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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상규명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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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지나면 세월호참사 12주기.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각자의 사진이나 영상으로 박제되어 있는 그날 그 장면. 모두가 집단 우울증에 시달리던 나날들. ‘아니 도대체 왜,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사선을 넘나들며 치렀던 유가족과 시민들의 치열한 투쟁들. 그리고 그 끝 지점에 놓였던 조사 기구들. 그러나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던 결과들. 그리고 적지 않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있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의 현주소. 지금 그 주소는 어디쯤일까? 며칠 전 세월호참사에 대한 주무부처를 물으며 진상규명을 하고 있냐 는 대통령의 질문에 주무부처는 해수부입니다. (진상규명은) 이제 다 끝났구요, 일부 추모사업과 ... 일부 민원이 남아 있습니다 라고 즉답하는 해수부 관료. 순간 귀를 의심했다. 정말인가? 그의 말처럼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은 정말 끝난 것인가? 혹시 해수부의 희망 사항이 무심결에 입 밖으로 나와 버린 게 아닐까? 그럴 리가 없겠지. 미루어 짐작컨대 아마 지난 2024년 해수부 소속기관인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이하 해심원)의 재심 결과를 염두에 둔 답변이 아닐까 싶다. 만약 이 추정이 맞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우선 해심원이 결론을 냈던 과정을 살펴보면, 해심원은 국가 법령에 의거해 설치, 운영되었던 조사위원회의 조사 내용과 결론을 송두리째 무시한 채, 각 조사 기관이 생산한 자료 중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대목들만 발췌해 사고원인을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에 의한 내인으로 과감하게 규정했다. 하지만 이 의제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의 오랜 조사와 논의 끝에 전원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된 사안이다. 국가기관인 해심원이 자신의 결론을 만들기 위해 국가 조사기관에서 명백하게 기각된 사안을 끌어다 써도 되는 것일까?   세월호 참사 11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참사 해역에서 선상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을 위해 바다에 헌화하고 있다. 2025.4.16. 연합뉴스 해심원의 결론도 문제지만 거침없이 답변했던 해수부 관료의 국가 행정 의식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적어도 해심원의 결론과 사참위의 결론이 충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런 발언을 해서는 안 되었고, 몰랐다면 해수부 공무원 자격이 의심될 사안이다. 어떻게든 세월호참사를 하루빨리 종결짓고 싶어 하는 해수부의 간절한 염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해와 용납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해수부는 지난 2021년 사참위가 공식 질의했던 내용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이상 여전히 주요 조사 대상 기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고원인에 대한 사참위의 결론을 확인해 보자. ‘외력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확인한 결과, (중략) 외부충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위원회는 (여러가지 지점에 대한 검토 결과) 외력충돌 외의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였으며, 외력이 침몰의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2022. 사참위 종합보고서 중 [침몰원인] 최종 결론) 위 문안은 침몰원인에 대한 사참위의 최종 결론으로, ‘침몰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로 요약된다. 물론 전원위원회가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국의 조사 결과를 꺾고 무리하게 내렸던 결론이지만 해심원의 결론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해심원이 독자적인 결론을 내고 싶었다면 적어도 사참위의 조사 내용을 넘어설 수 있는 구체적인 설득 요소가 있어야 했다. 아무리 자신을 위한 결론을 내리고 싶었다 해도 이미 국가 조사기구가 공식적으로 기각한 사안을 다시 꺼내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는 데 재료로 쓸 수는 없는 일이다. 해심원의 결론을 접했을 당시, 그 무성의하고 허무한 내용에 무어라 언급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던 이유다. 배 안에서 공포에 떨면서 공권력이 구조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304명의 국민이 구조를 위해 출동한 공권력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배와 함께 가라앉고 말았다. 123정이 출동할 때부터, 그리고 출동 중에 두 차례 배 안에 수백 명이 승선하고 있다는 내용의 함정 선내 방송이 있었고, 승조원들 역시 당연히 그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배에서 탈출하라는 방송이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있었다면 선내 승객들이 충분히 구조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승조원 누구도 선내에 갇혀 있던 승객을 탈출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인양된 세월호 선체의 모습. 이병무 사진. 사참위는 현장 구조 상황을 초 단위로 정밀 분석한 끝에 최종적으로 ‘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구하지 않은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만약 소극적인 차원에서라도 선내 승객들에 대한 구조 행위가 구체적으로 존재했으나 결과적으로 구조에 실패한 경우였다면, 평소 구조 훈련 과정 등 이것저것 따져봤을 것이다. 그 경우는 ‘구조하지 못한’ 것에 해당되기 때문에. 하지만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선내 승객 구조 행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바로 여기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의 현주소다. 이 주소에는 해수부 공무원이 대통령 앞에서 대국민 선언하듯 답한 ‘진상규명 종료’와 같은 편안한 출구가 있을 수 없다. 다시 침몰원인으로 돌아가 보자. 지금이라도 진상규명이 종료되려면 더 이상 침몰원인을 밝힐 필요가 없다는 유가족들의 명확한 의사를 전제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이상, 침몰원인에 대한 추가조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누구라도 이 과정을 피할 다른 이유나 핑계를 댈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물론 진상규명에 구조 문제가 중요하지 침몰원인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침몰원인은 진상규명에 있어 따로 떨어진 별개의 의제가 아니라 진상규명의 처음과 마지막을 관통하는 의제일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비록 결과보고서에는 채택되지 않았지만 침몰 원인을 담고 있는 증거에 대한 조사결과에는 당시 정부의 증거 은폐 정황이 확보되어 있다는 점 역시 말씀드리고 싶다. 불편하더라도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 누구든, 어떤 이유에서든 진실이 불안하거나 불편하다고 무작정 덮어버리려 한다면 결국 진실이라는 뾰족한 날 끝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우리 역사는 이 과정을 증명해 왔으며 지금 이 순간도 현재진행형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사참위에서 진상규명국장으로 복무했던 자로서 사참위 조사 기간 중 제대로 진상규명이 온전히 매듭지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유가족분들과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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