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기후 리스크 1620억달러…기업들, 협력사 평가 기준 바꾼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공급망 기후·지속가능성 관리 참여 기업 비중이 2023년 41%에서 2025년 60%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대기업의 약 80%가 협력업체 관리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 = CDP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업체를 고를 때 기후 데이터를 필수 조건으로 보기 시작했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는 18일(현지시각) ‘지속가능한 공급망’ 보고서를 통해 대형 기업의 80%가 공급업체에 기후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 공시가 규제 이행을 넘어 공급업체 선별과 조달 결정의 기준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리스크 방치 비용, 예방의 3배…잠재 기회도 수백조 원
공급망 기후 리스크에 노출된 잠재적 재무 비용은 1620억달러(약 243조원)에 달한다. 이를 관리하지 않을 때 드는 비용이 관리 비용의 3배에 이른다는 게 CDP 분석이다. 반면 리스크를 기회로 전환하면 얻을 수 있는 잠재 이익은 1650억달러(약 248조원)로 추산됐다.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 감축에 나선 기업들은 실제로 544억달러(약 82조원)의 비용 절감을 보고했다. 기후 리스크 대응이 규제 준수가 아닌 재무 성과를 좌우하는 변수가 된 셈이다.
이 같은 경제적 유인은 공급망 관리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LG전자(KRX: 066570)는 2024년 한국생산성본부와 협력해 핵심 공급업체 15곳에 탄소 감축 컨설팅을 제공하고, 공급망 내 탄소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공급업체 지원이 선의가 아닌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대기업 참여율 80% 육박…공급업체 행동도 바뀐다
공급업체 기후 공시 참여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대형 공시 기업의 참여율은 80%에 육박했고, 중소기업도 50%를 넘어 2024년(약 45%)보다 상승했다. 전체 기업 기준 참여율은 61%로, 2023년 41%에서 2년 만에 20%포인트 올랐다. CDP 공급망 회원사들은 2025년 기준 110개국 약 4만5000개 기업에 환경 데이터 공개를 요청했다.
공급망에 대한 공개를 실시한 기업의 수와 국가별 분포를 나타낸 이미지. / 출처 = CDP
이 같은 흐름은 공급업체의 실제 감축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매자가 기후 목표 데이터를 매년 수집하면 공급업체가 과학기반목표(SBT·파리협정 1.5℃ 목표에 부합하는 기업 감축 목표)를 수립할 가능성이 2.6배 높아진다. 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공급업체의 연간 배출량 감축 가능성은 52% 상승한다. 공급망 공시가 요구 사항에서 협력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탄소 공시 확산에도 자연 리스크는 여전히 사각지대
공급망 투명성이 넓어지고 있지만 맹점도 뚜렷하다. 과학기반목표를 보유한 기업 중 공급업체에 동일한 목표 설정을 요구하는 비율은 22%에 불과하다. 공급망 배출량을 포함한 스코프 3(Scope 3·간접 배출)가 전체 보고 배출량의 68%를 차지하는데도 공급업체 참여 전략을 갖춘 기업은 30% 미만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자연 관련 리스크다. 2025년 CDP 응답 기업 가운데 기후 공시만 요구한 곳의 절반 이상이 제조·소재·인프라 등 자연 자원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 속해 있었다. 탄소 데이터만으로는 공급망 환경 리스크의 상당 부분이 사각지대에 남는 구조다.
CDP는 이번 보고서에서 전례 없는 공급망 변동성의 시대에, 환경 데이터를 실제 행동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고 밝혔다.