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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된다’는 극단적 분위기가 만드는 정치인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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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 인문사회대 교수 전 세계적으로 보면 정치인을 습격하거나 암살하는 행위는 그렇게 드물지 않은 일이다. 물론 나라마다 정치 문화가 다르고 독특한 점이 있겠지만 정치인을 공격하는 사건의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그래도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다. 사회가 정치적으로 너무 심하게 분열되어 있거나 사람의 목숨 자체가 그렇게 귀하게 여겨지지도 않는 사회에서 살인범죄가 자주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정치인에 대한 암살 시도나 암살 사건은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그 사회에 대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국가가 암살을 정적 제거 도구로 삼는 러시아 경우 러시아에서 정치인 암살 역사는 길고 풍부하다. 물론 러시아의 경우 폭력의 주체는 거의 개인이 아닌 국가다. 권위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개인의 자유가 없는 사회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인을 공격할 자유도 역시 없다. 반면에 국가의 폭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시민사회에 없으니 국가가 이런 상황을 악용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러시아의 가장 유명한 사례만 봐도 이것을 알 수 있다. 1940년 8월 21일 멕시코시티에서 레프 트로츠끼(Lev Trotsky)가 암살 당했다. 20세기 초반에 극단적인 무정부주의자로 레닌과 함께 열렬히 사회주의 혁명에 임했고, 소련 창립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하지만 1920년대 후반에 공산당 서기관으로 권력을 잡은 스탈린과 대립 관계에 들어섰고, 결국 소련에서 추방 당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멕시코에 머물게 되었다. 그런 트로츠끼를 소련의 스파이였던 라몬 메르카데르(Ramon Mercader)가 스탈린의 지시를 받아 암살한 것이다. 범인은 멕시코 현지에서 바로 잡혔다. 징역 20년을 선고 받고 1960년에 출소 후 소련으로 가서 국가 최고 훈장인 ‘소련의 영웅’상까지 받았다. 소련의 역사에서 위와 비슷한 정적 암살이나 암살 시도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트로츠끼는 20세기 초반 레닌과 함께 러시아 제국을 혁명으로 무너뜨리는데 큰 역할을 했고 소련 창립자 중 한 명으로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의 암살은 스탈린의 어떠한 다른 정적 암살 사건보다 충격이 컸다. 스탈린 대숙청의 최정점이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정적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독재 체제만의 특징이 아니다. 2015년 2월 27일, 모스크바 한 가운데 크렘린궁 벽과 20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보리스 넴초프 (Boris Nemtsov) 야당 대표가 암살 당했다. 늦은 밤에 여자친구와 시내 산책을 즐기다가 바로 옆에 갑자기 멈춘 자동차 문이 열리면서 발사된 4발의 총탄을 맞고 즉석에서 숨졌다. 넴초프는 그 당시 야권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정치인이었고 2000년대부터 푸틴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범인을 잡아도 배후는 밝히지 못 한다 경찰국은 실제 권총을 쏜 범인을 잡아 재판에 넘겨 징역형을 선고받게 했지만 그 배후는 아직까지 밝히지 못한 채 여전히 조사 중이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2015년 기준으로 현직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에 대한 ‘성공적인’ 암살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그 전에도 정권 반대 활동을 벌이는 인사나 기자의 암살 사건은 있었으나 정치인은 처음이었다. 거기에다가 보란 듯이 대통령실 바로 앞에서 정치인을 암살함으로써 야당 세력에 공포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2020년 8월 20일 러시아 야권 세력의 대표이자 가장 유명한 활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Alexey Navalny)는 시베리아에 있는 톰스크 시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의식이 흐려지며 심한 고통으로 쓰러졌다. 비행기는 비상 착륙을 하고 나발니는 현지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나발니 변호사들은 나발니가 러시아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렸고 결국 나발니는 이틀 만에 치료 목적으로 독일로 이송되었다. 나발니 암살 시도 사건은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독살 시도에 사용한 화학물질 때문이었다. 독일 병원에서 검사를 한 결과 '노비촉'이라는 독한 신경작용제가 나발니 몸에서 발견되었다. 더 끔찍한 것은 이 '노비촉'이 이미 다른 독살 시도에도 등장했었다는 사실이었다. 2006년 11월에 런던에서는 러시아 국정원 구 요원인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Alexander Litvinenko)가 폴로늄으로 독살되었고, 2018년 3월에는 러시아에서 런던으로 피신한 러시아 구 국정원 요원인 세르게이 스크리팔(Sergey Skripal)과 그의 딸인 율리아 스크리팔(Yulia Skripal)을 노비촉으로 독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공식적으로 러시아 정부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같은 해에 있었던 대국민 대화 프로그램에서 푸틴 대통령은 스크리팔 독살 시도에 대한 질문을 받자 “배신은 용서할 수 없는 최악의 범죄다. 개는 개처럼 죽어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직접적으로 독살 시도를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소름 돋는 표현으로 야권에 강한 경고를 보낸 셈이다.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1일(현지시각) 아프리카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동영상에서 프리고진은 대원들을 모집하고 있다며 가입 자원자들을 위한 전화번호를 첨부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6월 무장 반란을 일으킨 후 정확한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다. [텔레그램 비디오 캡처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3.08.22. AP 얀합뉴스 ‘개처럼 죽은’ 푸틴의 배신자 2023년 8월 23일에 예브게니 프리고진(Evgeny Prigozhin) ‘바그너 그룹’ 용병장이 타고 가던 경비행기가 공중 폭발했다. 비행기를 타고 있었던 탑승객들은 전원 사망했다. 두 달 전인 6월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적극적인 전투를 벌이던 바그너 그룹이 반란을 일으키자 푸틴 대통령은 방송에 나와 바그너 그룹을 “절대 용서를 받지 못할 배신자, 반역죄인” 등과 같은 심한 표현을 쓰면서 반란을 규탄했다. 그때부터 프리고진의 목숨은 시한부라는 비공식적인 의견은 한결 같았다. 8월에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발한 비행기에서 그가 사망했을 때 그 배후가 어디에 있는지 러시아 사회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공식적인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흐지부지 되면서 아무런 결론이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폭력의 주체는 다를 수 있다. 정적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을 국가가 처형할 수도 있고 반대 세력을 지지하는 ‘외톨이 늑대’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행위자(actor)가 누가 되든 간에 폭력의 원인은 항상 비슷하다. 극한 사회적 분열 상황에서 세력 간에 서로 견제할 수 있는 도구가 없고, 대화 방식이 아닌 육체적인 폭력으로 상대를 처벌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그래도 된다’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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