)’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공개됐다. 보고서는 항공기 생산 지연과 정비비 상승 등 구조적 병목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올해 110억달러(약 15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사진=픽사베이
IATA, EU SAF 의무제…연료 공급사 ‘가격 인상 수단’ 지적
윌시 사무총장은 연료 공급사들이 환경 규제를 명분으로 항공사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SAF 공급사들이 EU의 혼합 의무제를 이용해 항공사에 ‘규제 준수 요금(compliance surcharge)’을 부과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기존 시장가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U는 올해부터 항공사에 최소 2%의 SAF 혼합 비율을 의무화했고, 2030년까지 6%로 상향할 예정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항공사들이 공항 연료 공급망을 통해 제공되는 SAF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공급사가 책정한 가격을 사실상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윌시 사무총장은 SAF가 현재 일반 항공유보다 3~5배 비싸며, 글로벌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럽 연료산업 단체인 퓨얼스유럽(FuelsEurope)은 아거스미디어(Argus Media)가 제공하는 가격지표를 보면 평균 SAF 가격이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했다고 반박했다.
로이터통신은 에너지기업들이 SAF 수요 부족을 이유로 생산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경영진은 수요 부진이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정유사들은 SAF 전용 정제 프로젝트를 축소하거나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 공급망 병목으로 추가비용 16조원…산업 전반 협력·투명성 강화 요구
IATA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구조가 ‘친환경 정책’의 목적과 달리 항공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항공사들은 고비용 연료 부담으로 인해 운항 노선 효율화, 항공권 인상, 탄소배출 감축 투자 축소 등 추가적 악순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25년에만 공급망 병목으로 인해 발생할 추가 비용이 110억달러(약 15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비용 증가 요인은 네 가지로 세분했다. ▲노후 항공기 운항으로 인한 연료비 증가, 42억달러(약 6조원) ▲정비주기 단축과 부품 수급 불안으로 인한 정비비 상승, 31억달러(약 4조4200억원) ▲엔진 임차료 및 리스료 인상, 26억달러(약 3조7000억원) ▲부품 재고 확보에 따른 비용 부담, 14억달러(약 2조원)로 제시했다.
이 같은 공급망 병목의 원인으로 항공기 제조사의 생산지연, 원자재 부족, 숙련 정비 인력 감소, 지정학적 불안 등이 지목됐다. 특히 OEM(원제조사) 중심의 독점 구조가 유지되면서 부품·정비시장의 경쟁이 제한돼 공급 지연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섯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항공사·부품업체·정비기업 간 협력 강화 ▲부품 공급망의 실시간 데이터 공유를 통한 병목 예측 ▲정비 이력과 예비부품 정보의 공동 플랫폼 구축 ▲중고부품(USM)·대체부품(PMA) 활용 확대 ▲항공 정비 인력 양성을 위한 기술 훈련 투자 확대 등이다.
올리버와이만의 매튜 포이트라스(Matthew Poitras) 파트너는 공급망의 투명성과 협업을 높이지 않으면 비용과 리스크 모두 누적될 것”이라며 항공산업이 데이터 기반의 운영 체계를 구축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