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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빅테크, 전쟁 지원 넘어 국가 움직이는 공동설계자로

빅테크, 전쟁 지원 넘어 국가 움직이는 공동설계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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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이 날아가고 도시가 무너질 때, 사람들은 전쟁을 먼저 가장 처절한 장면으로 기억합니다. 무너진 건물 잔해, 피난길에 오른 가족들, 가까운 이의 죽음을 붙들고 주저앉은 사람들의 울음,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진 폐허의 풍경입니다.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 국제질서의 불안정은 그 뒤를 따릅니다. 그것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전쟁의 얼굴입니다. 그러나 같은 순간, 다른 화면에서는 전혀 다른 숫자가 움직입니다. 방산기업 주가는 오르고, 군사기술 기업의 기업가치는 뛰며, 투자자들은 다음 계약 규모를 계산합니다. 누군가에게 전쟁은 폐허이지만, 누군가에게 전쟁은 시장입니다. 오늘의 전쟁은 참상과 수익률이 같은 시간대에 공존하는 시대의 사건입니다. 칼럼 1에서 살펴본 미국 민주주의의 첫 번째 균열은 돈의 구조였습니다. 시민은 투표하지만 정치의 판은 거액 자금과 로비 네트워크가 먼저 짜고 있었습니다. 칼럼 2에서 다룬 두 번째 균열은 신념의 구조였습니다. 선민의식, 피해자 정체성 정치, 예외주의는 시민의 이성을 밀어내고 대중을 동원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습니다. 그렇게 결합한 돈과 신념은 현실에서 어떤 형태로, 그리고 누구의 힘이 되는가. 오늘 그 답은 전쟁 산업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여기서 하나의 오래된 오해를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전쟁은 과거 국가만 수행했고 기업은 단지 납품업체였다는 생각입니다. 역사적으로 기업은 언제나 전쟁과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독일의 크루프(Krupp), 미국의 듀폰(DuPont), 냉전기의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과 보잉(Boeing)은 모두 국가와 결합한 전쟁경제의 일부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질적으로 다른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과거 기업이 국가의 뒤에서 무기를 공급했다면, 오늘의 빅테크 기업은 국가의 앞에서 정보를 모으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인공지능으로 전장을 해석합니다. 때로는 정부의 판단 자체를 좌우합니다. 국가는 여전히 명령을 내리지만, 그 명령이 움직이는 인프라는 기업 플랫폼 위에 놓여 있습니다. 대통령은 바뀌어도 서버는 남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그 전조를 보여주었습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1971~)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SpaceX)의 스타링크(Starlink) 위성망은 우크라이나군 통신의 핵심 인프라가 되었고, 특정 작전에서 서비스 제공 여부 자체가 국제 안보 현안으로 떠오른 바 있습니다(Reuters, 2023.9.8). 국가 간 전쟁에서 선출되지 않은 민간 기업가의 판단이 작전 범위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업 성공담이 아니라 국가주권 구조의 변화였습니다.  11월 22일 오전 2시 53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40번 발사대에서 스페이스 팰컨 9 로켓이 6-79 미션을 위해 29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했다. 일단 궤도에 진입하면, 이번 미션을 통해 스타링크 네트워크는 9000개 이상의 위성으로 확장되어 전 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2025.11.22. [UPI=연합뉴스] 트럼프 2기 들어 이러한 흐름은 더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2025(Project 2025)로 상징되는 미국 우파 권력 재편 구상은 행정권력 집중, 규제 완화, 안보 국가의 재강화를 핵심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New York Times, 2024.7.17). 과거 트럼프 1기 때 거리를 두던 일부 빅테크 자본과 기술 엘리트들이 트럼프 2기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강한 국가, 약한 규제, 거대한 국방시장, 인공지능 군사화. 이들에게 그것은 이념이면서 동시에 시장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일부 빅테크 권력은 단순한 기업 집단이 아니라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질서를 기술과 국가권력을 통해 현실화하려는 성격까지 보입니다. MAGA 정치의 권위주의적 충동, 기독교 복음주의 일부의 선악 이분법, 강경 친이스라엘 노선은 기술 엘리트의 효율주의와 놀랄 만큼 쉽게 결합합니다. 전쟁은 수익원이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세계관을 시험하고 확장하는 무대가 됩니다. 이번 글은 바로 이 지점을 다루려 합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 안두릴 인더스트리스(Anduril Industries), 스페이스엑스(SpaceX) 같은 기업들은 미국 정부와 어떤 계약을 맺고 성장했는가. 이란 전쟁과 중동의 긴장은 왜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는가. 이들은 어떤 기술로 표적을 찾고, 어떤 방식으로 전장을 바꾸며, 왜 민주주의 국가의 통제를 넘어서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걸까요? ■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 — 전쟁의 판단을 파는 기업 과거 군수기업의 핵심 상품은 눈에 보이는 무기였습니다. 전투기, 탱크, 미사일, 군함이었습니다. 전쟁의 우열은 더 멀리 쏘고, 더 많이 파괴하는 능력으로 가려졌습니다. 그러나 오늘 빅테크 군산복합체의 핵심 상품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데이터, 알고리즘, 감시체계, 인공지능 분석 시스템입니다. 과거가 화력의 시대였다면, 오늘은 판단력의 시대입니다. 그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이 팔란티어입니다. 팔란티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초기 투자 조직 인큐텔(In-Q-Tel)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고, 이후 미 국방부, 육군, 국토안보부, 이민세관단속국(ICE) 등과 대형 계약을 맺으며 몸집을 키웠습니다(Bloomberg, 2020.9.22). 국내 투자시장에서는 흔히 AI 대표 성장주, 빅데이터 혁신기업, 미래 기술주로 소개됩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성장 동력을 따라가 보면 소비자 시장보다 국가 감시와 군사 계약이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팔란티어의 대표 플랫폼 ‘고담(Gotham)’은 정보기관·군·경찰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위협 대상을 식별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오늘의 전쟁이 무기보다 데이터와 판단 체계의 경쟁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대표 사례가 메이븐(Project Maven)입니다. 정식 명칭은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 Algorithmic Warfare Cross-Functional Team)으로, 미 국방부가 드론 영상, 위성사진, 레이더, 각종 감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목표물을 식별하고 위협 우선순위를 판단하기 위해 추진한 군사 AI 사업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누가 적인가, 어디를 먼저 타격할 것인가를 더 빠르게 결정하는 체계입니다. 미 국방부는 2024년 팔란티어와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Project Maven Smart System) 계약을 체결했고, 규모는 최대 4억 8천만 달러였습니다(Reuters, 2024.5.29). 이어 2025년에는 계약 한도를 13억 달러까지 확대하며 장기 핵심 사업으로 승격시키는 절차에 들어갔습니다(Reuters, 2026.3.20). 일회성 실험 사업이 아니라 미국 안보체계의 상시 예산 항목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더해 미 육군은 2025년 팔란티어와 향후 10년간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통합 계약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군 내부에 흩어진 데이터·분석 계약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 전장 정보와 지휘통제 체계를 연결하는 사업이었습니다(Reuters, 2025.7.31). 군 전체의 판단 구조가 사실상 한 기업 시스템 위에 올라가는 셈입니다. 이 계약들의 의미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납품이 아닙니다. 누가 적으로 분류되는가, 어떤 움직임이 위협으로 해석되는가, 어느 목표물을 먼저 공격 대상으로 볼 것인가에 기업의 기술이 개입한다는 뜻입니다. 과거 국가가 전쟁의 판단을 내리고 기업이 무기를 공급했다면, 오늘은 기업이 판단 체계를 제공하고 국가는 그 결과를 집행합니다. 방아쇠를 당기는 주체는 여전히 국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겨눌 것인지 먼저 가려내는 눈은 점점 기업의 시스템 안에 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과정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규모 표적 선정 시스템, 이른바 라벤더(Lavender) 운용 의혹이 국제사회 논란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표적 후보를 AI가 추려내고 최소한의 인간 검토만 거쳐 공격이 이뤄졌다는 보도였습니다(Reuters, 2024.4.4). 팔란티어가 해당 시스템을 직접 만들었다고 단정할 공개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합니다. 오늘의 전쟁 산업은 폭탄을 만드는 산업에서 표적을 고르는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팔란티어를 기술기업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실적과 계약 구조를 보면, 그것은 전쟁 판단 산업의 승자에게 붙은 다른 이름에 가깝습니다. 국내 투자시장에서 팔란티어는 혁신기업으로 소비됩니다. 그러나 다른 이름도 필요합니다. 감시기업, 표적화 기업, 전쟁 알고리즘 기업입니다. 기술이라는 단어가 현실을 중립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디지털 옹호 단체인 캠팩트(Campact) 활동가들이 독일 베를린 총리관저 앞에서 열리는 내각 회의를 앞두고, 팔란티어(Palantir) 소프트웨어 사용에 반대하는 시위의 일환으로 거대한 트로이 목마를 전시하고 있다. 2025.9.3. [EPA=연합뉴스] ■ 스페이스엑스(Space X) — 통신망을 가진 기업은 어떻게 국가 위에 서는가 과거 전쟁에서 통신은 군의 보조 수단이었습니다. 명령을 전달하고 부대 간 연락을 유지하는 기능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전쟁에서 통신은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전쟁 그 자체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통신망이 끊기면 드론은 눈을 잃고, 부대는 귀를 잃으며, 지휘부는 손발을 잃습니다. 현대전에서 연결망은 총탄만큼 중요합니다. 이 지점에서 가장 상징적인 기업이 스페이스엑스입니다. 민간 우주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미국 국가안보 체계의 핵심 인프라 공급자로 올라섰습니다. 위성 발사체, 저궤도 위성망, 군 통신 시스템, 정찰 인프라까지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대표 사례가 스타링크입니다. 스타링크는 수천 기의 저궤도 위성을 통해 전 세계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체계입니다. 평시에는 상업 서비스이지만, 전시에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지상 통신망이 파괴된 지역에서도 군과 정부의 지휘통신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 사실은 극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기존 통신망이 마비되자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군과 정부의 핵심 연결망이 되었습니다. 드론 운용, 부대 간 연락, 실시간 정보 공유에 스타링크가 활용되었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Reuters, 2022.10.14).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는 민간 인터넷 서비스이면서 동시에 전시 통신 인프라가 되었다. 국가는 기업의 기술망에 의존하고, 기업은 전쟁의 속도와 범위를 좌우하는 시대가 열렸다. 문제는 그 다음 장면이었습니다. 2023년 로이터는 일론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의 일부 군사 작전에 스타링크 사용 확대를 거부하거나 제한했다는 논란을 보도했습니다(Reuters, 2023.9.8). 세계가 본 현실은 단순했습니다. 국가 간 전쟁의 작전 범위와 속도가 선출되지 않은 기업 총수의 판단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어 미국 국가정찰국(NRO)은 스페이스엑스와 약 18억 달러 규모의 정찰위성 네트워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저궤도 위성을 대규모로 띄워 지구 전역을 감시하는 체계입니다(Reuters, 2024.3.16). 미 우주군(U.S. Space Force) 역시 2025년 국가안보 우주발사 사업에서 스페이스엑스에 약 59억 달러 규모 임무를 배정했습니다(Reuters, 2025.4.4). 즉 스페이스엑스는 더 이상 우주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미군의 눈과 귀, 그리고 발사 능력 일부를 맡는 국가급 권력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정부가 기업에 발주했고 기업은 계약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정부가 특정 기업 플랫폼 없이는 작전을 수행하기 어려운 순간도 나타납니다. 기업이 국가를 보조하는 단계에서, 국가가 기업에 의존하는 단계로 이동한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이를 흔히 혁신기업의 성공으로만 소개합니다. 물론 기술 혁신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통신망, 정찰망, 우주 발사체처럼 국가안보의 핵심 기능이 소수 기업에 집중될 때 민주주의적 통제는 약해지고 공적 책임은 흐려집니다. 과거 군산복합체는 무기를 팔았습니다. 오늘의 빅테크 군산복합체는 연결망을 팝니다. 그리고 연결망을 가진 자는 전쟁의 속도와 방향까지 좌우할 수 있습니다. ■ 안두릴 인더스트리스(Anduril Industries)와 전쟁 스타트업들 — 감시와 살상이 하나의 산업이 되는 시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가 전쟁의 판단을 팔고, 스페이스엑스(SpaceX)가 전쟁의 연결망을 판다면, 안두릴 인더스트리스(Anduril Industries)는 전쟁의 자동화를 파는 기업입니다. 과거 군수산업은 거대한 공장과 수십 년 역사의 방산 대기업이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미국의 군사 시장에는 실리콘밸리식 속도와 투자 논리를 앞세운 새로운 전쟁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안두릴은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름입니다. 이 회사는 오큘러스(Oculus) 창업자로 알려진 팔머 럭키(Palmer Luckey, 1992~)가 2017년 설립했습니다. 기업명 안두릴은 J. R. R. 톨킨(J. R. R. Tolkien, 1892~1973)의 소설에 등장하는 검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상징부터 우연이 아닙니다. 기술, 전쟁, 영웅주의 서사가 결합된 기업 문화가 짙게 배어 있습니다. 안두릴의 주력 상품은 탱크나 전투기가 아닙니다. 감시탑, 자율 센서망, 무인기, 반드론 체계(counter-drone system), 자동 경계 시스템, 인공지능(AI) 전장 운영 소프트웨어입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하던 감시·식별·추적·요격의 상당 부분을 기계가 대신하도록 만드는 기업입니다. 대표 제품 가운데 하나인 라티스(Lattice)는 수많은 센서와 카메라, 드론 정보를 하나의 화면에 통합해 어디서 누가 접근하고 있는가, 무엇이 위협인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운영 체계입니다. 국경 감시, 군 기지 방어, 해상 경계, 전장 탐지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인간 병사가 눈으로 살피던 영역을 데이터 화면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 기업의 성장 속도는 숫자가 말해 줍니다. 로이터는 안두릴이 2025년 신규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 약 305억 달러를 인정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Reuters, 2025.6.5). 창업 10년도 되지 않은 기업이 전통 방산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평가를 받은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스타트업 성공담이 아닙니다. 전쟁 자동화 시장에 대한 자본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같은 해 안두릴은 미 육군의 차세대 병사용 시야 확장 시스템(IVAS, Integrated Visual Augmentation System) 일부 사업을 넘겨받으며 약 1억5,900만 달러 규모 초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Reuters, 2025.2.11). 증강현실, 실시간 지도, 표적 정보, 부대 위치 정보 등을 병사 시야에 통합하는 사업입니다. 병사는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되지만, 동시에 전장은 더 깊게 데이터화됩니다.   안두릴은 감시탑, 자율 드론, AI 경계 시스템을 공급하며 ‘전쟁 자동화 산업’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전쟁은 병력의 경쟁에서 알고리즘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드러납니다. 과거 전쟁은 병력을 더 많이 투입하는 경쟁이었습니다. 오늘의 전쟁은 병력을 덜 쓰고 더 많이 감시하며, 더 빠르게 식별하고, 더 자동적으로 대응하는 경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병사가 부족한 국가일수록, 정치적으로 사상자 발생을 피하고 싶은 정부일수록 이런 기술에 더 끌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자동화는 언제나 비용을 숨깁니다. 사람이 망설일 일을 기계는 망설이지 않습니다. 인간 병사는 현장에서 아이와 노인, 혼란과 오판의 맥락을 볼 수 있습니다. 센서는 움직임을 읽고, 알고리즘은 패턴을 읽습니다. 기술은 효율을 높이지만 책임은 흐립니다. 안두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수많은 신생 군사기술 기업들이 드론 떼(swarm drones), 자율 잠수정, AI 표적화, 국경 감시 시스템, 전장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Wall Street Journal, 2025.5.18). 과거 군산복합체가 소수 거대기업 중심이었다면, 오늘의 군산복합체는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결합한 네트워크형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쟁은 점점 투자 상품처럼 다뤄집니다. 어느 기업이 다음 계약을 따낼지, 어느 기술이 실전에서 검증될지, 어느 스타트업이 국방부 예산을 가져갈지가 시장의 관심사가 됩니다. 누군가에게 전쟁은 생존의 문제지만, 누군가에게 전쟁은 기술 테스트장이자 기업가치 상승 이벤트가 됩니다. 국내 투자시장에서도 이런 기업들은 미래 국방 테크, AI 성장주, 차세대 유니콘으로 소개됩니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이름도 필요합니다. 감시 자동화 기업, 살상 효율화 기업, 전쟁 벤처기업입니다. 과거 전쟁은 국가가 기업을 동원했습니다. 오늘은 기업이 전쟁을 통해 성장하고, 전쟁은 다시 기업을 키웁니다. 이 순환 구조가 새로운 빅테크 군산복합체의 본질입니다. ■ 이들은 돈과 신념으로 세계의 권력을 바꾸려 한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반론합니다. 기업은 원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 아닌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 스페이스엑스(SpaceX), 안두릴 인더스트리스(Anduril Industries) 역시 돈이 되니 국방 계약을 따고 전쟁 시장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물론 자본은 수익을 원합니다. 그러나 오늘 미국의 일부 빅테크 군산복합체를 단순한 탐욕 집단으로만 보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이들은 돈을 버는 동시에,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질서를 국가 권력을 통해 현실화하려는 성격을 함께 보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과거 군수기업과 다른 점입니다. 과거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이나 보잉(Boeing)은 대체로 국가가 요구한 무기를 생산하는 계약 기업이었습니다. 이념은 워싱턴이 만들고, 기업은 공급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빅테크 권력은 다릅니다. 이들은 직접 담론을 만들고, 정치 세력을 후원하며, 정부 인사 구성과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가 나아갈 미래상까지 제시합니다. 공급자가 아니라 공동 설계자에 가깝습니다. 이 흐름은 트럼프 2기에서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프로젝트 2025(Project 2025)는 단순한 보수 정책집이 아닙니다. 행정권력 집중, 규제기관 약화, 연방 관료조직 재편, 국경 통제 강화, 안보 국가 재정비를 담은 국가 재설계 청사진입니다(Heritage Foundation, 2024 / New York Times, 2024.7.17). 이런 구상은 거대 기술기업에게 매우 매력적입니다. 강한 국가, 약한 규제, 대규모 국방 예산, 인공지능 군사화는 곧 거대한 신규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트럼프 1기 때 거리를 두던 일부 기술 자본과 실리콘밸리 우파 인사들이 트럼프 2기에는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습니다(Financial Times, 2025.1.12). 이는 단순한 정치적 줄서기가 아닙니다. 자신들의 기술과 자본이 국가 운영의 중심이 되는 체제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 인물로 자주 거론되는 피터 틸(Peter Thiel, 1967~)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닙니다. 그는 팔란티어 공동창업자이자 미국 보수 정치권에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입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민주주의의 한계와 기술 엘리트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온 인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Cato Unbound, 2009 / New Yorker, 2024.8.19). J. D. 밴스(J. D. Vance, 1984~)를 비롯한 신우파 정치세력과의 연결, 기술기업 네트워크, 보수 싱크탱크와의 관계는 자주 언급되어 왔습니다. 국가 감시 기술, 정보 산업, 우파 정치 네트워크가 한 사람 안에서 만나는 상징적 존재입니다. 기술기업 경영진과 투자자들이 더 이상 시장 외부의 경제 주체가 아니라 직접 정치 행위자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피터 틸은 팔란티어 공동창업자이자 기술 엘리트 정치세력의 상징적 인물이다. 이번 칼럼이 지적하듯, 오늘의 빅테크는 단순 기업이 아니라 세계 질서의 공동 설계자를 자처한다. 이들의 세계관을 단순한 엘리트주의로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낡은 지배층이 아니라, 무능한 기존 엘리트를 대체할 새로운 지배자를 자처합니다. 워싱턴 관료집단, 기성 정치권, 느린 민주주의 제도는 실패했으며, 이제는 데이터를 가진 자, 기술을 가진 자, 결단할 수 있는 자가 세계를 운영해야 한다는 사고입니다. 민주주의 시민보다 디지털 능력자가 우위에 서야 한다는 믿음입니다. 이 정신세계는 기업 이름에서도 드러납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라는 기업명에 쓰인 ‘팔란티어(Palantir)’는 J. R. R. 톨킨(J. R. R. Tolkien, 1892~1973)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수정구의 이름입니다. 멀리 떨어진 곳의 상황을 들여다보고 세계 전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눈과 같은 도구입니다. 팔란티어가 정보 수집, 데이터 통합, 예측 분석, 감시 기술을 핵심 사업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이름은 우연한 장식으로 보기 어렵습니다(Bloomberg, 2020.9.22 / Reuters, 2024.5.29). 안두릴 인더스트리스라는 기업명에 쓰인 ‘안두릴(Anduril)’ 역시 톨킨 소설에 등장하는 검의 이름입니다. 부서진 검이 다시 벼려져 왕권 회복과 질서 재건의 상징이 되는 무기입니다. 실제 안두릴은 국경 감시, 무인기, 자율무기, 군사 인공지능 체계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무질서를 제압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운다는 상징을 스스로 기업 정체성으로 삼은 셈입니다(Reuters, 2025.6.5). 팔란티어의 대표 플랫폼 가운데 하나인 ‘고담(Gotham)’은 미국 만화와 영화 배트맨(Batman)에 등장하는 범죄 도시 고담시(Gotham City)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이 플랫폼은 정보기관, 군, 경찰이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범죄 조직, 테러 네트워크, 위험 인물을 탐지하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혼란한 도시를 영웅이 감시와 기술로 통제한다는 서사를 현실의 정보 시스템 이름으로 가져온 것입니다(Wall Street Journal, 2020.12.8 / CNBC, 2021.2.16). 감시하는 눈, 질서를 회복하는 검, 무질서를 제압하는 영웅 도시. 이 상징들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우연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세상은 혼란스럽고, 평범한 시민은 무력하며, 선택된 소수의 능력자가 기술과 힘으로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믿음이 그 밑바닥에 놓여 있습니다. 피터 틸의 언설과 주변 담론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읽힙니다. 다수 시민의 토론과 타협보다 탁월한 능력자의 결단을 선호하고, 평등한 시민정치보다 기술 엘리트의 통치를 더 효율적인 질서로 보는 시각입니다.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의 초인 개념은 본래 개인의 자기극복과 가치 창조라는 철학적 문제의식이었으나, 현대의 일부 기술 엘리트 문화에서는 민주주의를 넘어선 능력자의 통치라는 방식으로 변형되어 소비되곤 합니다. 이 세계관은 마블 영화식 영웅주의, 북유럽 바이킹과 게르만 영웅 서사, 현대 기술 만능주의가 뒤섞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돈과 기술, 국가권력이 결합할 때 그것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현실 세계를 재설계하려는 프로젝트가 됩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가 마주한 위험은 단순히 기업이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돈과 기술, 정치 권력, 종교적 확신, 문명 우월주의, 영웅적 지배 서사가 하나의 연합을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군산복합체가 국가 안의 기업 권력이었다면, 오늘의 빅테크 군산복합체는 국가 위에서 세계의 권력을 다시 짜려는 세력에 가깝습니다. 그들은 무기를 파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전쟁의 방식, 국가의 구조, 민주주의의 속도, 세계질서의 방향까지 바꾸고 싶어 합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단순한 기업으로 볼 수 없습니다. ■ 한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번 이란 전쟁과 중동의 격랑을 바라보며 국내 일각에서는 먼저 한국 방위산업의 수출 기회를 말합니다. 미사일 방어체계 수요가 늘고, 탄약 재고가 소모되며, 불안정한 국제정세가 새로운 시장을 연다는 계산입니다. 한국 방산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납기 능력이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가 산업의 한 축으로서 방위산업의 성장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사고가 멈춘다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됩니다. 타국의 폐허와 죽음을 우리의 수출 호재로만 계산하는 순간, 우리는 미국 군산복합체와 빅테크 전쟁 기업들을 비판할 도덕적 언어를 잃게 됩니다. 전쟁을 비극이 아니라 시장으로만 보는 시선은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도 언제든 자라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쟁이 한국에 주는 더 깊은 교훈은 분명합니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결국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냉엄한 현실입니다. 국제정치는 도덕 교과서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동맹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맹이 주권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강대국은 언제나 자국의 이해관계를 먼저 계산하며, 약속은 의미가 있어도 위기의 순간 국민의 생명까지 대신 책임져 주지는 않습니다. 중동의 여러 부유한 국가들은 오랫동안 막대한 자원 수입과 외부 안보 우산에 기대어 번영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위기 앞에서 드러난 것은 부의 규모가 아니라 의존의 대가였습니다. 돈이 많다고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타인의 힘에 기대어 선 국가는, 타인의 판단이 흔들리는 순간 함께 흔들립니다. 한국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냉전기의 익숙한 습관 속에서 안보를 외주화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의 존재를 역사적 사실처럼 받아들이며, 그 역할과 범위, 한국 정부의 실질적 통제권, 한반도가 타국 전략의 전진기지가 되는 위험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실제 사례는 이미 있었습니다. 2025년 3월 한국 내 미군기지에서 출격한 미군 항공전력이 중국 방공식별구역(ADIZ) 인근까지 진입하며 중국군과 긴장을 빚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어떤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국민은 알지 못했습니다(연합뉴스, 2025.3.18 / 경향신문, 2025.3.19 / Reuters, 2025.3.18). 한국 영토에서 출격한 전력이 한국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대국 충돌에 투입된다면, 그것은 안보가 아니라 종속입니다. 한국 영토 안의 군사력은 누구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가. 한국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결정에 한국 정부는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가. 한반도의 평화와 긴장을 누가 결정하는가. 지금까지 너무 늦게 던져진 질문들입니다. 따라서 이제 한국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익숙한 구호 몇 마디가 아닙니다. 더 정확한 표현은 전략적 자율성입니다. 스스로를 지킬 능력을 갖추고, 동시에 어느 한 강대국에 국가의 운명을 전적으로 맡기지 않는 역량입니다. 군사력만이 아니라 외교력, 산업력, 기술력, 정보력, 사회적 통합까지 포함하는 종합 국가능력입니다.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는 더 이상 상징의 문제가 아닙니다. 위기 시 한국군을 누가 최종 지휘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곧 국가책임의 문제입니다. 주한미군의 역할 재정립 역시 필요합니다. 한반도 방어와 역외 전략자산 기능은 구분되어야 하며, 한국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군사 작전에는 한국 정부의 실질적 사전 협의권과 통제력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미래 전장의 핵심 역량도 스스로 갖추어야 합니다. 미사일 방어, 우주 감시, 드론 대응, 사이버 안보, 인공지능(AI) 지휘체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주권의 기반입니다. 타국 기업의 플랫폼 위에 안보를 올려놓는 순간, 주권은 계약서 아래로 내려갑니다. 이제는 인공지능(AI) 방어국가를 준비해야 합니다. 최근 미국 AI 기업 앤스로픽(Anthropic)이 고성능 모델 ‘클로드 미토스(Claude Mythos)’의 공개를 유보했다는 보도는 새로운 시대를 상징합니다. 보안 업계에서는 이 모델이 취약점 탐지와 침투 능력에서 기존 방어체계를 압도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Business Insider, 2026.4.12 / The Hacker News, 2026.4.13). 금융망, 전력망, 통신망, 국가 기간망이 미사일이 아니라 코드 몇 줄로 마비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이 지켜야 할 국경은 하늘과 바다만이 아니라 서버와 데이터센터 안에도 있습니다. 한국은 AI 강국의 잠재력을 국가전략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반도체, 통신, 제조 역량을 가진 나라입니다. 산업 발전을 촉진하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AI 국방력과 공공 안전 체계를 함께 키워야 합니다. 추격자가 아니라 규범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국제적 연대를 통한 AI 국제규범 제정에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 인도(India), 브라질(Brazil), 중국(China)을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과 함께 전쟁 AI, 자율살상무기, 대규모 감시기술에 대한 국제 기준을 만드는 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또 하나의 가능성도 경계해야 합니다. 오늘 미국의 빅테크 군산복합체가 보여주는 길을 내일 한국 기업이 그대로 따라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국내 기업이 미래의 거대 AI·국방 플랫폼으로 성장하더라도 국민주권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시민사회와 국가는 지금부터 촘촘한 감시와 민주적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과거 한국은 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한국은 선택당하는 나라가 아니라, 선택지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돈과 신념, 기술권력이 결합한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맹목적 충성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우리가 지킨다는 국가의지, 누구에게도 운명을 맡기지 않는 전략적 자율성, 그리고 시민이 통제하는 민주공화국의 역량입니다. 전쟁의 시대를 건너는 나라는 강한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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