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서 투쟁하는 모습 뒤엔 5천만원 기부 청소년 전문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김광민 변호사. 2025.10.10. 정숙 시민기자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법률대리인 김광민 변호사(경기도의원, 민주·부천5)는 사실 노동 문제와 부천 지역사회에서 청소년 문제 전문가로 더 유명하다. 지난 2014년 만들어진 부천시 청소년 법률지원센터장으로 6년을 일했고 지금도 부천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단체인 사단법인 사람 사이 와 무료 학습 센터 등의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김 변호사는 경기도에서 유일한 민주당 소속 도의원 겸직 변호사이기도 하다.
는 지난 10일 경기 부천시 사람 사이 법률사무소 에서 김 변호사를 만나 청소년을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된 이유와 청소년 문제 해결 방법, 도의원 겸 변호사로서 바라보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정의구현사제단 동경해 신학대 입학
공대 졸업 후 여러 시민단체에서 활동
-신학대학교를 다녔다고 들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을 암살한 안두희를 처단한 박기서 선생님이 부천에 있는 소신여객에서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셨는데, 그분과 평소에 알고 지내던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받으려고 했는데 연락이 안 돼서 심곡본동 성당에 계셨던 이준희 마르코라는 신부님을 찾아갔습니다.
당시 저는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마르코 신부님께서 정의구현사제단 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14대 대통령 선거 때 김영삼을 뽑은 사람들은 손가락을 잘라야 한다 라는 발언을 했다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고도 받았고, 부천시 성주산 터널 공사를 할 때 신도들과 자연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반대 집회를 하시는 등의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교를 갔습니다.
막상 가보니 군대보다 더 위계적이고 보수적인 집단이었습니다. 저에게는 맞지 않아 3개월 만에 그만두고 아버지의 권유로 홍익대학교 화학공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대학 생활은 어땠나요?
1학년 말에 학보사에 들어가서 3학년 때 편집장까지 했습니다. 학보사 생활을 하면서 학생 운동을 했고 학보사를 그만두고 총학생회에 들어가 간부로 1년간 활동을 했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더라고요?
공부보다는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좋은 성적으로 졸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양문석 의원이 당시 사무총장으로 있었고 전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사무처장으로 있었던 언론개혁 시민연대 라는 곳과 생협 운동을 하는 곳에서 일을 하다가 시민사회 활동가로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성공회대학교 엔지오(NGO)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했습니다.
김광민 변호사. 2025.10.18. 사람 사이 법률사무소 블로그
서른 살 넘어 전남대학교 로스쿨 입학
첫 직장의 노동 탄압 모습에 퇴사 결심
-변호사가 되야겠다는 생각은 언제 했나요?
NGO 대학원을 마치고 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공부를 더 하고 금융기관 쪽에서 일하려고 애를 썼는데 잘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서른이 넘었고 어느날 신문을 보다가 로스쿨 2기 모집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당시에는 단순히 변호사가 되면 돈도 많이 벌고 잘 살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습니다. 재수해서 3기로 전남대학교 로스쿨에 입학을 했고 2015년 5월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변호사로서 첫 직장 생활은 어땠나요?
한 법무법인에 입사했습니다. 당시 최대 고객이 현대자동차 1차 밴더 중에 제일 큰 회사인 유성기업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근무 형태를 두고 민주노총과 현대자동차 및 협력업체들 간 갈등이 심할 때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성기업에서 대규모 노사분규가 일어났습니다. 사측은 컨택터스라는 용역업체를 투입시켜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컨택터스를 빼고 창조 컨설팅이라는 노무법인을 동원해 민주노총 가입률을 몇 퍼센트씩 떨어뜨릴 때마다 성공 보수를 몇십 억 원씩 받는 조건으로 온갖 악랄한 방법을 써서 국회에서 국정 감사까지 들어가니까 제가 근무하던 법무법인과 김앤장을 투입시켰습니다.
매주 금요일이면 회사 인사팀에서 한 주 동안 수집한 노조의 불법 행위 자료가 100여 건씩 올라왔는데 당시 저는 말단 변호사라 건건이 고소장을 써서 고소하는 일을 했어요. 두 달 정도 일을 하다보니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당시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에게 그만두겠다고 얘기를 했더니 그럼 다른 일은 하지 말고 유성기업 관련 서류만 보라 고 했어요.
아마도 설득해서 다시 일을 시키려고 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서류를 보면서 더 분노가 일어나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수습 6개월만 일하고 부천시에서 운영하는 법률지원센터장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011년 6월 22일 유성기업 아산공장 노조원들과 용역직원들이 대치 중인 모습. 이날 사측이 고용한 용역직원과 노조원이 충돌해 24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 실려갔다. 2011.6.22.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천시 청소년 법률지원센터장으로 6년 활동
취약계층 청소년 교육기관 필요하지만 태부족
-부천시 청소년 법률지원센터장으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4년 부천시에서 청소년 법률지원센터를 만들어 시민단체에 위탁을 줘서 운영하게 했는데 그곳을 운영하던 곳이 사단법인 들꽃 청소년 세상 이라는 단체였습니다. 그곳은 가정 해체, 빈곤 등으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대안 가정, 대안 학교, 쉼터, 그룹 홈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과 자립 기회를 제공하는 비영리 청소년 지원 단체입니다.
그곳 대표인 목사님과 청소년 활동가 출신인 아내가 인연이 있었는데 전임 센터장이 6개월 만에 인수인계도 없이 그만둬서 저에게 센터장 제안이 왔고 약 6년 동안 일을 했습니다.
-부천시 청소년 법률지원센터는 어떤 단체인가요?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해 변호사비를 구할 수 없는 형편이 어려운 범법 청소년들의 사법처리 과정을 돕기 위해 2014년 부천시가 법률구조와 사회 복지를 결합해 설립한 복합 법률 지원시설입니다.
민형사 사건 소송과 변호, 법률상담, 법률 교육 등의 지원과 생계지원, 정책연구, 성장지원 등의 도움도 주고 단순히 법률적 지원만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사회 복지 서비스를 함께 지원했습니다.
-부천시 청소년 법률지원센터장으로 일하면서 본 청소년 문제 발생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인간의 뇌 중 전두엽이 가장 늦게 발달한다고 해요. 전두엽의 기능은 주로 이성적 판단이나 감정과 충동 조절을 하는 데 청소년 시기에는 전두엽이 다 발달하지 않아서 충동성이 강합니다. 최근 15년 정도의 청소년 범죄 통계를 보면 특징이 있습니다. 범죄에 새로 진입하는 청소년들 즉 초범 숫자는 완만하게 줄어들지만 3범 이상은 꾸준히 늘어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성인 범죄율의 증감 그래프 모습과 청소년 범죄 증감 그래프 모습이 대략 비슷합니다. 청소년들이 새롭게 범죄를 저지르는 숫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효율적으로 예방하고 있다는 의미지만, 한 번 범죄에 빠진 청소년들이 계속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재범을 예방하는 기능은 약하다는 뜻이죠.
지난 6월 11일 제384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경기도교육청의 공정성과 책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모습. 2025.10.10. 사진 출처 김광민 변호사 페이스북
-재범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환경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전반적인 환경은 좋아져서 범죄에 새롭게 진입하는 숫자는 줄어들지만, 환경에 취약한 계층의 청소년들은 교도소에서 나오더라도 자신의 환경 즉 가정이나 학교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데 그런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기관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환경이 바뀌지 않으니 재범은 늘어나는데 교육기관은 없는 상태라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돼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공론화 장으로 불러내 꾸준히 대화해야
청소년 선거연령 낮춰 사회참여 기회 부여해야
변호사사무실 1층에 청소년 천원 급식소 운영
사단법인 사람 사이 에 연간 5000만 원 기부
-청소년 극우화가 청소년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청소년들이 극우화되는 것은 공론의 대화장에서 퇴출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0대나 20대가 기성세대와 대화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더라도 공론장으로 불러내서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 합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중국인 혐오, 여성 혐오, 외국인 혐오를 하거나 근거도 없는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데, 그런 것을 마냥 금지하고 탄압하는 것은 단지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들을 공론의 장에서 퇴출시킨 것이 극우화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권 때 여성가족부를 만들면서 여성 위주의 정책을 만드니까 젊은 남성들의 반발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그들의 반발은 일정 부분 합리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만 해도 성장해 오면서 여성에 비해 좀 더 혜택을 받고 살았다고 몸소 느낀 세대지만,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한 세대는 여성과의 차별을 납득하지 못하는데 그들을 단지 여성 혐오 주의자 정도로 치부를 한 거죠.
극단적인 혐오에 빠져 있는 그들을 설득하고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공론의 장에서 퇴출시켜 버린 결과로 퇴출된 사람들끼리 일간베스트(일베)나 에펨코리아(펨코)가 됐고요. 그 안에서는 원초적인 발언들이 난무하고 설사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자 토론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그 안에서 퇴출되겠죠. 이런 방식의 결과가 지금의 극단적인 상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극우화 문제에도 불구하고 왜 선거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이미 여러 가지 사회 시스템이나 교육 수준 등으로 봤을 때 충분히 공론의 장에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배척한다면 현재 이대남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연령을 낮추고 사회 참여 기회를 부여해 함께 토론하는 것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사람 사이 법률사무소 전경. 2025.10.10. 네이버 포털 지도 자료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건물 1층에 청소년들을 위한 천원 급식소를 매일 운영한다면서요?
제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아버지께서 오래 전에 구입하신 건물입니다. 낡은 건물을 수리하고 아버님께 임대료를 드리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1층 식당은 찾아오는 청소년들에게 소득수준 상관없이 1000원에 식사를 제공합니다. 기독교 단체에서 봉사하시는 분들께서 매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학생들이 모이게 되면서 재능 있는 분들이 악기 교습도 해 주시고 공부를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2층에는 부천 법률지원센터장으로 일할 때 함께 활동했던 분들과 계속 청소년 관련 활동을 하기 위해 함께 사단법인 사람 사이 를 만들었고 3층은 변호사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사람 사이 에는 1년에 약 5000만 원 정도 사비로 기부를 합니다. 친한 사람들이 모였으니 여러 가지 소통이 있는 것은 맞지만 각각 별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화영 부지사 수임료 계약서 한 번 쓰지 않고 변호
KH 조경식 전 부회장 설득해서 양심선언 하게 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2023년 8월경에 참여를 했습니다. 당시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을 요청했고 이 전 지사에게 보고를 했다 고 진술을 번복 했던 시기였는데 변호를 하던 현근택 변호사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과 입건을 당하는 등 압력을 못 이겨 그만둔 상태라 변호를 하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전 부지사의 사모님께서 변호사를 구할 때까지 한 달 정도만이라도 변호를 맡아 달라고 부탁을 해서 계약서는 쓰지 않고 선임계만 내고 변호를 맡았습니다.
-왜 계약서를 쓰지 않고 변호 활동을 계속 하고 있나요?
다른 변호사들이 받은 돈의 5분의 1 정도의 돈을 받았습니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서울 자택 재산 3억여 원을 동결 조치한 상태라, 제가 먼저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없지만, 어쨌든 이 전 부지사의 사모님이 형편상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돈을 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만은 없습니다.
-지난달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개혁 입법 관련 청문회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KH강원건설 조경식 전 부회장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만나 사건을 모의한 내용을 폭로했는데, 어떻게 설득했나요?
검찰과 쌍방울이 공범이 되긴 했지만 어쨌든 쌍방울도 피해자이고 검찰의 압박에 의한 허위진술로 불리한 상황이 됐는데 있는 그대로 진실만 얘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득했습니다. 지난 8월 11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도 처음 주장과는 달리 이재명 대통령과 공범 관계는 전혀 없고 직접적 지시나 소통도 없었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자백을 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양심 선언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뒤편에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인 김현철(오른쪽)·김광민 변호사가 배석해 있다. 2024.10.2. 연합뉴스
재판정에 서면 투쟁하는 마음으로 변론해
사건 잊혀지지 않게 나만의 재판 전략 세워
박상용 검사방에 설치된 몰카 발견해 폭로
-재판 중 기억나는 검찰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2심 재판에는 저와 이창환 변호사, 류재율 변호사, 법무법인 베이시스가 변론을 했는데, 이창환·류재율 변호사, 법무법인 베이시스가 정말 변호를 잘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변호를 했다기보다는 정치질을 하는 재판정에서 투쟁을 했던 것 같아요.
변호사가 변호는 안 하고 투쟁을 왜 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미 검사들이 법정에서 자기들 정치를 하고 있고 심판을 봐야 할 판사도 노골적으로 검사 편을 들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변론만 한다는 것은 사실상 재판을 포기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재판 전략을 세웠습니다.
-본인만의 재판 전략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재판에 들어가기 전 검사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며 어떤 일을 했는지 다 조사를 해서 판사한테 설명을 했습니다. 검사들이 변호사가 법정 외에서의 얘기를 가지고 변론을 한다며 판사에게 제지 요청을 하기도 했지만, 방청석에는 20여 명 정도의 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일부러 기자들이 기사를 쓰기 좋게 말을 했어요. 예를 들면 검사들이 이상한 짓을 할 때 신종 재판 지연술 이라고 말을 하면 바로 기사 제목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박상용 검사실에 몰래 설치된 카메라를 발견해 폭로했었죠?
검사방에는 검사들이 쉬는 공간인 집무실이 있고 옆에는 영상 녹화실이 있습니다. 이 전 부지사의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실에 있는 영상 녹화실에는 특이하게 욕실에서 쓰는 바깥쪽이 거울로 된 코너 장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안에 카메라가 있었습니다.
영상 녹화실에 카메라가 있는 것은 당연한데 나중에 녹화물을 확인하니 각도가 2개였어요. 다른 카메라를 수원지검에서 몰래 설치를 했더라고요. 양쪽에서 카메라를 설치하면 피의자 앞에 놓인 자료를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거죠. 이런 사실을 폭로한 뒤 검찰이 미친 듯이 공격을 해서 힘들었지만, 사건을 잊혀지지 않게 하려는 저만의 전략이었습니다.
지난 5월 9일 소방노동조합에서 베스트 의원으로 뽑힌 김광민 변호사.2025.10.10, 사진 출처 김광민 변호사 페이스북
경기도 유일 민주당 소속 변호사 겸 도의원
학폭 예방 위한 별도예산 책정해 활동 지원
감단직 신고 위반 학교 적발해 노동자 도와
-경기도에서 유일한 민주당 소속 변호사 겸 도의원이라면서요?
부천에서 청소년이나 여성 문제 관련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민주당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사회 단체 활동을 하다 보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있어서 변호사보다는 권한이 많은 정치인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을 것 같아서 출마를 했습니다.
-도의원으로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성과는 어떤 것이 있나요?
경기도부천교육지원청 기준으로, 학교 폭력이 제도화되기 이전에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미리 학교에 가서 중재하고 화해를 시키고 예방 활동을 했는데, 이런 부분을 별도 예산을 잡아서 부천만의 특색에 맞게 개발해서 활동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학교마다 일을 봐주시는 시설 도우미분들은 감시단속직(감단직)이라서 쉬는 시간이 근무 시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근로자들은 쉬는 시간도 근무 시간에 다 포함이 됩니다. 감단직 같은 경우는 학교 자체에서 노동청에 신고를 해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경기도 학교 중 절반 정도가 노동청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을 찾아내서 신고를 해 천 만원 정도씩 소급받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개혁은 일말의 여지를 남겨서는 안 돼
검찰 여론 선동장인 이프로스 없애야
-내년 10월 2일 검찰청이 공식적으로 폐지되는데 변호사로서 어떤 생각이 드나요?
개혁은 일말의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됩니다. 특히 검찰의 모든 수사권을 박탈해야 합니다. 또 윤석열 같은 대통령이 당선돼 보완 수사권을 늘리면 안 되니까요. 1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좀 길다는 생각도 들지만 여러 가지 제도를 정비해야 하니까 시간은 필요합니다. 얼마 전 김건희 특검 소속 검사 40여 명이 노골적으로 집단 항명하는 일이 일어났었는데 반드시 징계해야 합니다. 박정훈 대령은 항명 수괴죄로 기소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사실상 여론 선동장의 수단으로 쓰는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도 없애야 합니다. 검사들만 볼 수 있는 게시물이 어떻게 올라오자마자 언론에 보도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는 검사들도 다 처벌해야 하는데 그냥 두고 있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지난 8월 18일 팟빵 매불쇼에 출연해 김현우 전 서울구치소장의 만행을 폭로하는 모습. 2025.10.10. 사진 출처 김광민 변호사 페이스북.
모른 척 압수수색 영장 다 내주는 판사들이 더 나빠
판사·대법관 숫자 늘려 전관예우 흔하게 만들어야
-사법개혁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만 하더라도 내용이나 증거가 명확한데도 판사들은 모른 척 검사들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다 내줍니다. 그런 판사들이 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형사사건의 예를 들면 법원은 검찰과 피고인이 다투는 곳인데 지금까지는 검찰의 힘이 압도적이라 수십 년 동안 검찰이 일방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주었고 사법부는 관습적으로 검찰과 친화적인 관계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기소청이 분리되면 검찰의 힘이 빠질 것이기 때문에 재판부도 바뀔 거라고 봅니다.
또 하나는 전관예우 문제입니다. 수사와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면 전관예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수사와 재판이 불공정하니까 검사가 무서우면 검사 출신, 판사가 무서우면 판사 출신 전관예우를 씁니다. 전관예우를 없애려면 전관 출신 변호사가 흔해지면 됩니다. 판사나 대법관 숫자를 지금보다 두세 배로 늘려서 직업 자체가 희귀한 직업이 아니게 만들면 되거든요.
요즘은 10분에 3~4건씩 재판을 하는데 전관 출신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면 재판도 천천히 할 수 있고 그들이 변호사 개업을 해도 떼돈을 벌 가능성도 없어지기 때문에 정년까지 판사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만들어 기득권을 줄여야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김 변호사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재판을 할 때 유일하게 저희 주장을 받아준 곳이 오마이뉴스와 유튜브 빨간아재였습니다. 재판장에 늘 있는 20여 명의 기자들은 검찰발 기사만 받아썼거든요 라고 했다.
또 언론이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을 때, 저희 목소리를 들어주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곳이 뉴탐사와 시민언론 민들레입니다. 그러고 나서 뉴스공장이나 매불쇼 등에서도 불러줬으니까요. 그전까지는 얘기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라며, 어려울 때 신경 써주고 관심 가져준 언론과 이 전 부지사와 자신을 응원해 준 많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14일 인터넷 언론사 뉴탐사 방송직후 출연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왼쪽부터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김광민 변호사, 뉴탐사 강진구 기자,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기자) .2025.10.10. 사진 출처 김광민 변호사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