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을 내전으로 전환하려 개소리 내뱉는 패거리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52년 이승만, 72년 박정희, 80년 전두환에 이은 정변
이미 집권 초기부터 윤석열은 발언, 행태, 통치방식이나 외교정책을 통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길을 따라가는 듯 했는데, 결국 독재 시기의 유물인 비상계엄까지 끄집어냈다. 그래서 한국은 21세기에도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작년 12월 3일 밤의 비상계엄 선포 과정, 포고령, 그리고 이후 내란사건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을 보면 윤석열은 헌법과 실정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적나라한 국가폭력을 행사하려 했다. 일찍이 민주당의 김민석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기용할 때부터 그들의 국지전과 북풍 시도를 의심하면서 그들의 비상계엄 선포를 예고하고 경고했다. 보통 시민들도 ‘충암파’의 요직 기용, 경호처의 여러 번의 ‘입틀막’ 사건, 그리고 대통령의 담화에서 나온 ‘폭력의 언어’ 즉 야당을 ‘종북 반국가세력’이라고 지목한 담론을 보고서 정상적인 정치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감했다. 결국 윤석열 정권의 파국적 탈출구가 비상계엄이라는 이름을 빈 내란, 즉 친위 쿠데타(self-coup)였다.
1980년 5.18 비상계엄의 기억을 가진 50대 중반 이상의 모든 한국인들은 이 친위 쿠데타, 즉 방첩대, 수방사, 경찰, 심지어 (HID) 북파공작원까지 수천 명의 군인을 동원한 윤석열의 내란 사태와 그가 밝힌 쿠데타의 논리에 대해 기시감을 갖고 있다. 사실 이들은 이미 2016년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비상계엄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1972년 10월 박정희의 비상계엄 선포와 유신체제 수립,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52년 5월 이승만의 계엄령 선포야말로 한국 역사에서 나타난 가장 전형적인 친위 쿠데타였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법이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 의회 앞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군 병력과 대치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보우소나루 지지자 수백 명은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군 쿠데타를 촉구하며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 등지에서 시설물을 파손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에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폭동을 일으킨 시위대에 대한 강력 처벌을 천명하고 이번 사태 배경에 전임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2023.01.09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10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31건 발생한 친위 쿠데타
그러나 이번 윤석열이 12.3 친위 쿠데타를 결행한 것은 지난 총선 결과가 조작이라고 지속적으로 선전한 극우 유튜버의 알고리즘에 빠진 결과이기도 하고 선거 정치, 법치와 정당정치 자체를 아예 무시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극우의 창궐과 폭력, 즉 지구적인 민주주의 퇴행의 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는 2021년 1월 미국의 트럼프, 2023년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주도하여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난동사태와 같은 궤도에 있다. 통계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7, 80년대에 잠잠하던 쿠데타는 1990년대 이후 빈발하기 시작했고, 최근 10년 사이에 무려 31건의 친위 쿠데타가 발생했다.
친위 쿠데타는 통상 대통령이나 행정부를 장악한 권력자가 군사력을 동원하여 헌정을 중단시키고 입법부나 사법부를 완전히 통제하여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하려 한다. 선거 등 절차와 제도가 그들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 법이나 절차 등 거추장스러운 굴레를 벗어던지고 노골적 힘을 행사할 욕망을 드러낸다. 과거나 현재나 친위 쿠데타를 감행하는 대통령이나 정치 세력은 모두 19세기 왕당파, 20세기 파시즘의 후예들인데, 사실 이들은 법, 민주적 절차, 정치적 타협 자체를 불신한다. 더구나 군사력이나 대중적 힘을 동원할 수 있다면 자신의 ‘적’을 학살해서라도 없애야 한다는 사고구조를 갖고 있다. 그들의 머리와 몸은 가부장주의, 엘리트주의, 인종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로 가득차 있다.
평생 법으로 밥을 먹고 산 윤석열이 헌법이나 실정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계엄을 선포한 것이나, 이후에도 입만 열면 거짓말을 계속하는 것이나, 법원의 영장집행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는 놀라운 일이 일이 아니다. 한국의 보수우익은 원래 그러했다.
어쨌든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는 야당과의 대화, 설득과 조정 등의 방법으로는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정치 초보생이 자신의 국가 운영능력 부재와 통치력 상실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소하려 한 극약처방이었다. 그러나 한국 정도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성취한 나라에서, 일사불란한 명령으로 움직이는 군대와 검찰에만 몸담으면서 세상의 변화를 알지 못한 검사 대통령과 전쟁 경험도 없이 오직 권력논리만 몸에 지닌 채 살아온 기성세대 군부 엘리트들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환경에서 자란 21세기 청년 병사들을 따르게 할 수는 없었다.
5일 국회사무처가 지난 3일 밤 계엄령 선포 후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계엄군의 작전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계엄군이 국회 2층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 2024.12.5. 연합뉴스
반성 대신 거부권, 친일 반북, 부자감세… 결국은 계엄
사실 박근혜의 탄핵을 겪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은 민주당의 실정에 편승하여 가까스로 권력을 잡게 되었으면, 대선에서 거의 국민의 절반 가까운 지지를 얻었고,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민주당과 협치의 길을 모색했어야 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집권 초기부터 야당과 비판적인 언론을 ‘적’으로 간주했다. 윤석열은 이재명 야당 대표가 범법자라는 이유로 취임 700일이 넘도록 면담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극단적 성향을 가진 인물들을 각료로 기용했으며, 국회에서 통과된 법에 대해 계속 거부권을 행사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 편승하여 엉겁결에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과거 군사정권과 유사한 친미, 친일 반북 일변도의 외교정책과 노골적인 부자감세 정책과 반노동 정책, 친원전 정책 외에 새롭게 국가 운영의 방향과 철학을 제시한 것이 없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근혜 탄핵에 대한 반성없이 오로지 권력 장악을 위해 윤석열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고, 2년 반 동안 그의 실정을 묵인 추종했다. 권력권 내부의 비판자나 조언 세력은 모두 사라졌다. 이러한 지도력 부재, 정치력 부재가 노골화된 시점에 그는 최측근들에게 비상계엄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극우 유튜버의 알고리즘에 빠진 검사 대통령의 머리에는 오직 과거 계엄의 성공 스토리, 극우반공주의, 반북주의와 공안몰이 밖에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군사정권의 DNA를 간직한 국민의힘과 관료조직, 보수 언론은 그의 ‘입틀막’ 정치를 비판하지 않았고, 그래서 철지난 계엄까지 선포되기에 이른 것이다.
과거의 파시즘은 사회주의의 위협을 이용해서 권력을 장악했지만, 분단 체제하 한국의 우익은 북한이라는 마르지 않는 샘물을 퍼서 권력 유지의 생명수로 활용했다.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가 “그들(파시스트)은 한 명의 유대인도 없으면 유대인을 만들어 낼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한국의 역대 우익세력은 한 명의 친북인사가 없더라도 국가보안법을 휘둘러 종북세력을 만들어내 왔고, 지금도 그렇게 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극우 세력은 적이 없다면 적을 만들어 내고, 전쟁이 없다면 전쟁을 벌여서라도 계엄을 선포하려 할 것이다. 이번 윤석열의 경우도 북한 오물풍선 원점 타격, 드론 평양 침투 등 전쟁을 유발하려 한 혐의가 있는데, 그것은 과거 국민의힘의 북풍공작을 답습한 것이다.
성공한 듯했으나 결국 비참한 최후 맞은 친위 쿠데타 주역들
오늘날 전 세계 신자유주의 시대의 우익들도 자유와 시장, 효율을 앞세우고, 분배와 정의를 주창하는 세력을 ‘공산주의’라고 지목하여 혐오 대상으로 설정한다. 여기에다 권위주의 성향의 최고 권력자의 위기의식과 집권 연장 욕망이 결합되면 친위 쿠데타가 발생한다. 사실 오늘날 민주주의 제도를 가진 국가에서 대통령이 아무리 큰 권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과거 군주와 같은 전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이런 조건에서 극우 대통령은 자신의 통제 밖의 국회를 눈엣가시처럼 여긴 나머지 국회 활동을 정지시킨 다음, 자신이 더 일방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헌법 개정, 선거, 언론 통제, 국민 복종을 유도할 유혹을 갖게 되는 것이다.
권력상실의 두려움과 권력행사의 걸림돌 제거가 친위 쿠데타의 기본 공식이다. 과거 이승만은 군부를 동원하여 국회의원을 간첩 혐의로 체포하고 ‘좌익을 척결하겠다’고 계엄령을 정당화했는데. 윤석열은 국회의원 체포 시도나 비상입법기구 설립 구상도 동일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의 계엄이 성공했다면 그는 이승만처럼 국회를 해산하고 야당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선관위 직원을 고문해서 선거부정 진술을 받아낸 다음 장기집권을 시도했을 것이다.
친위 쿠데타의 결말은 어떠했나? 트럼프의 국회 난동, 이번의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처럼 실패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승만은 대통령 간선제 헌법 하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직선제 개헌안을 통과시켜 8년 더 집권했고, 박정희는 유신 쿠데타를 감행하여 7년 더 집권했다. 과거 페루의 후지모리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도 성공해서 몇 년 더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승만은 결국 국민에 의해 쫓겨났으며, 박정희는 최측근의 총을 맞아 사망했다. 후지모리도 결국 추방되었고, 이후 종신형을 받았다. 친위 쿠데타 자체가 명분이 없는 권력 연장의 의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쿠데타의 주역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김기현·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이 1월6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려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집결해 있다. 비상계엄 해제와 윤석열 탄핵을 거부한 국힘당은 윤석열 내란사태 진압과 수습을 지연시키고 방해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언론이 이를 일일이 보도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을 내전으로 전환하려 온갖 ‘개소리’ 내뱉는 쿠데타 일당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는 실패했으나 내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내란 세력은 이것을 내전으로 전환하려 몸부림친다. 수사 대상이 된 윤석열은 법원의 영장을 거부하고 있으며,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권력 복귀를 시도한다. 공수처가 그를 체포하러 오면 무력 사용까지 검토하라고 한 것은 내란을 내전으로 확대하여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기독교, 영남, 노인층을 동원하려는 속셈이다. 윤석열 자신과 윤석열의 변호사들은 온갖 거짓말과 ‘개소리’를 매일 쏟아내고 있으며, 보수언론과 극우 유튜버들은 이들의 ‘개소리’를 충실하게 중계, 확대하여 보도한다.
그들은 선관위와 국회를 폭력으로 점령하여 공무원과 국회의원을 체포하려던 시도를 마치 2시간의 해프닝 정도로 축소하고, 폭력이 발생하지 않았으니 계엄은 ‘원상회복’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평화적인 계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법 위에 있다고 말하고, 아직 판결이 없으니 내란범이라고 부르지 말자면서 무죄추정 원칙을 내세우고, 법원의 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인권침해이니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것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 주장한다. 법을 전공했거나 평생 법으로 먹고 산 사람들의 발언이라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개소리’들이다.
윤석열이 2년 반 이상 집권하는 동안 그가 심어놓은 행정부, 사법부, 검찰, 경찰, 공수처의 최고위층은 거의 친위 쿠데타에 동조적이고, 그를 대통령으로 올린 국민의힘과 그 지지자들은 권력 상실의 두려움 때문에 ‘내란’이라는 말을 지우고 여야 간의 대선 구도로 전환하려 한다. 그 시도가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가고 있다. 내란을 내전으로 전환하는 작업의 일등 공신이 바로 윤석열이 임명한 대통령 권한대행 최상목이다. 그는 내심 윤석열이 복귀하여 그의 친위 쿠데타에 동조, 묵인한 일로 이후 처벌 당할 위험을 차단하거나, 내란이 내전, 혹은 정쟁으로 변해서 국민의힘이 재집권할 수 있기를 은근히 기대할 지도 모른다. 헌법을 유린한 일이나 국가 유지의 근간인 법치가 무너지고, 국가의 국제적 신뢰도가 무너지고 기업이 무너지고 자영업자들이 모두 가게를 닫고 은행이 파산해도, 자신의 권력만 유지되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이들 윤석열이 임명한 최고위 관료들은 한국 주류 보수의 적자들이다.
여러 가지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2025.1.11. 이호 작가
2030 젊은이들이 내란세력 극복하고 새 나라 희망 만들 것
원래 진보세력은 부끄러움이라는 가치를 알고 있으나, 윤석열을 비롯한 한국의 보수 기득권 세력은 부끄러움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한다. 국가를 거의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떨어뜨리고도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반성하지 않는다. 박근혜를 탄핵하고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하여 살아남았듯이 그들은 윤석열의 탄핵을 최대한 막되, 도저히 못 막으면 그를 버리고 재집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라지 않을 것이다. 이 내란이 빨리 종식되지 않으면 그 어떤 국가 위신도 질서도 법치도 정상적인 경제운영도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그들은 관심이 없다.
이번 친위 쿠데타가 실패한 것은 광주 5.18 비상계엄의 기억을 가진 시민과 야당이 제대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 대통령과 육사 출신 군부 지도자들은 1987년 이후 한국 사회가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울타리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며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그들이 누려온 과분한 사회적 권력과 대우가 남북한 적대와 냉전, 극우 반공주의 등 한국 사회의 구시대적 잘못된 유산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더 많은 권력과 부를 앞으로도 계속 누리려는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국의 정치권, 관료사회, 언론, 종교, 대학에 깊이 뿌리내린 내란 지지세력은 여야의 대립 구도로 전환하기 위해 언제나 이재명을 들먹인다. 그러나 한국의 시민들, 특히 2030 젊은이들은 윤석열의 ‘자살골’로 지난 한 달 동안 생생한 시민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내란세력을 엄격하게 단죄함과 동시에 검찰이나 군부가 더 이상 정치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 하도록 여러 법과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부여된 과도한 특권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정치를 복원하는 일, 남태령에서 터져 나온 농민과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치제도를 수립하는 것 등이다. 그래서 오늘의 한국은 당장은 혼란 그 자체이나 장기적으로는 새 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