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SB가 온다… 기후공시, 디지털 전환 이후가 진짜 문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후공시 의무화가 본격화되면서, 기업의 부담은 목표 선언이 아니라 이를 연간 반복 업무로 감당할 운영 체계 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확정이 유력한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KSSB)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에 따라 감축 목표와 이행 과정을 매년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엔츠 박광빈 대표는 이를 두고 공시는 반복되는데, 이를 감당할 구조가 없다 고 진단했다.
Q. 현장에서 기후공시 대응이 특히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감축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공정을 전환하거나 원자재를 바꿔 탄소를 줄인 사례는 국내 현장에서 찾기 어렵다. 에너지 효율 개선 역시 대부분의 기업에서 최적화된 상황이다. 전력 사용량이 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현실적인 감축 수단은 재생에너지 전환과 전력구매계약(PPA),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배출권 활용 정도로 제한돼 있다.
선택지가 제한될수록 문제는 전략이 아니라 운영으로 이동한다. 같은 감축 수단을 쓰더라도 목표를 어떻게 관리할지, 전년 대비 진척을 어떻게 설명할지, 수치가 달라졌을 때 어떤 근거를 제시할지가 매년 반복해서 요구된다. 이를 감당할 업무 구조를 갖추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이다.
Q. 많은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진행 중이다. 시스템을 도입하면 공시 대응도 가능해지는 것 아닌가.
단순히 탄소를 집계하고 계산하는 것만으로는 공시 대응에 충분하지 않다. 기후공시는 배출량 수치를 제출하는 일이 아니라,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을 관리하며 그 진척과 변동 사유를 매년 설명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공시에 대응하려면 데이터가 축적되고, 목표 대비 성과를 점검할 수 있어야 하며, 감축 수단과 방법론 역시 함께 관리돼야 한다. 이 흐름이 끊기지 않아야 공시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기후공시는 단발성 보고가 아니라 연간 업무 사이클로 운영돼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기후공시를 연간 업무 사이클로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다. 공시 항목에 맞춰 정량 지표와 산출 근거를 함께 관리하고, 배출량 산정 결과가 재무 영향 분석과 감축 전략 검토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이 과정이 연결되지 않은 채 데이터 수집과 계산 단계에 머무르면, 공시 대응은 해마다 같은 부담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엔츠 탄소회계 솔루션 ‘엔스코프’ 내 Scope 1·2·3 배출량 분석 화면 / 제공 = 엔츠
Q. 엔츠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우리는 탄소를 더 줄이는 기술을 파는 회사는 아니다. 선택지가 제한된 현실에서, 감축과 공시를 매년 감당 가능한 업무로 만드는 데 집중한다. 공시 기준에 맞춰 어떤 데이터를 어떤 단위로 관리할지, 감축 목표를 어떻게 추적할지, 수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구조화한다.
재무 공시에 ERP가 있듯, 기후공시에도 그에 준하는 운영 인프라가 필요하다. 공시가 요구하는 연결 기준에 따라 데이터를 집계하고, 이를 전제로 일하는 방식까지 바꾸는 과정,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I)이 이뤄져야 감축 실행과 성과 추이를 외부에 설명할 수 있다.
Q. 중견·중소기업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지 않나.
그렇다. 중견·중소기업은 예산과 인력이 모두 제한적이다. 그러나 원청의 공시 의무가 강화될수록 협력사 데이터의 중요성도 커진다. 탄소 데이터를 제때, 검증 가능한 형태로 제출할 수 있느냐가 거래 조건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규모와 무관하게 운영 구조를 갖춘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Q. 앞으로 엔츠는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나.
기후공시 대응을 위한 운영 파트너다. 기후공시는 기술이나 계산 자동화의 문제가 아니다. 매년, 분기마다 반복되는 공시와 감축 관리를 실제 업무로 굴릴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먼저 디지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돼야 공시 기준에 맞춰 데이터를 관리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감축 수단을 선택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엔츠가 시스템 도입부터 운영 구조 정비, 감축 전략 설계까지 함께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지털 전환은 기후공시 대응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 엔츠
기업의 기후공시와 탄소 감축 관리를 위한 운영 인프라를 제공하는 탄소 관리 플랫폼 기업이다. 연결 기준 데이터 집계, 감축 목표 관리, 공시 대응을 연간 업무 사이클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을 함께 지원하고 있다. 부서별로 흩어진 데이터를 매년 다시 취합하는 부담을 줄이고, 기후공시 의무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 엔츠 박광빈 대표
KAIST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전산학부 AI 랩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딥러닝 기반 영상 인식 연구를 거쳐 뷰노에서 의료 AI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2021년 기업의 탄소를 측정하고 감소시키자 는 미션으로 엔츠를 공동 창업해 시리즈 A까지 성장시켰으며, 탄소 관리 플랫폼 엔스코프와 기후공시 컨설팅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